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LH 직원 중엔 광명과 시흥에서 모두 아홉 군데에 땅을 산 인물이 있습니다. LH에선 '강 차장'이지만, 주민들에겐 '강 사장'이라고 불립니다. 땅을 살 땐 지분 쪼개고 그 뒤엔 어린나무를 심었습니다. 정말 전문 투기꾼의 솜씨가 보이는데, 이 사람의 이력을 추적해 보니 이미 10년 전에 부동산 고수라며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정리하면 "신도시의 단독주택 용지를 사라"였습니다. 마치 이번 투기 의혹의 예고편 같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필지입니다.
4명이 쪼개서 산 곳으로 19억 원이 넘습니다.
왕버들이 빼곡히 심겨져 있습니다.
인근의 과림동 필지입니다.
역시 7명이 20억 원 넘게 주고 샀습니다.
에메랄드그린이 촘촘히 식재돼 있습니다.
두 곳 모두 LH 간부 강모 씨의 땅입니다.
이를 포함해 광명·시흥 신도시에 강씨가 갖고 있는 땅은 9군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투기 의혹을 받는 13명의 직원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LH동료 직원들과 같이 쪼개기로 샀고, 희귀종을 심어 보상액을 높였습니다.
[A씨/공인중개사 : 월급 받는 업자지요. 지식을 다 알고 또 공부를 하고. 그랬으니 다 자기 판이었겠지요. 얼마나 쉬웠겠어요.]
이같은 수법에 능했던 건 상당기간 LH통합판매센터에 근무하며 얻은 기술로 보입니다.
통합판매센터는 LH가 보유한 공급 필지의 세부 내역을 만들어 외부에 파는 업무를 전담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강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LH 인사규정엔 해당 자격증을 딸 경우 가산점을 줍니다.
[조주현/건국대 교수 : 부동산 시장이 돌아가는 걸 알아야 업무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좋은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죠.]
강씨는 10년 전 한 신문의 '고수에게 듣는다'는 코너에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투기를 막아야 할 LH 직원이 드러내놓고 투기 기술을 공개한 겁니다.
그는 "은퇴 준비엔 신도시의 단독주택 용지가 딱"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씨를 비롯해 이번에 적발된 LH 직원들 대부분이 노린 게 바로 이같은 단독주택용지였습니다.
10년 전 인터뷰가 이번 투기 의혹의 예고편이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