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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목 칼칼하고 눈 따갑고"…전국 올해 최악 황사

입력 2021-03-29 15:29

미세먼지 '매우 나쁨'…대구·경북 10년만에 황사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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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매우 나쁨'…대구·경북 10년만에 황사경보

"종일 목 칼칼하고 눈 따갑고"…전국 올해 최악 황사

29일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대구·경북에서 약 10년 만에 최악의 공기 질 상태를 보이는 등 시민 불편이 극에 달했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대구 미세먼지(PM-10) 시간당 평균 농도는 1천174㎍/㎥(151㎍/㎥ 이상이면 '매우 나쁨')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0년 11월 12일 대구 지산동 개별측정소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천47㎍/㎥로 관측된 이래 농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

중국에서 발원해 북서풍을 타고 유입된 황사가 대구·경북 분지 지형에 갇혀 높은 농도를 나타낸 것이다.

같은 시각 광주(875㎍/㎥), 전북(879㎍/㎥), 경북(728㎍/㎥), 대전(763㎍/㎥) 등 모든 시·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이다.

초미세먼지 농도도 오전 10시 대구(169㎍/㎥), 경북(134㎍/㎥), 광주(130㎍/㎥), 경남(126㎍/㎥), 전북(124㎍/㎥) 등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매우 나쁨' 기준인 76㎍/㎥를 넘어섰다.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자 기상청은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황사경보를 발령했다.

10여년만에 황사경보가 내린 대구에서는 이날 산이나 고층 건물 경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흐렸고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일찌감치 접었다.

봄꽃이 만개해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수성못 일대, 신천 주변에는 나들이객이 거의 없었다.

시민들은 사무실, 아파트 등 실내에 머물면서도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직장인 박모(39)씨는 "사무실에서도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끔거리는 기분이어서 일에 집중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자 오후 1시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시범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전역에 황사경보가 내린 전북지역에서는 200∼300m 밖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출근 전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한 30대는 "오늘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했다"며 "이런 날이면 성인도 기관지 질환이 걱정되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냐"고 걱정했다.

매일 운동하는 시민으로 북적이던 전주 천변에서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변에 나갔다가 서둘러 귀가한 한 60대 여성은 "건너편 천변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뿌옇게 껴 놀랐다"며 "같이 아침마다 운동하던 주민도 오늘 하루는 집에서 나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광주·전남에는 2016년 5월 7일 이후 약 4년 10개월 만에 황사경보가 내렸다.

회사 업무 때문에 야외활동이 잦은 고모(29)씨는 "햇볕이 쨍쨍하고 기온도 포근해 황사만 없었다면 좋은 봄날이었을 텐데 안타깝다"며 "마스크를 평소보다 빈틈없이 조여 썼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헛기침이 나올 정도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누런 먼지가 뒤덮인 하늘을 보고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자 관공서와 기업 밀집 지역 주변 식당가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배달노동자 최모(46)씨는 "식사 메뉴뿐만 아니라 커피까지 오늘은 여느 월요일보다 배달 주문이 많은 것 같다"며 "황사 먼지를 마시며 일하는 입장에서 일감이 많다고 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황사가 덮친 세종시 한 공동주택 공사 현장에서는 평소보다 휴식 시간을 더 자주 운영하는 등 근로자 건강관리에 유의하는 모습이었다.

한 공사 현장 관계자는 "목이 계속 칼칼하고 눈도 좀 따가운 느낌이 있어서 내부 공사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공사 시간도 단축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에서도 도심 곳곳에 살수차를 투입해 도로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대전 서구 도롯가에 앉아 폐지를 정리하던 한 70대는 "오전 1시간 정도 다녔는데 평소보다 손에서 흙냄새가 더 난다"며 "오늘 같은 날에도 어쩔 수 없이 나왔지만 그만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해를 경계하는 해경 경비함정 승조원들은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고 공기 청정기를 계속 가동하며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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