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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감 위조해 천주교 돈 10억 빼돌린 직원…'횡령 수법' 어땠기에

입력 2021-03-23 18:04

5년간 128회 걸쳐 9억 8000여 만원 횡령…징역 2년 6개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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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28회 걸쳐 9억 8000여 만원 횡령…징역 2년 6개월 선고

9억 8000여 만원.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리국 직원이었던 임모(61) 씨가 5년에 걸쳐 교구에서 빼돌린 것으로 파악된 돈입니다. 임씨는 128회에 걸쳐 교구 명의 계좌에서 돈을 찾거나, 교구 소유 건물의 임대료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8일 임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교구 운영재단에서 10여 년간 일한 임씨는 재무회계팀에서 회계ㆍ세무ㆍ자금 업무를 맡았습니다. 임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인 위조, 사문서 위조ㆍ행사입니다. 쉽게 풀어 보면, 가짜로 서류를 꾸며 교구 돈을 빼돌렸다는 겁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자신에게 교구의 은행 업무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가짜 위임장'을 직접 워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은행 직원에게 제시했습니다. 이 위임장에 찍은 도장도 가짜입니다. 도장집에서 재단의 인장을 조각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씨가 손을 댄 재단의 돈에는 건물 임대료도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의 땅과 건물 등 모든 부동산은 법적으로 유지재단의 소유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임대 수익 중 일부를 직원인 임씨 개인이 가로챈 겁니다. 재판부는 임씨가 2015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28번에 걸쳐 재단 명의 계좌에서 9억8200여만원을 인출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렇게 횡령한 돈으로 자신의 빚을 갚는 등 사적인 곳에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내용이 좋지 않다"며 임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퇴직금 2700여 만원을 포기하고, 추가로 2000만원을 갚아 일부 피해를 복구한 점,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임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서울대교구 측은 임씨를 해임했고, 빼돌린 돈은 최대한 환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돈을 조금씩 여러 번 빼돌려 교구에서는 그동안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서울대교구 직원이 교구 재산을 횡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대교구 유지재단의 돈 2억 1000여 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신모(55)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신씨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9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렸고, 이를 생활비와 채무 변제, 주식 투자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신씨가 빼돌린 돈에는 성당에 들어온 헌금과 재단이 받은 법인세 환급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건은 별도의 범행으로, 신씨의 횡령 사실이 적발된 뒤 임씨가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대교구는 2007년부터 주보를 통해 전체 자산을 비롯해 수입ㆍ지출 현황이 담긴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교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이자, 종교재단으로는 이례적인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과 소홀한 관리로 '횡령'이란 씁쓸한 사례를 남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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