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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면접관이 취미 뭐냐 물어", "갑자기 초과 근무 강요"…황당한 공공 일자리 백태.txt

입력 2021-03-18 17:44 수정 2021-03-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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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 일자리 노동자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JTBC〉한 공공 일자리 노동자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JTBC〉

지난 1월 우리나라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98만2000명 줄었습니다. 2월 취업자 수도 47만 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이자, 12개월 연속 감소입니다. 65세 이상을 뺀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률이 줄었습니다.

코로나까지 겹친 '취업 참사' 속에서 정부는 세금을 들여 만드는 공공일자리를 올 1분기 90만 개 넘게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단기 계약직 일자리로는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경영계를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정부는 공공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정부에 의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고, 필요에 의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공공 일자리의 성격 때문에 현장에선 다소 황당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공공 일자리에 지원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초과 근무 강요받고 수당도 못 받았다"…노동청에 진정 낸 디지털 일자리 노동자들

한국법령정보원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쳐〉한국법령정보원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쳐〉

장모 씨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법령정보원에서 3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만든 디지털 정부 일자리였습니다. 한국법령정보원은 법제처가 설립을 허가한 비영리법인으로 여러 법령에 관한 정보를 취합하고 제공하는 업무를 합니다.

장씨는 150여 명의 동료와 함께 법령들에 대한 설명을 통일된 형태로 전자화하고, 새 법령문의 서식 등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 입력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이들이 서명한 근로계약서에는 '일주일에 5일 근무하며 하루 15건의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씨는 "한국법령정보원 측이 10월 초 갑자기 업무를 빨리 마감해야 한다며 하루 20건의 작업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래 계약 기간인 12월 중순까지가 아니라 11월 말까지 마무리를 해야 하니 하루 20건씩을 해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장씨는 "많게는 수백장의 자료를 검토하고 작성해야 해 2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업무를 하루에 20건을 하라고 하는 건 과도한 지시였다"며 "어쩔 수 없이 새벽까지 일하거나, 휴일에도 일하는 방식으로 각자 할당량을 채워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장씨 등 8명은 서울고용노동청에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고 부당한 추가 업무를 강요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한국법령정보원 측은 "작업을 11월 말까지 끝내야 오류가 없는지 검토할 시간이 생겨 그렇게 조치한 것"이라며 "애초에 없던 업무들을 새로 만들어 분배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초기에 하루 업무량을 못 채운 사람들도 있어 뒤로 갈수록 할당량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법령정보원 디지털 정부 일자리 노동자들의 단체 대화방. 〈사진=장씨 측 제공〉한국법령정보원 디지털 정부 일자리 노동자들의 단체 대화방. 〈사진=장씨 측 제공〉

장씨 측은 "초기에 제대로 된 설명이나 가이드라인도 없이 업무를 시작해 모두가 우왕좌왕했고, 서버가 불안해 저장한 결과물이 삭제되는 등 근무 환경이 엉망진창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당시 이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업무 설명 가이드라인이 아직도 안 나오다니", "작업을 힘들게 해서 저장했는데 날아갔다. 멘탈 나가네요" 등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면접관이 지각하고 '취미는 뭐냐'고 물어"…기관 측 "면접자들에게 사과했다"

취업준비생 양모 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JTBC〉취업준비생 양모 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JTBC〉

취업 준비생 양모 씨는 지난달 공공 일자리 중 하나인 서울형 뉴딜 일자리로 서울시립과학관 면접에 갔습니다. 그런데 면접관이 지각해 면접이 20분 넘게 지연됐습니다. 양씨는 "사기업은 물론 아르바이트 면접에서도 면접관이 지각했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황당해했습니다. 양씨는 또 "외부 면접관 중 한 명은 다른 지원자들에게 '취미가 뭐냐', '주말에 보통 뭘 하냐' 등 직무와 무관한 질문만 했다고 해 정말 채용에 관심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과학관 측은 "외부 면접관이 지각한 것에 대해 면접자들에게 사과했다"며 "관련 없는 질문을 했다는 평을 들은 면접관은 다음 초빙 때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걸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외부 면접관들에게 직무와 관련된 질문을 하라며 예시 질문들을 제공하지만,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질문을 하면 우리가 마땅히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양씨는 취재진과의 1시간 가까운 인터뷰를 마치면서 "공공 일자리들에 지원해 경험해보니, 일자리 수는 많을지 몰라도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고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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