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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검찰, 코로나 장발장에 '특가법' 대신 '야간절도' 혐의 적용...28일 출소 못 해

입력 2021-03-26 19:26

검찰 1년만에 '특가법' 적용 배제..형법상 '야간건조물침입절도' 공소장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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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년만에 '특가법' 적용 배제..형법상 '야간건조물침입절도' 공소장 변경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사진=JTBC 뉴스룸 캡처〉
경기도 수원의 고시원에서 구운 달걀 18개를 훔쳐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코로나 장발장 48살 이모씨에 대해 검찰이 적용 혐의를 바꿨습니다.

수원고등검찰청은 지난 16일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냈습니다.

검찰은 이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왔습니다.

비슷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가중 처벌을 받아야 한단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은 검찰 측에 '적용 혐의를 변경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검찰 측은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닷새 만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겁니다.

검찰이 바꾼 혐의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죄입니다.

결국 1년만에 특가법을 빼고 일반 형법을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이 '야간침입 절도' 혐의는 지난해 3월, 수원중부경찰서가 달걀 18개를 훔친 이씨를 붙잡아 검찰에 넘길 때 적용한 혐의입니다.

경찰은 이씨에게 동종 전과가 여러 차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 당시 여러 정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은 이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당시 담당 검사의 수사보고서입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이씨가 이번에 훔친 물건(구운 달걀)은 이전에 훔친 것(쇠붙이나 고물)과 다르지만
습관적인 절도이니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며칠을 굶었더라도 '특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JTBC 뉴스룸은 지난해 7월부터 이 사연을 연속 보도해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의정부지법과 울산지법 재판부의 요청으로
이씨에게 적용된 '특가법 제 5조 4 제5항 1호' 위헌 여부를 심리 중입니다.

이 법 조항은 일명 '장발장 잡는 법' 으로 불립니다.
라면 몇 개, 통조림 몇 개 훔쳐도 실형으로 가중처벌되기 때문입니다.

일선 판사들이 나섰다는 것은
수원의 이씨 말고도 코로나 19 이후 먹을 것을 훔치다 특가법에 걸려
죄질에 비해 지나친 벌을 받을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그동안 유지해오던 특가법 적용을 왜 1년 만에 바꾸게 됐는지 수원고검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훔친 구운 달걀이 18개, 피해 금액이 5000원 정도에 이씨가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사정 등을 종합해 봤을때 양형상 '특가법' 적용은 좀 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용 혐의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이씨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로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저 1개월 이상 최대 10년이하 징역형을 받습니다.

벌금형도 없습니다.

또 이씨는 출소 2년 5개월만에 달걀을 훔쳐 누범기간(출소 3년)에 해당돼 집행유예도 받을 수 없습니다.

적용 혐의가 바뀌었지만 이씨는 구운 달걀 18개 절도로 실형은 피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JTBC 보도 이후 최근 경기도와 수원시가 오는 28일 출소하는 이씨에게 머물 공간과 생계지원, 의료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오는 28일 수원구치소에서 출소하지 못합니다.

적용 혐의가 달라지면서 지난 22일 재판부가 이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그래서 이씨는 출소해 헌재의 위헌 여부를 기다리는 대신
'달걀 절도'에 대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게 됐습니다.

경기도 복지과 관계자는 "이씨에게 병원 입원치료를 받게 할 계획이었다"며 "출소 일정이 미뤄져도 계획된 지원책은 연계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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