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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초품아 살아야만 안전하게 학교 갈 수 있나요".txt

입력 2021-03-26 15:16 수정 2021-03-26 15:30

'어디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들 안전…아이 희생된 뒤 '늑장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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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들 안전…아이 희생된 뒤 '늑장 대책'

[초품아] :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의 줄임말.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등하교 할 수 있는 아파트로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길 원합니다. 위험한 길을 지나지 않고 통학할 수 있는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는 언제나 인기를 끕니다.

JTBC는 지난 한 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전 문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인천 중구 신흥동의 한 초등학교 앞이었습니다. 11살 여자아이가 불법 우회전 하던 화물차에 치여 숨진 곳입니다. 사고난 곳은 '초품아'와는 거리가 멉니다. 학교 정문 앞 왕복 6차선 도로에는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갑니다. 불법 우회전하는 차량도 계속 눈에 띕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은 대부분 제한 속도가 시속 30km이지만 이 곳은 시속 50km입니다. '교통 흐름을 고려해 제한 속도를 정했다'라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인천 신흥동 한 초등학교 앞. 불법 우회전하는 화물차.인천 신흥동 한 초등학교 앞. 불법 우회전하는 화물차.

한 학부모는 "(등하굣길이 너무 위험해) 다른 초등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이사까지 고민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 학부모는 아이가 걱정돼 하루도 빠짐없이 하교시간에 학교를 찾아옵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에겐 이조차도 쉽지 않죠.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초등학교 앞도 '초품아'와는 거리가 멉니다.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입니다. 주차금지구역이지만 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주차돼 있습니다. 불법 주차한 차들 때문에 아이 한 명이 편하게 지나갈 공간도 없습니다. 이 상황을 본 한 시청자는 '이러니 학교를 품은 단지가 인기(일 수 밖에 없다)'라는 체념 섞인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학부모 김의정씨는 "불법 주차한 차들 때문에 아이가 차에 치일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인 주정차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달라'고 인천 계양구청에 요구했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인천 작전동 한 초등학교 앞.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위험하게 하교하는 아이들.인천 작전동 한 초등학교 앞.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위험하게 하교하는 아이들.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11살 여자아이가 숨진 인천 신흥동 초등학교 앞 제한 속도를 시속 50km에서 30km로 낮추는 대책을 내놓은 겁니다. 오래 전부터 학부모들이 건의해왔지만 '교통 흐름' 때문에 어렵다던 방안입니다. 결국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학부모들의 건의사항이 받아들였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이 대책 마련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학부모들은 ″경찰과 지자체에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학부모들은 ″경찰과 지자체에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대책 마련엔 '거북이 걸음'입니다. 취재진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차 해결 방안을 묻자 계양구청 측은 "작전동 해당 초등학교 부근에 올해 말까지 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 2년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어디 사느냐'에 따라 자녀들의 안전도 달라지는 현실, 아이가 희생되기 전까지는 꿈적도 하지 않는 어른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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