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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공사장 옆 우리집에 금가도 입증 어려운 게 불편한 진실입니다." txt

입력 2021-03-12 14:54 수정 2021-03-12 14:55

[기동취재] "공사장 옆 우리집에 금가도 입증 어려운 게 불편한 진실입니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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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공사장 옆 우리집에 금가도 입증 어려운 게 불편한 진실입니다." txt

개학하고 보니 학교 급식실에선 물이 새고, 발파 소음 때문에 수면제 없인 잠을 못 자기도 합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주민들이 취재진에게 털어놓은 말들입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교와 주택가 옆에선 2018년부터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발파공사가 시작된 최근 6개월 사이 균열과 누수가 집중적으로 생겼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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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의 답변을 일문일답으로 전합니다.

◆관련 리포트
[밀착카메라] 갈라지고 물 새고…불안한 '공사장 옆 주민들'(3.4)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5009

Q : 함께 현장을 보셨습니다. 균열이 왜 생겼다고 보시나요.
A : 균열이 생긴 시점이 발파 공사 시점과 맞물려요. 공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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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아직 공사는 진행 중인데요. 그럼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A : 지금이라도 발파 기법을 바꿔야 합니다. 공법을 바꿔 진동을 줄일 필요가 있어 보여요. 틈이 생생하잖아요. 당장 앞으로도 균열이 연속적으로 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보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Q : 현재 진행 중인 제어발파공법을 무진동공법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A :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무진동 공법으로 공사하게 되면 공사 비용이 많이 들고 공사 기간이 늘어나요. 우리나라에서 지하 터널 공사할 때 주변 건물들이 영향을 안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기술적으론 가능해요. 우리나라 토목기술이 세계적이에요. 하지만 공사를 싸게, 기간을 짧게 하다 보니 기법은 있는데 하기 어렵다는 거죠. 안전보다는 경제성을 우선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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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는 "주민들의 피해주장 내용이 현장과 관련이 '있다' 또는 '없다'고 확실히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만 장기간의 공사로 인해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이기에, 주택단지 중심으로 16건의 보수공사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앞으로 주민들과 협의해 가용 가능한 범위에선 보수공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Q : 공사는 안전기준 범위 내에서 진행됐습니다.
A : 그 기준치라는 건 일반적인 얘기에요. 주변의 지질이나 건물의 상태, 기초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추더라도 여건에 따라 공사가 영향을 준다는 말이거든요. 공사하는 입장에선 돈을 벌어야 하니까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최선으로 한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쪽이 나쁘다고만 할 순 없고요, 전부 다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에요.
※발파 기준치: 소음 75dB, 진동 0.3cm/sec

Q : 주민들은 대체 어디에 호소해야 하냐고 하더군요.
A : 네, 왜냐하면 발파로 인한 피해라는 걸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언제 어떤 발파 공사의 영향으로 균열이 났는지 입증해야 손해배상을 할 텐데, 하기 어렵습니다. 균열이 나더라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는 말이에요. 공사하는 사람은 다 알죠. 그걸. "다들 그렇게 하는데 뭐 어떠냐"는 경우가 많고요. 어떤 기술자가 오더라도 어쩔 수가 없는 '불편한 진실'인 거죠. 일반인들은 전문 지식이 없잖아요. 공사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이에요. 이길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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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발주한 한국도로공사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장 인근 계측기(지하수위계, 지중침하계, 지표침하계 등)를 설치,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사에 따른 피해보상은 원인 규명을 위한 자체 조사 및 조사결과 검증 후, 공사로 인한 피해로 판단될 경우 계약조건(설계·시공 일괄 입찰공사)에 따라 시공사에서 피해보상을 하게 되어있다"고 했습니다.

Q :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걸까요.
A : 공사를 인허가할 때 주변 건물들에 균열이나 침하가 나면 공사하는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것만 계약조건에 넣어버리면 공사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조사합니다. 사전에 지질조사 충분히 하고, 건물 기초도 충분히 봐서 여건에 맞게 충분하게 할 수가 있어요.

Q : 이런 현장이 전국에 참 많다고요.
A : 전국적으로 너무 비일비재해요. 개인 간, 공사하는 사람과의 분쟁에 맡기지 말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일반인들이 피해를 안 보죠.

Q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 이 문제는 시스템으로 봐야 해요. 어느 한쪽만 나쁘다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죠. 공사하는 입장에선 돈을 벌어야 하고, 법이 허용하는 기준에 맞춰 진행하고 있는 거거든요. 무진동으로 할 테니 공사 기간을 제대로 달라? 그런 말 쉽게 못 해요. 시간이 돈인데. 하지만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우리의 관행과 시스템을 되짚어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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