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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지나"…황교안, '정치 재개' 선언

입력 2021-03-10 19:29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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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뒤, 잠행을 이어왔죠.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선언했습니다.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걸로 풀이가 되는데요. 야만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4·7 재보선이 마지막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개와 늑대의 시간은 지났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정치 재개를 선언하며 한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양 떼를 지키는 '충직한 개'인 줄 알았더니 '늑대'였다, 날을 세운 건데요.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황 전 대표가 나선 이유. 표면적으로 내세운 건, 4·7 재보선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경종을 울릴 마지막 기회다, 강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황 전 대표의 복귀 소식에, 국민의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그거는 황교안 대표 개인적인 생각이지 뭐 그거야 누가 그런 얘기 하는 걸 갖다가 억제할 수가 없잖아요.]

재보선을 앞둔 국민의힘 입장에선 황 전 대표가 바로 '늑대다'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황 전 대표의 정치적 이미지, 한마디로 '아스팔트 사나이'입니다. 20대 국회 때 강경 투쟁을 이끌며, '보수본색'을 가감없이 드러냈죠. 문제는 황 전 대표의 이 강경보수 이미지가 국민의힘이 준비 중인 재보선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황 전 대표의 '짝꿍'으로, 20대 국회에서 투쟁의 선봉에 섰었죠? 나경원 전 의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나 전 의원의 패인 가운데 하나. 이른바 '짬짜면론'이 꼽히는데요. 본인은 짜장면을 잘 만든다며 보수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가, 짜장면 가격만 맞추고 사라졌습니다.

[나경원 : 짜장면 평균값을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맞췄죠. 유일하게. 5300원. 맞췄습니다. 역시 준비된 후보 맞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였냐, 짜장면 한 그릇이었습니다.]

짜장면보다는 볶음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중도확장론이 최종 선택을 받은 겁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달 26일) : 나는 보수다, 중도는 허황된 이미지다, 뭐가 실체가 있는지 모르겠다, 중도는 의미 없다, 이런 말씀을 본인이 하셨기 때문에 수도권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의 마음을 잡지 않으면 스윙보터들의 마음을 잡지 않으면 힘들다…]

나 전 의원이 그냥 짜장면이라면, 황 전 대표는 간짜장입니다. 오 전 시장과는 정치적 간극이 더 큽니다. 지난 2019년이었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의 노선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기도 했습니다.

[오세훈/당시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 (2019년 2월) : 정통 보수의 정당이던 우리 자유한국당이 어쩌다가 이렇게 계속해서 우경화의 길로 간다고 하는 이런 평가를 받게 됐는지 정말 서글픈 현실입니다.]

[황교안/당시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 (2019년 2월) : (헌법재판소 결정에) 절차적 문제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죠. 박근혜 대통령,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탄핵이 타당한 것인가? 저는 동의할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 전 시장 입장에선 황 전 대표가 내민 도움의 손길, 과연 잡고 싶을까 싶습니다. 황 전 대표가 그래도 눈치는 좀 챙긴 듯합니다. "지금은 백의종군으로 홀로 외롭게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백의종군'이라고 쓰고 '금의환향'이라고 읽곤 하죠. 사실상 차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셈인데요. 그 길 역시 외로울 듯합니다. 당내에서 당장, 이런 평가까지 나오니 말입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5일) : 황교안 대표는 대표 시절에 이런 멘트 소위 말해서 콘텐츠라든가 이런 행동이 윤석열 총장과는 조금 많이 차이가 나죠. 윤석열 총장 사퇴하면서 요소요소에 때와 장소에서 하는 그 콘텐츠, 내용, 말, 발언의 내용을 보면 훨씬 황교안 대표보다는 정치 감각이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일입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죠. 국민들이 간짜장을 먹고 싶어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 윤석열, 김한길·정동영과 '끈끈'…정계개편 '큰 그림' 그리나? >

차기 대선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치권에선 이미 '상수'로 굳어지는 분위깁니다.

언론의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당사자인 윤 전 총장은 메시지를 아끼는 모습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만 두 차례 입장을 냈을 뿐,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윤 전 총장이 소셜미디어를 할 거다, 안 할 거다까지 기사화됐습니다. 대선에 도전한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할 건지 '물음표'는 가득한데 '응답'이 없으니, 메시지 좀 내달라. 기자들의 답답한 마음이 담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언론의 기대와 달리, 윤 전 총장은 한동안 '칩거모드'에 돌입할 듯합니다. 당분간 생각을 정리하며, 저술활동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윤 전 총장이 책을 낸다니, 대선을 또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역대 대선후보들, 선거를 앞두고 책을 내는 건 통과의례였습니다. '안철수의 생각', '문재인의 운명'이 대표적인데요. 두 책 모두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실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책도 책이지만, 내공을 가다듬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좀 필요할 듯합니다. 당장 정치권에선 '칼잡이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라 붙기 시작했죠?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 / 지난 8일) : 반기문 전 UN 총장이나 고건 (전) 총리 이런 분들도 공직에 있을 당시에는 높은 인기와 지지율을 구가했는데, 당장 정치 행보에 뛰어들자마자 검증이 시작되면서 그냥 중도에 사퇴해야 될 정도가 되지 않았습니까?]

대선을 꿈꾸고 있죠. 민주당 박용진 후보는 한발 더 나갔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까지 소환해 '일타쌍피' 공세를 펼쳤는데요. 본인과 윤 전 총장이 1시간만 토론을 하면, 정치적 밑천이 다 드러날 거다, 장담을 했습니다. 깨알같은 본인 마케팅도 잊지 않았는데요. 박용진은 미래, 윤석열은 과거다라고 말입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부상. 마케팅 효과로만 따지자면, 이분이 가장 큰 정치적 수혜를 입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바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입니다.

[윤태곤/의제와분석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추미애 (전) 장관 같은 경우에는 또 윤석열 (전) 총장을 타고 가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추미애 때문에 윤석열이 떴다, 이러기도 하지만 윤석열 때문에 여권의 이제 이른바 좀 강성지지층들이 추미애에게 붙는다. 윤 총장이 뜰수록 추 장관은 아 저런 문제적 인물이 있지 않냐. 윤석열을 잡을 매는 나다…]

일부에선 추 전 장관이 이를 명분 삼아, 대선에 도전할 거란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윤 전 총장의 등장에 환영의 목소리가 컸었죠. 그런데, 점점 뉘앙스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문재인 정권의 폭정, 법치주의 파괴를 비판하고 이것을 막아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저희들 국민의힘과 방향이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당 일각에서 박근혜·이명박 정권 때 있었던 일을 적폐청산이라고 해서 무리한 수사를 한 점에 대한 비판을 아주 강하게 하는 분도 계시고 이러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선택이 중요하다면서도, 한편으론 당내 비판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한 겁니다. 윤 전 총장이 이 적폐청산 문제 때문에,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를 선택할 거란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만 들이키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나 봅니다. 미리 예방주사를 놓으면서, 자강론도 꺼내 들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노무현 대통령 같은 분들도 1년 전에는 뭐 2, 3%인가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있어서 대선 판이 대단히 역동적이기 때문에 가닥이 잡히고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민들이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처럼 국민들에게 감동적으로 단일화 과정을 거쳐서 후보를 만들면 저는 상황이 일시에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미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행을 놓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분도 있는 듯합니다. 기자 시절 한때 '동교동계 수지'로 불렸죠. 조수진 의원인데요. 배지를 단 지금도 취재원 관리를 열심히 하나 봅니다. 정대철 전 의원이 전해준 정보라며 윤 전 총장과 김한길, 정동영 전 의원이 '끈끈한 관계'란 글을 올렸습니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윤 전 총장이 사퇴하기 직전, 직접 만났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죠. 조 의원은 이들 사이에 '반문이 고리'라며,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점쳤습니다.

'별의 순간'을 이야기하며, 윤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 잇단 '제3지대론'이 듣기 좋지는 않았나 봅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그건 호사가들이 말을 한 거고 지금 실질적으로 윤석열 총장이 지금 정치적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자기의 진로를 가겠다고 하는 생각을 안 한 거 같아요. '제3지대'라는 게 우리가 과거에 제3지대론을 얘기를 많이 했지만 제3지대론을 가지고 성공한 예가 없어요.]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윤석열 전 총장. 한동안 애가 좀 탈 듯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개와 늑대의 시간 지나" 황교안 '정계 복귀'…국민의힘엔 황교안이 늑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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