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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에 핸드볼 그만둔 피해자…가해자는 버젓이 명문 대학에 진학

입력 2021-03-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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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운동부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또 다른 폭로가 나왔습니다. 핸드볼부가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입니다. 코치와 코치의 아들인 주장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이 부원은 결국 운동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백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핸드볼 선수를 꿈꿨던 A군은 명문인 한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2019년부터 타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년 뒤인 지난해 7월, 운동을 그만뒀습니다.

핸드볼부 주장인 선배 B군과 코치 C씨의 폭행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A군/학교폭력 피해 학생 : (B군에게) 야구방망이로 하루에 20~30대씩 맞고, 머리에 하수구 철망에 머리를 박는데 한 10분 이렇게 박고 있으면 머리가 까지기 시작해요. 딱지 앉고 또 그 상태에서 (머리를) 박으면 또 딱지는 들리고 계속…]

선배 B군은 코치 C씨의 아들이었습니다.

코치 C씨에게도 폭행을 당했습니다.

[A군/학교폭력 피해 학생 : 뺨을 계속 때리는데 위로 잘못 맞았는지 코피가 나는데 '나는 너를 1분 더 때릴 거다. 1분이면 (피) 멈춘다'라고. 코트 더러워져서 제가 치우고. 계속 운동했어요.]

코치 C씨의 폭행 가운데 A군이 경찰에 구체적인 폭행 내용과 시점을 진술한 것만도 26차례.

'공을 멀리 던지지 못한다'며 야구방망이로 20회 넘게 때리고, 자고 있는 숙소에 취한 채 들어와 갑자기 뺨을 때렸단 진술도 있었습니다.

A군이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교육지원청은 학폭위를 열었습니다.

그 결과, 폭행의 정도와 빈도가 심각하다 보고 B군에게 전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두 사람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취재진이 B군 측에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폭행 여부 등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B군은 학폭위에서 훈육을 목적으로 접촉이 있었을 뿐, 폭행을 가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 학교 폭력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은 여섯 달 뒤 핸드볼 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피해자는 대학 측에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알리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운동을 그만뒀지만, 가해자는 정작 살아남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구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A군이 폭행을 1년 가까이 견뎠던 건 C코치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유명 대학 핸드볼 감독들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실제 학부모들과의 식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군/학교폭력 피해 학생 : 대학 입학에 차질이 생길까 이런 생각 때문에 그냥 조용히 맞고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맨날 코치가 '자기는 신고를 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라고 말해서요.]

운동을 그만두면 당장 진로도 막막했습니다.

[A군/학교폭력 피해 학생 : 저희는 고등학교가 아침 먹고 운동하고 점심 먹고 운동하고 수업을 한 시간도 들어가지 않아요. 선생님 얼굴도 잘 모르고…]

폐쇄적인 운동부 특성상 피해를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C코치는 일부 운동부원들에게 A군에게 평소 문제가 있었단 취지로 진술서를 써 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가해자 B군은 학교 폭력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뒤에도 올해 핸드볼 명문인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A군 측은 입시 전형 과정에서 대학에 세 차례에 걸쳐 학교 폭력 피해를 알렸지만 입학 절차는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대학 측은 이달 초 공개된 평가 기준이 아닌 사유로 입학을 취소하는 건 어렵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입시 요강을 보면 경기실적 성적 70%, 면접평가 20%, 학생부를 10% 반영하게 돼 있습니다.

학생부에는 학폭위 결과가 기록됩니다.

대학 측은 B군이 지원한 실기 우수자 전형에서는 학생부 성적만 반영할 수 있을 뿐, 학폭위 결과 등은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대학 관계자 : 폭력에 관한 질문 예시를 좀 넣었어요. '학교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같은… 한계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학폭으로 전학 이상 처분을 받으면 체육 특기자 자격을 잃게 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중 처벌' 문제로 시행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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