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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5만원도 아까워" 집단감염 병원 '엉망 환기'.gif

입력 2021-03-12 11:06 수정 2021-03-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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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의 환기시설 내부. [제보자 제공]지난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의 환기시설 내부. [제보자 제공]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의 열악한 환기시설을 제보합니다"

지난 주 JTBC에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자신을 한 병원의 시설관리자라 밝힌 A씨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의 영상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거기엔 수년간 방치 된 듯, 수북히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피거나 고장 난 환기시설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기본 방역수칙으로 '환기'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선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A씨는 "매일 이런 시설을 거쳐 올라오는 공기를 환자들이 마시고 있다"며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A씨는 "내 가족은 절대 이런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의 환기시설 [제보자 제공]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의 환기시설 [제보자 제공]
◆집단감염 병원의 엉망 환기, 결국 '돈' 때문
바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환기시설을 방치해두는 것일까. 곧 돌아온 답은 '돈돈돈'이었습니다. A씨는 "병원에선 돈 5만원을 쓰는 것도 싫어한다"며 "돈 문제만 나오면 병원장이 민감해진다"고 했습니다.

실제 200~300개 병상을 지닌 종합병원급 병원의 방치된 환기시설을 모두 손보는 데는 최대 억단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 후엔 필터 관리만 하면 됩니다. 관리가 안될 경우 초기 비용은 꽤 들어가는 편입니다.

여기서부턴 병원장의 '선의'에 맡겨야 합니다. 환기 시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꺼이 고치는 병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런 문제로 정부나 보건소 공무원에게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주변에서 괜찮다고 한다"며 그냥 내버려둡니다.

 
JTBC취재결과 환기시설이 방치된 병원들은 모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으로 확인되었다. [JTBC뉴스룸 캡처]JTBC취재결과 환기시설이 방치된 병원들은 모두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으로 확인되었다. [JTBC뉴스룸 캡처]
◆환기시설 규제 전무, 보건복지부 인증 해주기도
병원장들의 이런 반응은 경제적으론 오히려 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의 환기 시설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고, 병원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아서입니다. A씨는 "돈 들여 환기 시설을 고치지 않아도 문제 삼는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예로 JTBC가 한 주 동안 확인한 환기시설 방치 병원이 6곳(그중 2곳에선 코로나19 집담감염 발생)에 달했는데, 그 병원들은 모두 의료계의 'KS마크'라고 불리는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었습니다. 6곳의 병원 중엔 4년마다 이뤄지는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지 몇 개월도 안 된 병원도 2곳 포함돼 있었습니다.

병원의 환기시설 문제가 방역의 구멍으로 지적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도 환기 시설 문제는 병원 내 메르스 감염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1월 감사원이 작성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엔 이런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제보자는 병원장에 환기시설 설치를 건의해도 "정부가 문제삼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JTBC뉴스룸 캡처]제보자는 병원장에 환기시설 설치를 건의해도 "정부가 문제삼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JTBC뉴스룸 캡처]
◆2016년 '환기' 지적원 감사원의 메르스 보고서
①(메르스 환자) 3번 및 1번 환자가 같이 입원 8104호는 배구기가 없기 때문에 환기가 안 되는 상태에서 병실 전체가 오염됐고, 이후 3번 환자에게 감염됐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
②환기시스템의 가동 여부가 인접병실 및 원거리 병실로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
③병원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 의료기관의 병실 환기 기준을 참고해 합리적 기준 마련해야.

메르스 사태 당시 역학조사관으로 참여해 병원 내 환기시설 연구를 맡았던 성민기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당시에도 환기시설 문제가 감염의 원인으로 지적됐다"며 "창문을 열 수 없는 여름이나 겨울에 환기가 되지 않은 병원은 바로 '3밀(밀폐·밀집·미접)' 환경이 된다"고 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메르스 사태 이후 2017년 법을 바꿔 의료기관의 환기시설 설치를 의무화 했습니다. 하지만 법안에 보수와 유지 규정은 빠졌고, 환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니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 뒤 병원 내 환기시설 기준 설립에 대한 논의가 조금 있다가 이후 관심이 확 줄어들었다"고 했습니다.

 
병원시설 내 환기시설 관련 법안 작업에 나선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 [JTBC뉴스룸 캡처]병원시설 내 환기시설 관련 법안 작업에 나선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 [JTBC뉴스룸 캡처]
◆국회 "환기시설 법령 손 볼 것"
국회는 JTBC 보도 이후 입법 개정 작업에 나섰습니다. 병원 내 환기시설의 유지·관리 내용을 법안에 명문화하는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 이후에 병원의 환기시설이 환자의 의료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이 크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한다고 바로 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JTBC에 이 문제를 제보한 A씨는 "돈에 민감한 병원장의 선의에만 의존해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법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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