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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내곡동 문제 확산" VS 오세훈 "신기루 같은 후보"

입력 2021-03-22 19:02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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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오늘(22일)부터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내일까지 이틀 동안 여론조사 진행 후 이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 단일 후보가 발표될 예정인데요. 양측은 이제 원팀 정신을 강조했지만, 오늘은 거센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복국장의 한 컷 정치, 복마크 이전에 있었던 복국장의 대표 코너였습니다. 오늘 발제는 한 컷 정치의 오마주로 서두를 열어보려고 합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사회생활의 달인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자, 아무튼 제가 고른 한 컷은 바로 이 사진입니다. 지난 1987년 대선에서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와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죠. 함께 앉아 있지만 정작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상이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장면입니다. 87년 민주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한 직후인 만큼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민주화 세력의 승리는 당연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판까지 둘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벌였고 단일화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결국 둘 모두 출마를 감행하면서 대선은 3자 구도로 치러졌는데요. 승리는 민정당 노태우 후보에게 돌아갔습니다. 두 사람의 오판이 군사정권의 연장을 불러온 셈이죠.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졌습니다.

안철수, 오세훈 두 사람도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비판은 듣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19일 단일화 불발 이후 치킨게임이 계속되나 싶었는데 막판에는 양보 배틀까지 벌이던 두 사람,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5일 이전에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하고 오늘부터 여론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오늘 내일(22~23일) 사이에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야당 단일후보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두 후보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일반시민 100%' 여론조사인데요. 이르면 내일, 늦어도 내일모레까지 단일후보 선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론조사 방식을 잠깐 살펴보면요. 한국리서치와 글로벌리서치라는 두 개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1600명을 대상으로 두 후보의 적합도와 경쟁력을 조사합니다. 모두 합해 3200명이 조사대상인데요. 각 기관이 800명에겐 누가 야권 단일 후보로 적합한지를, 800명에겐 누가 야권 단일 후보로 경쟁력이 있는지를 묻는 식입니다. 적합도는 오 후보 측이, 경쟁력은 안 후보 측이 선호하는 질문 방식이었죠. 조사방식은 선관위에서 추출한 안심번호를 사용해 무선전화 100%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무선 100%는 안 후보 측의 요구사항이었는데요. 국민의힘은 유선 10%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막판 협상에서 오 후보가 안 후보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 19일) :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이번 여론조사 누구에게 유리한 걸까요?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는 고령층보다 젊은 층 응답률을 높여 안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데요. 주말이 아닌 평일 조사라는 점은 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평일 조사에선 중도성향이 짙은 화이트칼라의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가 최종승자가 될지는 정말 안갯속입니다. 어제 지상파 3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요. 누가 유리하다고 하기도 어려운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됩니다. 먼저 적합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세훈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34.4%, 안철수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34.3%로 나타났는데요. 0.1%의 차이입니다. 이건 일명 신토토로 불리는 우리 신혜원 반장도 못 맞출 거 같습니다. 경쟁력 조사에선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대결에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냐'고 물었는데요. 오세훈 후보가 39.0%, 안철수 후보가 37.3%로 집계됐습니다. 적합도, 경쟁력 모두 오 후보가 안 후보보다 우위를 보였지만,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라 누구 하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앞서 양측 실무협상단은 오차범위 내에서 결과가 나오더라도 평균값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해 승자를 발표하기로 했죠. 두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타결되면서 어떤 결과라도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어제) : 단일후보가 결정이 되면 그때부턴 한 캠프, 한 몸이 되어서 그야말로 서로 도우면서 함께 뛰는 관계로 선거를 치르고, 또 서울시까지 함께 힘을 모아서 경영할 수 있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어제) :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하고 함께 서로 열심히 힘을 합쳐서 반드시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되도록 하자고 두 사람이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두 사람의 기류는 달랐습니다. 여론조사가 시작된 당일이죠. 자신에게 표를 달라며 막판 설전을 벌였는데요. 단일 후보 발표 이후 원팀으로 뭉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내곡동 문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더 밝혀지고 당시 일을 증언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제일 두려워하는 후보, 아무런 문제가 없는 후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저 안철수 후보를 선택해 주십시오.]

안 후보의 공략 포인트는 '내곡동'이었는데요.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는데 막상 본선에서 내곡동 문제로 사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은 겁니다. 반면 자신은 무결점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안 후보, 지난 단일화 토론회 때 분명히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었나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 16일) : 저 사실 이 질문을 드리는 게 공격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 후보님께 해명 기회를 드리려고 지금 질문을 하는 겁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 16일) : 고맙습니다.]

해명 기회를 준다더니 결국은 공세로 돌아선 안 후보를 보니, 오 후보로선 기분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의 내곡동 발언을 두고 "단일화를 앞두고 도리도 아니며, 지지세 결집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쏘아 붙였는데요.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가 가는 언행은 자제를 부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오 후보도 사실 오전에 안철수 후보를 가리켜 이런 말을 했었죠.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실체가 불분명한 야권연대, 정권교체를 외치는 신기루와 같은 후보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끝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능력과 경험이 검증된 후보, 실체가 있는 대체 불가한 후보가 나서야 합니다.]

'내곡동 대 신기루'의 싸움인가요. 오전에 벌인 신경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오후로 예정됐었던 두 사람의 회동도 불발됐습니다. 오 후보 측은 "현재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감안해서 단일화 후보 확정 이후로 연기했다"고 밝혔는데요. 일단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각자 일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론조사가 끝나면 후보와 양쪽 캠프 관계자 모두가 모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론조사가 마무리됐다고 해도 단일화는 어디까지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두 사람이 DJP 연합에 버금가는 단일화 사례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지난 87년의 과오를 반복할지는 두고 볼 일이겠죠.

오늘 발제 정리합니다. < 여론조사 첫날 거친 설전…안철수 "내곡동 문제 확산" VS 오세훈 "신기루 같은 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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