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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 부산 대저에 공존하는 축하와 한숨

입력 2021-03-16 11:04

곳곳에 내걸린 축하 현수막...농민들 "투기세력들이 갑질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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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내걸린 축하 현수막...농민들 "투기세력들이 갑질 횡포"

"공공택지지구와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축하합니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 도로 곳곳에는 각양각색의 경축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경기 광명, 시흥, 광주 산정과 함께 부산 대저를
공공택지지구로 지정했습니다.

강서구를 포함한 서부산권은 해운대 등 동부산권보다
낙후됐다는 평을 받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호재라는 큰 기대 심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공인중개사 방영준 씨는 부동산 업계가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인구 유입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토지 거래가 많이 늘어난 것을 강조했습니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 곳곳에 나붙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축하 현수막[사진=조선옥 기자]부산 강서구 대저동 곳곳에 나붙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축하 현수막[사진=조선옥 기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봤습니다.

올해 1월과 2월 부산 강서구 대저1동의 토지매매는 132건이었는데
정부 발표가 있던 지난달 92건이 집중됐습니다.

지난해 한 달 평균은 26건이었으니 지난달에만 3.5배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대저 일대 농지의 80%는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투기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A 씨는 어떻게 그런 정보들을 알고 외지인들이 투기하는 것이냐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상실감과 허탈감마저 느낀다고 했습니다.

소작농들의 한숨도 깊어졌습니다.

투기목적으로 토지를 사들이는 외지인들이 늘면서 농사지을 땅이 워낙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땅을 빌려 농사를 짓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농민 B 씨는 개발이 되면 그나마 짓던 농사도 더는 못하게 되니 생업의 터전도 잃게 될 것이라며 막막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땅 주인 80%가 외지인인 대저1동[사진=조선옥 기자]땅 주인 80%가 외지인인 대저1동[사진=조선옥 기자]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도 땅 주인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농민 C 씨는 땅 주인들 대부분 자신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소작농과 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영농직불금마저 챙겨간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힘없는 농민들은 농사는 짓지만, 농업경영체 등록을 못 하고 비료나 농약 등 영농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투기세력들에 대한 꼼꼼한 전수조사로 불법 행위를 밝혀내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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