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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안철수 꺾고 단일후보…곧바로 '원팀' 이뤄질까

입력 2021-03-23 19:04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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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누르고 야권 최종 단일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오 후보는 또다시 눈시울을 붉히며 본선 승리를 다짐했는데요. 안 후보도 깨끗이 승복하면서 야권 승리를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두 후보와 두 당의 화학적 결합이 단일화의 남은 숙제겠죠.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어제(22일)저녁부터 몇몇 지인에게 카톡이 쏟아졌습니다. '오세훈이랑 안철수 중에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정치 테마주에 관심 많은 지인들이라 괜한 책잡히기 싫어서 아주 중립적인 답변만 내놨습니다. '직전 여론조사상 오세훈 후보가 살짝 우위를 보이긴 했지만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 아무도 예상 못 한다'고 말이죠. 간혹 예리한 지인들은 '기자들에게는 엠바고 걸고 사전에 결과 알려주지 않냐'고 콕 찔러보기도 했는데요. 애석하게도 저 역시 오전부터 발표 시각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1인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발표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정양석 : 이번 서울특별시장 4·7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로 결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 진짜 기분 좋아~ 오랜만에~ 야~ 파이팅~ 본선으로 가자! 오세훈! 오세훈! 오세훈!]

결국 승자는 오세훈 후보였습니다. 돌고 돌아 10년 전 그때 그 자리를 향해 한 발 더 내디딘 겁니다. 당내 경선 승자 발표 때처럼 오 후보, 또 다시 연설 도중 목이 메였는데요. 애써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오세훈 (지난 4일) :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시장으로서 10년간 살아오면서 그 죄책감, 또 자책감…]

[오세훈 : (시장직 사퇴 이후)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았습니다. 제 가슴 한켠에 자리한 이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성원해 주십시오.]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확한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요. 박빙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오 후보가 오차범위 밖 낙승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적합도와 경쟁력 모두 오 후보가 앞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오 후보는 안 후보에게도 위로와 당부의 말을 건넸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안철수 후보님께도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저의 손을 꼭 잡아주십시오.]

안철수 대표도 깨끗하게 승복했습니다.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오세훈 후보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반드시 승리하셔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야권의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습니다.]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정도로 표현하면 될까요? 안 대표가 스스로에게 내린 평가였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저는 야권 단일화의 물꼬를 처음 트고, 막힌 곳은 제 모든 것을 버리고 양보하면서 뚫어냈고 단일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고 생각합니다.]

단일 후보 선출이 1라운드였다면 이제부터는 본선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화학적 결합이 2라운드가 될 텐데요. 쉽게 말하면 '한 지붕 두 가족'이 '온전한 한 가족'으로 뭉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장 오세훈, 안철수 두 사람만 놓고 보더라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원팀'이 될 수 있을까요?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어제) : 신기루와 같은 후보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끝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내곡동 문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비단 어제 뿐만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 수차례 충돌했었죠. 안 대표가 선거 이후 야권 통합을 약속하며 '더 큰 2번'을 꺼내 들었다가 '더 큰 위기'를 맡기도 했었는데요.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 15일) :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시고 거기에 유력 주자가 결합하는 형태를 희망하셨는데 아마 그렇게 되면 내년 대선도 또 야권 분열로 갈 것입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 15일) : 제가 정치생명을 걸고 저들과 싸울 때, 어디 계셨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 (저에게) 야권 분열의 씨앗이라고 말씀하실 수는 없습니다.]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고 하니 이제 지켜봐야겠지만요. 그간 경쟁을 거치며 서로 간에 쌓인 앙금은 풀어야 할 숙제인 듯 합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공동선대위원장을 서로 맡아주시기로 하셨는데 그 부분이 여전히 유효하신지…) 네. 서로 그렇게 또 합의한 바가 있습니다만 우선 오세훈 후보께서 제게 요청을 해주시면 그러면 저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겠죠.]

두 사람의 단결도 중요하지만, 사실 두 당이 하나로 뭉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더 큰 산이 있습니다. 바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대표 사이 해묵은 갈등인데요. 두 사람의 감정싸움은 단일화 국면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아니 토론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시장 노릇은 어떻게 할 거야?]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김종인 위원장이) 어제는 도를 넘었습니다. 후보 뒤에 '상왕'이 있는 것은 아닌가?]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나는 상왕이 아니라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사람이에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김종인 위원장님의 사모님이 제 아내와 이름이 같습니다. 그리고 또 정치적인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도 여의도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혹시 그분과 착각해서 그러신 거 아닌가…]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아]

'토론 못하는 사람', '옹고집', '상왕', '정신 이상한 사람'. 두 사람이 지난 보름 동안 서로에게 쏟아낸 말입니다. 전략적 발언이었다고 해도 서로 과한 면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제 범야권 통합선대위원장으로 추대될 텐데요. 벌써부터 '안철수 대세론'을 꺾은 '김종인 매직'이란 탄성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죠. 하지만 본선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두 사람이 정치적 화해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김종인 매직'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김 위원장도 오늘 만큼은 안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그동안에 야권의 흥행을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을 많이 해주신 데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본인께서 스스로 단일 후보가 확정이 되면은 하여튼 본인도 열심히 시장 선거를 위해서 돕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말이 지켜지기를 갖다 바랍니다.]

승자인 오 후보야 이제 당연히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본선에 집중하겠지요. 패자인 안철수 대표의 향후 행보 역시 관심이 쏠리는 대목인데요. 일단 승복 기자회견에서는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함께 놓겠다고 약속했지요. 단일화 경쟁에서 승부수로 띄웠던 국민의힘과의 합당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당의 합당은 절차들이 있습니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뜻을 묻는 것이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또 필요한 양당의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들은 실무 선에서 조율을 해야만 될 것입니다.]

사실 국민의힘 내 신주류와 국민의당 사이 반목도 현재 진행형인데요. 신주류는 현재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서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을 말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과거 바른정당·국민의당 출신으로 안철수계였던 인물들인데요. 지금은 안 대표와는 관계가 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의당과도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합니다. 합당을 추진하면서 난관 봉착이 예상되는 지점이죠. 안 대표야 오늘도 범야권 대통합을 강조했지만요. 우선 1차 목표인 양당 공동선대위 구성과 합당부터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정리합니다. < 오세훈, 안철수 누르고 야권 단일후보 선출…곧바로 '원팀' 이뤄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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