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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아닌 성차별"...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당사자 첫 인터뷰

입력 2021-03-10 15:08

"대기업과 싸우는 것 무섭지 않다"...JTBC와 첫 언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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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싸우는 것 무섭지 않다"...JTBC와 첫 언론 인터뷰

'성차별 면접' 비판을 받는 동아제약이
해당 인사팀장을 징계했습니다.

어제(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보직에서 해임하고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매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JTBC는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여성 지원자를 언론사 중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방송 리포트에 다 담지 못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합니다.
지난 9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당사자 인터뷰 〈사진=JTBC 뉴스룸 캡처〉지난 9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당사자 인터뷰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처음 댓글을 달 때 이 정도 논란이 있을 걸 알았나.
=몰랐다.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글 올렸을 때 많은 분이 연대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5000번 정도 공유되면서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여성들 사이에서의 끈끈함, 연대 같은 것들이 너무 느껴졌다. 그래서 두렵다거나 부담이 된다거나 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게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면접에서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지나치게 예민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있다.
=여성뿐 아니라 소수자가 겪는 차별은 늘 그런 식으로 치부됐다. 그런 부분은 크게 신경 안 썼다. 네가 예민한 것 아니냐, 이런 말들이 있다는 건 분명히 안다. 소수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문제를 덮고 지나가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동아제약에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면접자들이 논리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한 질문이었다고 한다.
=해당 질문은 공통 질문이 아니었다. 면접자들의 지식과 논리적 역량이 듣고 싶었다면 그런 질문은 공통 질문이었어야 한다. 여성 중에서도 군 가산점 찬성하는 사람이 있고, 남성 중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여성인 나에게만 그 질문을 한 건 비상식적이다. 동아제약은 상황적 맥락을 계속 지우고 있다.

-상황적 맥락이라면?
=나에게 질문하기에 앞서 옆에 있던 남성 면접자 둘에게는 어느 군대를 다녀 왔느냐, 군에서 뭘 배웠느냐, 제일 힘든 게 뭐였느냐 이런 걸 물었다. 이 질문들을 한 이후에 나에게만 월급 질문을 꺼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
=남자 면접자들에게 군 생활에 관해 물을 때는 몸을 면접자 쪽으로 기울여서 상당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에게 군 가산점 문제를 물을 때는 몸을 뒤로 젖히고 팔짱을 끼고 했던 거로 기억한다. 내 대답이 끝난 후에 인사팀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기도 했다.

-면접 당일 기억이 생생한 것 같다.
=좌절감이 컸다. 평생 비흡연자로 살았는데 담배를 샀다. 원래는 면접 끝나고 그냥 시원한 맥주 한 캔이나 맛있는 거 사 먹을까 했는데. 마당에서 생전 처음 담배를 몇 모금 피우다가 못 이겨서 콜록대다가…그대로 마당에 주저앉아서 담뱃갑을 쥐고 울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2020년 11월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그 면접 날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이 타임이 선정한 100권에 들었다는 기사가 났다. 그 정도로 세상이 성차별에 관심을 가지는데 왜 내가 겪는 현실은 하나도 변치 않았는가. 그게 허탈했다.

-동아제약 대표가 유튜브 댓글에 올린 사과문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는데.
=사과문 내용에 중요한 두 가지 지점이 있다. 첫 번째는 조직적인 성차별이 아니라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단 점이다. 두 번째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불평등과 차별을 단순히 불쾌한 경험 정도로 갈음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장이 보냈다는 사내 메일에는 '성차별 질문'이 아니라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었다고 표현했다. 피해 사실을 축소하려던 거다.

-새로 사과문을 낼 경우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나.
=제대로 된 사과라면, 해당 질문이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성차별 질문'이란 걸 인정해야 한다. 그게 왜 잘못된 질문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치부한 게 왜 잘못인지 스스로 설명해야 하고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하려고 했단 점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 군 가산점이 여성뿐 아니라 장애 등을 이유로 군 복무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JTBC 보도 이후
이 지원자는 오늘(10일)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동아제약이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을
'동아제약 채용 홈페이지 메인에 보름 이상 게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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