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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이름 옆에 '부진', '관찰요', '편모'?...홈페이지 올린 학교

입력 2021-03-23 11:32 수정 2021-03-23 16:14

"1시간 이내 지웠다"지만...마음의 상처, 낙인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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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이내 지웠다"지만...마음의 상처, 낙인 우려 목소리도

이달 초, A 초등학교 학부모 B 씨는 학교 홈페이지 글에 첨부된 파일을 클릭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2021학년도 4, 6학년 반 편성 결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첨부된 '학급편성표' 명단 속 몇몇 학생들 이름 옆 '특기사항'에 '부진', '지원', '관찰요', '편모'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A초등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학생 명단 옆 '특기사항' 내역A초등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학생 명단 옆 '특기사항' 내역

B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이런 것을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습니다. 편부, 편모, 관심, 지원, 다문화…. 그런 자료가 실질적으로 올라온 것 자체가 잘못이고 애초에 작성한 것도 잘못이라고 봐요. 학생 수 스물 몇 명인데. 선생님이 마음속으로 편부모 자녀니 관심 가져야지, 다문화 학생이니 한국 문화 알도록 신경 써야지 생각만 하면 되지, 굳이 서류로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B 씨는 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우리 아이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그런 거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보거나 학부모가 봤을 때 내가 편모이기 때문에 아이한테 이렇게 기재가 되나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아요. 다문화 같은 경우도 요즘 많은데 굳이 기재가 돼서….

그런 생각을 한 학부모가 B 씨만은 아니었습니다. B 씨 뿐 아니라 다른 학부모도 학교에 항의 전화를 했고, 학교 측은 부랴부랴 글을 내렸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한 건지 학교 측에 문의해봤습니다.

이 학교 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교무부장이 (특기사항) 그 부분을 생략하고 편집을 해 놓은 상태에서 그걸 안 올리고,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반 편성 자료로 선생님들한테 '이 학생은 좀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뜻으로 참고하라고 만드는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린 거예요. 자료가 컴퓨터에 같이 두 개 있다 보니까 잘못 올린 거죠. 올리고 나서 바로 운영위원 한 분이 잘못 올린 것 같으니까 내려달라고 해서 1시간 이내에 바로 내렸거든요."

하지만 자녀 이름 옆에 '특기사항'이 기재됐던 학생의 부모 몇몇이 이미 명단을 본 뒤였습니다.
이후 학부모 3명이 학교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교장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명단을) 보신 학부모 몇 분이 오셨더라고요. '담임 선생님이 왜 (우리 아이에 대해) 그리 생각했는지. 우리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하셨습니다. 학교에서도 확인 못 하고 올린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 말씀드렸습니다."

교장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저희가 백 번 잘못한 거잖아요. 개인 정보 보호 때문에 안 올리는 게 맞는데 실수를 해서. 학부모에게는 두고두고 마음의 상처가 될 텐데. 그런 부분은 충분히 해명했고 이해해주셨고, 다음에 이런 일은 다시 없도록 해달라고…….

그런데 교장은 그런 명단을 작성한 것 자체에 대해선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반 편성할 때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령, 학급에 일반적으로 몸이 불편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학생은 담임 선생님이 학교 자체적으로 이런 내용 참조해주세요, 해서 올리는데, 그런 건 모든 학교가 하고 있어요. 사실은."

"모든 학교가 하고 있다."

이 말은 결국 홈페이지에 해당 자료를 올린 게 문제이지 아이 이름 옆에 특기사항을 적어 교사들끼리 공유하는 일 자체가 잘못은 아닌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해당 학부모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새 학년, 새 담임이 학생을 제대로 알아가기도 전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학부모 B 씨도 이렇게 말한 것이겠지요. 그 목소리를 빌어, 선생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마음속으로 관심 가져주시면 되지, 굳이 서류로 만들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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