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종시에 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집 없는 사람들에겐 바늘구멍을 뚫기처럼 어렵습니다. 인기가 높아서입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특별 분양받습니다. 이렇게 특별 분양을 받아서 한 번도 살지 않은 채 그대로 팔아서 수억 원의 차익을 남긴 고위공직자가 여럿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국토부와 금융위를 비롯해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있는 부처의 공무원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똘똘한 한 채'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세종시 소담동의 한 아파틉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지난해 이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국장급 이상 다주택자는 한 채만 남기고 집을 팔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2억3천만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는데, 실제로 살지는 않았습니다.
손명수 국토부 2차관도 지난해 세종시 반곡동의 아파트를 팔아 9000만 원을 남겼습니다.
손 차관 역시 이 아파트에 산 적이 없습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거주한 적 없는 세종 아파트를 팔아 3억8000만 원을 남겼습니다.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를 판 국토부 1급 이상 공무원은 6명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인 3명은 실거주 한 적 없는 세종시 아파트를 팔아 차익을 챙긴 겁니다.
국토부뿐만이 아닙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도 실거주하지 않은 채 세종 아파트를 팔아 이익을 남겼습니다.
[공인중개사/세종 반곡동 : 분양은 절반을 공무원이 가져갔는데 이걸 분양받은 사람들이 다 살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여기 아파트 같은 경우도 세 되게 많거든요.]
시민들은 불만을 표합니다.
[진모 씨/세종 도담동 : 서민 입장에서 세종시 아파트에 분양받는 거는 너무 힘든 일인데 공무원 특혜로 분양을 받아서 차익을 남기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고위공직자들이 세종시 아파트를 팔고 남겨둔 것은 주로 '똘똘한 한 채'라 불리는 서울 강남의 아파틉니다.
국토부의 윤성원 차관은 강남구 논현동, 손명수 차관은 송파구 오금동,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초구 잠원동 등에 집이 있습니다.
시세는 20억 원 안팎입니다.
부동산정책을 책임지는 공직자들이 '강남 불패'를 인정한 꼴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올해 7월부터 특별 공급받은 아파트의 실거주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특별공급 제도가 생긴 지 11년 만의 '뒷북' 대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