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입니다. 아이들이 손수 준비한 국화꽃을 놓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글귀도 보입니다. 어제(18일)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화물차에 치여 숨진 열한 살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발길이 종일 이어졌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엔 이 학교의 6학년 어린이가 글을 올렸습니다. 내 동생도 사고를 당할까 봐 무섭다면서 학교 앞으로 화물차가 다니지 않게 해달라고 적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사고 현장을 다시 가봤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제한 속도는 뒤죽박죽 헷갈리게 돼 있었고 불법으로 우회전하는 차량들은 계속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어제 사고가 직진 차로에서 불법으로 우회전을 하다 발생했다는 새롭게 취재된 내용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횡단보도에서 11살 초등학생 A양을 들이받은 화물차는 50미터를 더 움직인 뒤에야 멈췄습니다.
화물차는 사고 직전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화물차 운전자 60대 B씨가 불법으로 우회전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편도 3차선의 맨 끝 차선으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이 화물차는 직진만 가능한 중간 차선에서 우회전을 했습니다.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천천히 우회전 하도록 돼있는 도로교통법 25조 1항 교차로 통행 방법을 위반한 겁니다.
시야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우회전을 하다가 피해 학생을 그대로 들이받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화물차는 한참을 더 가서야 운행을 제지하는 경찰관들에 의해 멈출 수 있었습니다.
방과후 수업을 들으러 학교를 찾았던 피해 학생은 사고 직후 맥박과 호흡이 끊긴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경찰은 화물차의 차선 위반과 과속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교통안전공단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스쿨존 사고가) 엄청 중대한 범죄예요. 수사를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확인을 위해서 도로교통공단에 보낸 상태입니다.]
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를 숨지게 했을 경우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제한속도 50㎞? 30㎞?…사고 후에도 '무법지대'[앵커]
JTBC 취재진은 사고가 난 현장을 오늘 다시 가봤습니다. 경찰이 불법 우회전 차량을 단속하고 있었는데, 3분 사이 차량 두 대가 적발됐습니다. 불법 우회전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시속 30킬로미터 가 아닌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도로였습니다. 속도 제한이 '권고사항'으로 돼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교통 경찰관이 화물차를 급히 불러 세웁니다.
직진 차로에서 불법으로 우회전하는 차량을 단속하는 겁니다.
[교통경찰관 : 교차로 통행 방법을 위반했어요. 노면에 직진 표시라고 돼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했어요.]
사망 사고가 난지 하루도 안됐지만 3분 사이에 차량 2대가 적발됐습니다.
사고가 난 초등학교 앞은 인천항과 가까워 화물차들이 쉴새 없이 지나는 곳입니다.
[화물차 기사 : 여기로 가는 게 고속도로 올라가는 게 가까워요.]
빨리 가기 위해 불법 우회전도마다하지 않는 겁니다.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사고가 난 장소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시속 30km 아래로 달려야하지만, 정작 과속단속 카메라는 시속 50km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시속) 50㎞ 구간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량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는 건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입니다.
통행량이 많은 큰 도로에선 어린이 보호구역일지라도 제한 속도가 시속 30km보다 높을 수 있는 겁니다.
학부모들은 교통 흐름보다 아이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경희/학부모 : 다른 학교 앞에서는 저도 운전을 하지만 (시속) 30㎞도 안 밟았어요. 그런데 여기는 학교 앞인데…왜 이런 걸(제한속도 시속 50㎞) 적용해야 되고…]
경찰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어제 사고 직후 경찰이 만든 교통안전 개선 계획 문서입니다.
사고가 난 어린이 보호구역의 제한 속도를시속 50km에서 30km로 낮추겠다고 나와있습니다.
우회전 차량과 직진 차량을 분리하는 시설도 설치하겠다고 돼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안전조치가 더 빨리 이뤄졌다면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학부모 : 민원도 많이 넣었는데. 경찰서에도 넣고 중구청에도 넣고.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이런 답변밖에 돌아오지 않으니까…]
경찰은 장기적으로는 이 학교 앞으로 화물차 통행을 막을 계획입니다.
숨진 어린이가 다니던 학교 앞에는 추모의 발길이 하루종일 이어졌습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정수임·최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