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외제차를 사는데, 명의만 빌려주면 2천만 원을 주겠다"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사기였습니다. 외제차는 구경도 못하고, 매달 백만 원 넘는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피해자들은 사기 규모가 6백억 원대라고 주장합니다.
최충일 기자입니다.
[기자]
[심모 씨/피해자 : 캐피털 전화 오면 무조건 '네네'라고 대답해라. 그러면 3개월 있다가 1대당 2000만원씩 주겠다.]
제주에 살고있는 예순 살 심모 씨는 지난해 10월 솔깃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캐피털 업체에서 돈을 빌려 외제차를 사면 2000만 원을 주겠단 것이었습니다.
이름만 빌려주면, 매달 갚아야 하는 할부금도 모두 대신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 석 달만 할부금을 낸 뒤 사라졌습니다.
심씨는 할부금과 보험료는 물론 범칙금 50여 건까지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사기 일당은 심씨의 이름으로 몰래 국산 고급승용차도 샀습니다.
이런 대포차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심씨 명의 차량은 지난달 서울에서 사고를 낸 뒤 버려졌는데 차안에선 마약으로 의심되는 가루가 나왔습니다.
[심모 씨/피해자 : 사고 난 차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대출금만 5000만원 일으킨다고 문자만…]
피해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280여 명이 600억 원가량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은 120여 명이 25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중 일부는 당장 생계가 막막한 실정입니다.
[양모 씨/피해자 : 제가 한 달에 지금 100만원 정도 버나 마나 하는데 할부금이 140만원 정도 되거든요. 또 도대체 차가 어디 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가 늑장이라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덕규/변호사 : 이게 마치 돌려막기 폭탄 돌리기처럼 계속돼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사기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제주도경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7명을 입건해 5명을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주범을 포함한 두 명은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