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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90일 안에 560곳 점검"...'구멍 뚫린 석면 관리' 이유 있었다.txt

입력 2021-03-23 11:26 수정 2021-03-23 11:28

1군 발암물질 석면, 정책 우선순위는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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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발암물질 석면, 정책 우선순위는 '꼴찌'

JTBC는 1군 발암물질 석면이 공공 건축물에서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현실을 보도했습니다. 안전 관리 보고서부터 부실하게 작성된 정황도 여러 군데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더 취재해보니, 이런 '부실 점검'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 있었습니다. '기동취재.txt'로 정리했습니다.

◆관련 리포트
①[단독] 수천 명 머리 위로 '암 유발' 석면…시장 뚫은 '침묵의 살인자'
→기사 바로가기: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5843&pDate=20210310

②[단독] 공공기관에도 발암물질 '펄펄'…구멍 난 석면 관리
→기사 바로가기: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5842&pDate=20210310

취재진이 집중 점검한 곳은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 안 식자재 마트였습니다. 깨져서 먼지가 쌓이고, 물이 새 녹아내린 석면 타일을 눈으로 확인한 곳만 15군데였습니다. 현장 영상을 확인한 전문가도 "위험이 높은 쪽에 속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곳의 '석면 위해성 평가 보고서'의 타일 손상 점수와 비산성 점수는 모두 '0점'이었습니다. 부서진 곳도, 석면이 날릴 위험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마포농수산물시장 식자재 마트 천장은 석면이 5% 정도 함유된 석면 텍스로 지어졌습니다.〈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마포농수산물시장 식자재 마트 천장은 석면이 5% 정도 함유된 석면 텍스로 지어졌습니다.〈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2020년 8월과 12월 2차례 작성된 위해성 평가 보고서는 날짜 빼고 모든 게 똑같았습니다. 〈사진=한국석면안전보건연대 제공〉2020년 8월과 12월 2차례 작성된 위해성 평가 보고서는 날짜 빼고 모든 게 똑같았습니다. 〈사진=한국석면안전보건연대 제공〉

보고서는 1년에 두 번 씁니다. 작년 1차 보고서는 석면 조사 전문업체인 A사가 작성했습니다. A사는 점검할 때 부서진 타일을 못 본 걸까요? 현장 점검을 한 A사는 "지난해보다 손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작년엔 괜찮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상인들은 적어도 3년 전부터 천장에 물이 새고 타일이 깨져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취재기자도 사실 이곳 근처 주민입니다. 마트에 갈 때마다 내려앉은 천장에 눈길이 가곤 했습니다. 그게 석면 천장인 줄은, 기자도 상인들도 몰랐지만 말입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서울시의 '석면 위해성 평가'가 부실했다는 정황은 이 외에도 많습니다. 보고서에 손상 점수가 0점인 공공 건축물 여러 곳을 현장 점검해 보니, 실제론 석면 타일이 손상된 채 방치된 곳이 많았습니다. 공무원들은 조사업체의 부실한 1차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2차 보고서를 냈습니다. 날짜만 다를 뿐, 다른 건 다 똑같은 보고서가 많았던 이유입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①90일 안에 560곳 점검, 대금은 8천만원
②검증 없이 도장만 찍는 책임 공무원

'석면 위해성 평가', 누가 어떻게 하는 건지 추적해 봤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위해성 평가를 할 곳은 564곳, 농도까지 측정해야 할 곳은 그중 204곳이었습니다. 용역 기간은 3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약 90일입니다. 대금 약 8천만원에 이 용역을 낙찰받은 업체는 앞서 등장한 A사, 단 1곳입니다. 주말 없이 일해도 하루에 7곳씩 돌아야 하는 일정입니다. A사는 직원 수가 5명이 안 되는 영세업체입니다. 관련 업계에선 "낙찰이 돼도 곤란한 용역"이라고 말합니다. 예산도, 시간도 턱없이 모자란다는 얘기입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더 큰 문제는, 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돼도 검증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점입니다. 석면 건축물엔 석면안전관리인을 두게 돼 있습니다. 이 사람이 위해성 평가의 책임자입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조사 업체의 보고서에 도장만 찍어 주고, 또 그대로 베껴 자체 점검 보고서인 것처럼 제출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책임 공무원들은 모두 "맡고 있는 다른 일도 많다"라고 했습니다.

서울시 "위해성 평가 재점검 의무화…계약 단가 인상 노력"

JTBC 보도 이후 서울시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 기존의 최저가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겠단 계획입니다. 이렇게 하면 계약 단가를 20% 이상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조사 업체가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쓴 뒤, 책임 공무원이 꼭 다시 점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위해성 평가 때 작은 손상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보수하도록 조례를 만드는 방법도 살피고 있습니다. 모두 점검을 위한 점검을 피하기 위한 대안입니다.

행정기관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에는 시민의 감시만큼 효과적인 게 없습니다. 하지만 석면 건축물 관련 정보는 숨어 있는 게 많아 감시가 어렵습니다. 석면 문제가 '건강권'의 문제인 동시에 '알권리'의 문제인 이유입니다. 서울시는 시 공공건축물 석면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석면 함유 여부는 물론 건물별 석면 지도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환경부 석면관리종합정보망 사이트에서 석면 건축물을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관련 사이트 링크
-서울시 실내환경관리시스템
http://cleanindoor.seoul.go.kr/asbestos/regionBuilding.do
-환경부 석면관리종합정보망
https://asbestos.me.go.kr/user/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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