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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니면 돼?…부동산 적폐청산, 판키우는 여·야

입력 2021-03-18 19:35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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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LH 사태의 여파로 정치권이 '부동산 적폐 청산'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는데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아니라,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특검과 국정조사, 전수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 지는 물음표입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나만 아니면 돼? 부동산 적폐 청산, 판 키우는 여야 >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대통령. '적폐 청산'이란 전가의 보도까지 꺼내 들었죠?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지난 15일) : (국민들은)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주기 바랍니다.]

LH 사태로 수세에 몰렸던 정부와 여당. 문 대통령이 깃발을 올리자, 일제히 공세에 나섰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어제) : 우리 사회의 오랜 치부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공직 사회를 투명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만들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어제) : 부동산 적폐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LH 특검과 함께 엘시티 특검 도입이 필요합니다. 엘시티는 지역 토착 부동산 비리 카르텔의 결정판입니다.]

민주당이 뽑아든 '특검 카드'. 사실 그 칼날이 어디로 향할 진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엘시티'는 판도라의 상자입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탄핵' 위기에 몰리자, 꺼내든 카드가 '엘시티 수사 지시'였습니다. 당시 이런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김구라 : 부산 엘시티 사건과 관련해서, 김무성 전 대표님도 그렇고 문재인 대표님도 그렇고, 이름이 좀 나와서 둘다 강경하게 대응하셨는데, 평상시와는 다른 강경한 모습을 보이셔서 그 배경이 뭔지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문재인 (2016년 11월) : 엘시티 사업 초기부터 인허가 과정에 로비, 비리 의혹이 컸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특혜가 주어졌는데 그 특혜의 결정판은 건물에 대해서 투자이민제를 승인해준 것입니다. 이런 특혜 과정에 야당 사람들이 영향을 미칠 만한 위치에 있어 본 적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의혹의 대상자들이 거꾸로 야당에 의혹을 뒤집어 씌우는 정치 공작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죠.]

논란이 커지자 여야는 대선을 치른 뒤 '엘시티 특검법'을 도입하기로 합의를 했었는데요. 끝내 실행에 옮겨지진 못했습니다. 대선이 끝난 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에선 이런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강효상/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 (2017년 8월) : 엘시티 시행사인 이영복 회장의 비자금 사용 출처, 정경유착 관계자들의 개입 과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상당수 제기되었습니다. 적폐 청산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에도 유독 이 특검 문제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엘시티 관련 의혹은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핫이슈였습니다. 서병수, 오거돈 두 후보가 서로에게 "특혜대출에 연루됐다", "측근이 엘시티 비리로 실형을 받았다"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서로 '엘시티 특검을 요청하자'며 맞불을 놓기도 했습니다. '엘시티'가 부산 정가의 '복마전'이었던 건 분명한 듯합니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의혹이 불거졌으니 말입니다. 민주당이 다시 꺼낸 '엘시티 특검', 국민의힘도 마냥 무시할 순 없었나 봅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4년 전 합의하고도 사실상 거부했던 엘시티 특검을 뒤늦게 들고 나왔습니다. 집권 4년 동안 엘시티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까. 하자고 들면 못할 것도 없지만 LH 사태로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 판에 여론 물타기하고 근거 없는 네거티브로 국민들의 시선을 호도하려는 민주당의 저의에 분노합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이죠? 하태경 의원도 "엘시티 특검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엘시티' 관련 의혹. 여야 모두 일단은 '특검'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탈 기세입니다. 다만, 칼날이 어디로 향할 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봐야 알 듯한데요. 이번에도 '정쟁'만하다 끝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특검에 공을 들이고 있다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국정,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 전반에 걸쳐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형두/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어제) :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찰의 직접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의 신속하고 객관적인 국정조사가 반드시 실시되어야 합니다. 청와대 소속 공무원 및 공무원 관련 사안 전반…]

국정조사에 민주당도 합의는 했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실효성이 있겠냐는 겁니다.

[김태년/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지난 16일) : 이건 야당이 제안을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협의를 하겠습니다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게 조사가 제대로 되려면 개인 정보들을 다 받아볼 수 있어야 되는데, 국정조사에서 과연 그게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여야 간의 협의, 과연 제대로 이뤄질까요. 국회의원 전수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여야는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슈가 생길 때마다 (손혜원 전 의원 '이해충돌 논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의혹, 이미선 헌법재판관 주식 보유 논란) 전수조사 약속을 반복해 왔는데요.

[박찬대/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2019년 10월) : 훼손된 우리 사회의 공정성, 정의의 과제를 회복하기 위해 국회가 의원 자녀 입시 전수조사부터 대답할 차례입니다.]

[김현아/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2019년 10월) : 정작 조국 문제에 대해선 소극적 대처와 방관으로 일관하더니 국회의원 자녀 전수조사에는 요란한 양철북처럼 소리만 큽니다. 왜 청와대와 고위 공무원은 빼놓는 것입니까?]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할까요? 시끄럽게 다툼만 벌이다, 결국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습니다. 우리 의원님들, 이번에는 좀 다를까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 조남관의 묘수? 수사지휘 수용하며 "고검장도 참석" >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어제 임기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를 수사하던 당시, 검찰 수사팀이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었죠. 대검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었는데요.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를 하라, 지휘를 한 겁니다.

[이정수/법무부 검찰국장 (어제) : 대검이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안임에도 그동안 계속해서 사건 조사를 담당해온, 감찰부장 등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않고,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직접 기소를 지시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압박을 넣은 셈인데요. 박 장관은 회의 전에 꼭 의견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도 구체적으로 명시를 했죠? 

[수사지휘서 (음성대역) : 회의에서 감찰부장,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로부터 사안 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기 바랍니다.]

어쩌면,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숙제를 내준 셈입니다. 대검은 입장이 조금 난감했을 듯합니다. 이미 사건을 조사한 검사들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상황. 그렇다고, 장관의 지휘에 무작정 반기를 들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일단 정면충돌은 피했습니다. "대검은 합리적 의사결정 지침에 따라 공정성을 담보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박 장관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하게 열고,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연구관의 의견도 청취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기술을 하나 걸었습니다.

[조남관/검찰총장 직무대행 (음성대역) :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습니다.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의 무혐의 결론, 부부장 검사급 연구관들이 회의를 해 내놓은 거였죠? 그런데, 부부장보다 직급이 높은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론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 조금 고개가 갸웃합니다. 조 대행이 말한 검찰 내·외부의 우려. 아무래도 대검 부장 검사들이 친정부 성향이란 지적을 의식한 듯합니다. 그래서 내놓은 카드, 고검장들까지 회의에 참석시키겠다는 겁니다. 법조계에선 조 대행이 박 장관의 지시를 따르면서도, 반격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 장관은 대검의 입장에 일단 수긍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부장회의에 고검장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근거가 있기 때문에 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핵심은 감찰부장과 임은정 부장검사의 의견을 경청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 경청(傾聽), 귀 기울여 들어달라는 뜻이죠? 회의 결과에 따라 경청 여부가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나만 아니면 돼? 부동산 적폐 청산, 판 키우는 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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