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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산모 음주 수술하고선 '한잔했다' 당당"…병원 측 "확인 중"

입력 2021-03-22 17:14 수정 2021-03-22 18:45

이란성 쌍둥이 중 아들 잃은 한 엄마의 호소
"아기에 문제 생겼는데도 수술 늦어져…심지어 '음주 수술'까지"
해당 병원 측 "내용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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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성 쌍둥이 중 아들 잃은 한 엄마의 호소
"아기에 문제 생겼는데도 수술 늦어져…심지어 '음주 수술'까지"
해당 병원 측 "내용 확인 중"

한 산부인과 의사가 만취 상태로 응급 산모를 수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제(21일) '열 달 품은 제 아들을 죽인 살인자 의사와 병원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 A 씨는 주치의의 '음주 수술'로 뱃속 아기를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담당 의사는 면허를 박탈하고 병원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A 씨는 이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올리며, 당시 음주 측정하는 주치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A 씨가 공개한 사건 당시 음주 측정 중인 주치의 모습(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A 씨가 공개한 사건 당시 음주 측정 중인 주치의 모습(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 씨에 따르면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했던 A 씨는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친정과 시댁이 있는 충북으로 산부인과를 다녔습니다. A 씨의 분만 예정일은 작년 10월 23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정일을 2주 앞둔 10월 9일 아침 7시 양수가 터졌고, A 씨 부부는 급히 병원을 찾았습니다.

공휴일이라 주치의는 휴진으로 병원에 없었고 당직의만 있었습니다. 당직의는 A 씨에게 "아기들 심장이 잘 뛰고 있고 쌍둥이 36주면 어느 정도 주 수를 채운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고 자연분만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4일 전 정기검진 때 "아기가 작아 제왕절개를 하자"던 주치의 말이 생각나 고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A 씨는 다행히 오후 4시쯤 주치의가 병원에 온다는 말을 듣게 됐지만, 시간이 됐는데도 주치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호사는 A 씨에게 "주치의가 다른 지역에 있어 오후 8시쯤 올 것 같다"면서 "주치의가 아기들이 너무 작으니 뱃속에서 더 키워보고 내일 오전 8시에 출산하자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저녁 6시 50분쯤 A 씨는 다리가 저리면서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숨쉬기도 힘들었습니다. 불안해진 A 씨는 의료진에게 아기들은 이상이 없는지 물었고, 의료진은 "아기들 심장 잘 뛰고 있고 잘 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산모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밤 9시쯤 간호사들이 급하게 태동 장치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당직의가 초음파로 아기 상태를 보더니 대뜸 "얘(아들)는 태어나도 가망이 없겠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열 달 동안 배 속에 아기를 품고 만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 A 씨. 아기에게 문제가 생겼단 말에 울부짖다 결국 정신을 잃었습니다. A 씨는 수술실로 옮겨졌지만, 수술은 바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A 씨 남편이 당직의에게 "긴급한 상황인데 수술을 시작하지 않고 컴퓨터만 하고 있냐"고 묻자, 당직의는 "수술이라는 건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당직의는 아들의 심정지가 확인된 9시 15분부터 50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밤늦게 주치의가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수술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란성 쌍둥이 중 아들은 눈뜨지 못한 채 세상에 나왔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 A 씨 남편이 주치의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묻자, 주치의는 의학적 소견 없이 "1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주치의는 눈에 초점이 풀린 채 비틀거렸고, 횡설수설한 모습이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상황임을 직감한 A 씨 남편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음주 측정에 나섰고, 주치의는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동호회에서 라이딩하고 술을 마셨다는 주치의는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요. 한잔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뒤, A 씨 부부는 병원장을 만났습니다. 당시 아들의 심장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수술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병원장은 "당직의가 페이닥터라 주치의 환자를 함부로 수술할 수 없어 수술이 늦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A 씨는 청원 글을 통해 "병원 직원 모두 주치의와 당직의가 아들을 살인한 행위에 가담한 방조범"이며 "더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해당 주치의와 당직의의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살인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런 의사들을 우수 의료진으로 내세워 많은 산모와 뱃속 아가들을 기망하는 병원에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달라"며 간곡히 청원했습니다.

이 청원 글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3,300명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현재 사전 동의 기준인 100명을 넘겨 관리자가 청원 내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청원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거쳐 공식 청원으로 전환됩니다. 관리자 검토 중에도 청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해당 병원 측은 오늘 JTBC와 통화에서 "청원 글과 관련한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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