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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에 코피까지"…잇따른 면역반응에 '백신 휴가제' 추진

입력 2021-03-16 17:38 수정 2021-03-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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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물리치료사 A씨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날 밤부터 고열과 근육통에 시달렸다. A씨는 이튿날 병원에 전화해 '병가를 쓰겠다'고 알렸다. 부서장은 '하루 쉬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흗날 출근했더니 '병가는 반려됐다'는 통보와 함께 '연차를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백신 접종 후 혈압이 오르고 코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B씨를 대신해 일할 사람은 없었다. 다음날, 그는 아픈 몸을 끌고 출근해야 했다.

간호사 C씨도 접종 후 고열과 근육통이 생겼다. 그 역시 대신 근무할 사람을 찾지 못하고 출근했다. 증상이 심해지자 부서장은 C씨를 뒤늦게 업무에서 배제했다. C씨는 눈물을 흘리며 귀가했다.

백신 접종 후 고열과 근육통 등 면역반응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와 여당이 '백신 유급휴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 접종 후에 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열이 나거나 통증을 경험하는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면서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백신 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오늘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하려면 전 과정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백신 휴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직장인과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이틀간 유급휴가를 주거나 출석으로 인정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백신 휴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경증 부작용이라고 해도 국민들이 증상을 심하게 느낄 수 있다"면서 "하루나 이틀 정도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접종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대체 인력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의료진이나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이 백신 휴가로 자리를 비울 때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접종 일정에 여유를 달라는 요청도 있습니다. 이향춘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장은 "한 병원에서 2주 정도 기간에 2,000여 명의 직원들이 백신을 접종했다"면서 "한꺼번에 많은 직원들이 접종하다 보니 이상 증후를 겪어도 갑자기 병가를 주거나 근무를 조정해주기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등 정부 관계부처는 백신 휴가 제도화 방안을 검토해 중대본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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