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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경찰 야구팀 연습장 턴 도둑, 3일만에 잡힌 사연.gif

입력 2021-03-09 11:48 수정 2021-03-09 12:54

범인은 피해자의 지인, 수사망 좁혀오자 "죄송하다"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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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피해자의 지인, 수사망 좁혀오자 "죄송하다" 전화

지난 6일 새벽, 김포 야구용품점 CCTV에 찍힌 A씨의 범행 장면. [JTBC 뉴스룸 캡처]지난 6일 새벽, 김포 야구용품점 CCTV에 찍힌 A씨의 범행 장면. [JTBC 뉴스룸 캡처]
참 어설픈 도둑이었습니다. 지난 6일 새벽, 김포의 한 유명 야구용품점 겸 배팅연습장에서 야구장비 천만 원 어치를 훔친 40대 남성 A씨가 8일 저녁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일본 장인이 만든 고가의 글러브 등을 훔쳐간 지 사흘만입니다.

A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술에 취해 홧김에 그랬다""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을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에게 특수절도 혐의 적용을 검토 중입니다. A씨는 범행 당시 CCTV에 마스크를 벗은 자신의 맨 얼굴과 훔친 물건을 실은 차량 번호판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피해 점주인 박요한씨는 "가게의 CCTV가 가짜라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경찰 야구팀 찾는 야구용품점 털다 덜미
A씨가 턴 야구용품점은 A씨를 체포한 김포경찰서 야구팀 '김포저스티스' 소속 형사들이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합니다. 김포 경찰서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에는 일부 형사들이 야구 경기 전 몸을 풀러 갔었다"고 했습니다. 김포저스티스는 경찰청장배 야구대회에서 준우승도 했던 사회인야구 강팀입니다. 신속하게 잡힐 수밖에 없는 범인이었습니다.

6일 새벽 도난 사고가 발생한 김포 야구용품점의 모습. [JTBC 캡처]6일 새벽 도난 사고가 발생한 김포 야구용품점의 모습. [JTBC 캡처]
A씨는 '아는 도둑'이기도 했습니다. 피해 점주인 박씨와 사회인 야구를 함께하며 야구용품 거래도 했던 오랜 지인이었습니다. A씨는 용의자로 특정되고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박씨에게 "죄송하다""큰 실수를 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박씨는 CCTV에 찍힌 A씨의 얼굴을 보고도 "닮았긴 했지만 내가 알던 사람은 아닐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이제 사람을 믿기가 어려워졌다. 정말 회의감이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인의 범행에 "착잡하고 안타깝다. 도대체 (그분이)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야구털이범이 6일 새벽 휴대전화 불빛으로 한정판 글러브를 찾는 모습. [JTBC뉴스룸 캡처]야구털이범이 6일 새벽 휴대전화 불빛으로 한정판 글러브를 찾는 모습. [JTBC뉴스룸 캡처]
◆범인은 피해자의 지인, "죄송하다" 전화

피해를 당한 김포의 야구용품점은 김포 주변의 사회인 야구팀들에겐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배팅연습장도 함께 있는데 지난해엔 코로나19로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해 못해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도 피해 점주인 박씨를 걱정하는 사회인 야구 동료들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습니다.

박씨는 "함께 운영하는 배팅연습장에서 연습하는 팀만 100여팀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취재 당시 야구용품점에 있던 박씨의 지인은 "야구인이 어떻게 이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범행으로 박씨의 야구용품점이 예전같은 '사랑방'에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박씨는 "이제 연습장과 용품점을 얼마나 개방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확실한 보안 시설을 갖출 계획"이라 말했습니다.

도난 사고를 당한 피해점주 박요한씨. A씨가 훔쳐간 물건 중엔 '장인이 만든 글러브'도 포함돼있었다. [JTBC뉴스룸 캡처]도난 사고를 당한 피해점주 박요한씨. A씨가 훔쳐간 물건 중엔 '장인이 만든 글러브'도 포함돼있었다. [JTBC뉴스룸 캡처]
◆"사람 못믿겠다""실형 피해가기 어려워"
전국엔 사회인 야구팀만 2만여 개에 달합니다. 이런 인기로 포털 카페와 SNS등에선 고가의 야구 용품 거래도 활발합니다. 이번 범행 역시 물건을 훔쳐 야구용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유통하려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형사 전문변호사인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A씨가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으면 실형을 피해가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A씨는 건조물의 일부를 손괴하고 침입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 받습니다. 이 범죄의 형량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입니다. 법원은 야간 절도의 경우 '가중 형량'을 적용합니다. A씨는 용의자로 특정된 뒤부터 피해 점주인 박씨에게 계속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A씨가 훔쳐간 물건들이 모두 제대로 있는지부터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박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렵다 이제 조금 나아지나 했는데 도난을 당해 마음이 참담했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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