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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팀장입니다. 대출 받으세요…코로나로 대출 스팸 다시 늘었다

입력 2021-03-30 14:32 수정 2021-03-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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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자에게 발송된 '불법 대출' 스팸 문자 [사진 노진호]지난해 12월 기자에게 발송된 '불법 대출' 스팸 문자 [사진 노진호]

'띠링띠링' 반가운 마음에 문자메시지를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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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또 스팸이었습니다. 누구나 한번 쯤 이런 불법 대출 스팸 전화나 문자 받아보셨을 겁니다. 평소라면 '또 스팸 문자'라며 차단해 놓겠지만, 당장 급한 곳에 쓸 돈이 없는 이들이라면 이 문자에 혹 흔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요즘엔 더욱 그럴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매년 2회씩 스팸 유통 현황을 분석해서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보고서를 보면, '스팸'도 이런 서민들의 힘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주머니 사정' 악용하는 스팸
지난해 하반기 전체 스팸 발송량은 4186만 건이었는데 이중 휴대전화 음성 스팸은 1110만 건이었습니다. 음성 스팸에서 유형 분류가 가능한 스팸(427만 건)을 분류해봤더니 가장 많이 온 스팸은 '불법 대출'이었습니다.

불법 대출 스팸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된 하반기에 무려 359만 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상반기 166만 건). 반면 통신 가입을 유도했던 스팸은 상반기(79만건)에 비해 하반기(29만 건)에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방통위는 불법 대출 스팸이 대폭 증가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자에게 발송된 '도박' 스팸 문자 [사진 노진호]지난해 10월 기자에게 발송된 '도박' 스팸 문자 [사진 노진호]
하반기에 607만 건이 발송된 문자 스팸도 분류해봤는데요, 이중 유형 분류가 가능한 문자 스팸(403만 건)을 분류했더니 가장 많은 스팸은 '도박' 스팸(35.1%)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금융'(28.7%), '불법 대출'(17.2%)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불법 대출'의 증가세는 문자 스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 51만4000여건이었던 '불법 대출' 문자 스팸은 69만4000여건으로 35.1%가 증가했습니다. 전화나 문자 스팸 일관되게 '불법 대출' 스팸이 늘어난 겁니다.

'도박' 스팸은 감소…왜?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도박' 스팸의 수도 전화와 문자 스팸 모두 줄어든 겁니다. 전화 스팸에서 상반기에 11만6000여건이었던 '도박' 스팸은 하반기에 6만여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48.4% 감소). 문자 스팸에서도, 여전히 '도박' 스팸은 가장 많이 발송되고 있지만, 하반기엔, 상반기(234만여건) 대비 39.4%가 줄어든 141만7000여건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자에게 발송된 '도박' 스팸 문자 [사진 노진호] 지난해 10월 기자에게 발송된 '도박' 스팸 문자 [사진 노진호]

이유에 대해선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담당자 및 여러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스팸 시장'도 결국 돈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곳입니다.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렵다 보니 스팸을 보고 '도박'으로 유입되는 이들의 수도 줄어들었거나, 불법 스팸을 발송하는 주체들이 그렇게 인식했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서 사행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한 결과도 반영됐을 것"이라면서 "또 스팸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불법 대출로 스팸이 몰리다 보니 '도박'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사업자 및 정부도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스팸이 모두 '그대로' 이용자들에게 전송되지는 않습니다. 이동통신 3사의 '지능형 스팸차단서비스' 차단율 조사 결과를 보면, 문자 스팸 차단율은 평균 93.5%였습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 연합뉴스]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번 조사 보고서를 내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20년 한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위축된 국민의 심리를 악용한 불법 대출, 주식광고 등 불법 스팸이 다량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사기, 주식 광고 등 불법 스팸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 스팸 차단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나아가 불법 스팸 전송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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