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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논문 사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입력 2021-03-09 16:08 수정 2021-03-0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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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한 하버드대 존 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 논란이 전 세계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한 달 가까이 JTBC를 비롯한 국내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데 이어 지난달 말 미국에서도 주류 언론인 〈뉴욕타임스〉가 사안을 다뤘지요. 이젠 〈가디언〉 등 영국 주요 언론들도 가세했습니다. 그야말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하버드대 학생들의 탄원으로 시작해, 곧 학자들의 규탄으로 이어졌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까지 하버드대 앞에 모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당초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최종 출간하기로 했던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의 결정을 압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해당 학술지 측은 램지어 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그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데요.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①저자 램지어 본인이 전격 철회하거나 ②조사가 끝나고 문제가 인정되면 학술지가 철회하거나 ③논문을 3월호에 그대로 싣되 반박하는 다른 분석 글도 같이 실어 인쇄하는 것입니다. 학술지 측은 사실 ③번을 그동안 고수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입장을 고수하기만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지난달 중순 학술지 측이 "우려 표명(Expression of concern)"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논문을 조사 중이라고 공식화한 뒤 "논문을 철회하라"는 학계 안팎의 요구가 거세졌습니다. 지난달 말엔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실린 글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램지어 교수가 법대 동료에게 "난 위안부 계약서 증거를 가진 게 없다. 내가 실수한 것 같다"며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술지 내부에서조차 균열이 감지됩니다. 부편집인 중 한 명은 학술지 결정에 반기를 들고 사임했고, "논문 철회"를 요구하며 경제학자들이 돌리는 연판장에 대놓고 서명한 부편집인도 여럿입니다. 학술지 책임론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이 학술지를 운영 중인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의 논문 철회 규정을 보겠습니다. 아래는 홈페이지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운영하는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가 명시한 논문 철회 규정 〈사진=엘스비어 홈페이지 캡쳐〉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운영하는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가 명시한 논문 철회 규정 〈사진=엘스비어 홈페이지 캡쳐〉

"..낮은 빈도지만 때때로 논문이 여러 학술지에 중복으로 제출되거나, 저자라고 허위 주장을 하거나, 표절을 했거나, 데이터의 부정한 사용 등으로 전문적인 윤리 규범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논문이 오류를 포함하거나, 다른 출판물을 복제한 사실이 발견되거나, 편집자의 관점에서 출판 윤리 지침을 위반한다고 여겨지면 (이를테면 학술지 복수 제출, 저작권 허위 주장, 표절, 데이터 부정 사용 등) 해당 논문은 철회될 수 있다."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운영하는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가 명시한 논문 철회 규정 〈사진=엘스비어 홈페이지 캡쳐〉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운영하는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가 명시한 논문 철회 규정 〈사진=엘스비어 홈페이지 캡쳐〉

JTBC는 다른 학술지의 편집진들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이번 논문은 마지막 철회 요건, 특히 데이터의 부정한 사용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미국법경제리뷰〉 편집인인 알버트 최 미시간대 법대 교수는 "오래 논문을 검토했지만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런 데이터 조작 사례는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위안부 계약으로 논리를 도출했는데, 그 데이터를 보지 못했는데도 뭐가 있는 것처럼 논문에 썼다면 학술지도 재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월호 인쇄와 별개로 언제든 철회는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술지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JTBC 기자와 인터뷰 중인 알버트 최 미시간대 법대 교수 〈사진=ZOOM 인터뷰 캡쳐〉JTBC 기자와 인터뷰 중인 알버트 최 미시간대 법대 교수 〈사진=ZOOM 인터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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