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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S] '조선구마사' 폐지 통해 본 역사왜곡 위험성

입력 2021-03-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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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SBS 월화극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역사왜곡 논란으로 거센 후폭풍을 맞은 결과였다. 역사왜곡의 위험성은 드라마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판타지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보고 작품을 봐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역사왜곡을 넘어서 역사인식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조선구마사'는 방송 직후 논란과 직면했다. 동북공정에 대한 이슈가 극에 달한 현시점에 중국 전통음식과 중국풍 칼 등 중국 느낌의 소품을 사용했다. 홍건적의 난을 제압한 고려 명장인 최영 장군을 대사로 모욕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의 배경과 너무 달랐고 조선 후기나 되어야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드라마 안을 채워 논란을 야기했다. 중국 드라마에서 볼 법한 느낌이 들어 '중국구마사'란 얘기를 들었던 것. 판타지 사극이나 실존 인물을 차용해 이 같은 논란과 더욱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항의가 쏟아졌고 광고주들이 이탈했다. SBS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26일 방송 폐지를 결정했다. 신경수 감독과 박계옥 작가를 비롯해 감우성·장동윤·박성훈·이유비 등 배우들과 제작사·방송사가 사과했다. 이미 80%의 촬영을 마친 상황이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빠른 결단력을 내렸다.

'조선구마사' 이전부터 비슷한 문제들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었다. tvN '철인왕후' 속 '조선왕조실록 지라시네'란 대사와 역사적 실존 인물들의 과잉 설정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빈센조'에선 중국 상품의 비빔밥이 PPL로 사용돼 지적을 받았다. 한 방송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자본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국 활로를 뚫을 수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라고 씁쓸한 현실을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인데 너무 극단적인 방향까지 번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판타지 사극의 역사왜곡의 위험성이 '조선구마사'에서 폭발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현재 역사왜곡을 넘어서서 문화왜곡·문화공정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들에) 쌓여 있던 것들이 사극이기 때문에 더 크게 번졌다. 앞으로도 대중들이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선구마사' 첫 회를 봤는데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 역사적인 사실 자체를 뒤흔들었다. 퓨전 사극이나 판타지 사극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상력이 가미될 수는 있으나 역사적인 사람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콘텐트가 중국으로 넘어가면 다르게 해석돼 가짜 뉴스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드라마 소품으로 들어간 건 문화공정의 직격탄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의 향후 판권 판매를 생각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의도해서 이러한 선택을 한다는 건 바보 같은 선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사왜곡 부분에 대해 가볍게 본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한 제작진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은 "드라마는 산업이면서도 문화라고 하는 특수성이 있다. 문화적인 요소에서 안일하게 생각해 벌어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으로 시끄러웠던 건 방송 플랫폼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에서 소비되는 게 아니라 멀티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역사성에 오해의 여지가 있다. 판타지라고 모든 게 넘어갈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조선구마사'에서 사용된 '용비어천가' 자체가 역사적 기록물보다는 창작물에 가깝다. 그런데 그걸 활용해 악령들이 조선에 들어오게 된 계기로 만들었다. 태종의 악행으로 악령이 들어왔다는 건 근본적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출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어차피 판타지로 간다고 한다면 특정 인물이나 시대적 배경을 안 가지고 갔어도 될 텐데 그 부분을 두고 제작진이 '공포의 현실성'이라는 표현을 쓰더라. 현실적으로 공포가 유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존 인물을 썼다고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공포감이라는 건 드라마를 통해 현실 상황을 환기시키는 상황이나 요소로부터 공포심이 유발되는 것이지 역사적 인물을 가져다 쓴다고 해서 공포의 현실성이 나오지 않는다. 역사왜곡의 차원을 넘어서서 근본적으로 역사의식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상력을 허용한 판타지 사극이라고 한다면 '육룡이 나르샤'처럼 실존 인물에다가 실존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을 결합시켜 모습을 그린다면 허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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