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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입법 움직임에…윤석열 "헌법 가치 부정하는 것"

입력 2021-03-02 19:23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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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중대비리수사청 설치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죠.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옮긴다는 게 핵심인데요. 최근 침묵을 지켜오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작심 인터뷰'를 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건,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윤석열 "검찰 수사권 박탈, 헌법 가치 부정"…국회 '패싱', 국민 관심 '여론전' >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 윤석열 검찰총장 집무실에 걸려 있는 문구입니다. 최근 여당에서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고 있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윤 총장이 강조한 건 바로 '공정'과 '국민'이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되고,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공정'이 무너지고, 결국 '국민'이 그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정의 실현'이 어렵게 된다는 건데요. 최근 법조계엔 '공판중심주의'가 자리를 잡았죠. 결국, 법정 다툼을 통해 유죄냐 무죄냐가 결정이 되는데요. 윤 총장도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수사는 사건의 시작일 뿐, 결국 전장은 법정이란 겁니다.

법정에서의 전투, 결코 녹녹지 않다는 게 윤 총장의 주장입니다. 특히 중대범죄의 경우엔 말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을 그 예로 들었는데요. "중대범죄 사건 가운데 복잡한 사건은 재판만 4년에서 5년이 걸린다"며 "거대한 이권이 걸린 사건들일수록 범죄는 교묘하고 대응은 치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직접 법정에서 공방을 벌인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된 수사도 할 수 있고 공소유지도 할 수 있다"며 "수사와 공소유지가 일체가 돼 움직이지 않으면, 법 집행이 안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놓고, 여권에선 이런 주장도 제기가 됐었죠?

[박범계/법무부 장관 (지난달 24일) : 궁극적으로는 수사 기소는 분리돼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느 특정 국가의 법제를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맞습니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오히려 "수사와 기소를 하나로 융합하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 SFO를 예로 들었습니다. 국가가 아닌 일반 개인이 공소를 제기하는 전통이 있죠. 이런 영국조차, 나날이 지능화되고, 전문화되는 부패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가 융합된 SFO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SFO. 민주당이 중수청 도입을 검토하며 모델로 삼은 기관입니다.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지난달 17일) : 우리는 이제 이번 중대범죄수사청은 영국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 영국에도 SFO 이게 'S'라는 게 여기서 'SERIOUS'여서 좀 중요한, 중대한, 심각한. 이런 의미를 갖는 거죠. 중요한 범죄를 담당하는 SFO. 중대범죄를 다루는 특별수사기관으로 이렇게 영국의 경우에도 이미 설치돼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는 것이다.]

윤 총장은 진실을 왜곡했거나,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융합한 것이라며 SFO의 상근 인력만 450명 이상으로, 우리나라 검찰의 반부패 수사 인력보다 훨씬 많다는 겁니다.

윤 총장은 '검수박탈'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이 확대될 거다" 주장을 했는데요.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고 토로했습니다. "헌법 가치가 부정되는 위기 상황"이라면서 말입니다. 윤 총장이 생각하는 헌법의 핵심 가치, 여기에 있죠?

[윤석열/검찰총장 (지난해 1월 2일) :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어떠한 사사로운 이해관계도, 당장의 유·불리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국민만 바라보며,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 윤 총장은 그 결과로 검찰이 폐지 위기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듯싶습니다. "원칙대로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고 한다"고 밝혔는데요. 한마디로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이란 겁니다. "검찰은 진영이 없고,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 왔다"면서 말입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은 여권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죠. 수차례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는가 하면, 사상 초유의 징계 청구를 당해 직무집행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검찰의 수사권 박탈 논의도 그 연장선으로 보는 듯합니다.

윤 총장은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여론전에 나선 건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수사권 박탈, 결국 국회가 입법권을 쥐고 있죠. 국회를 찾아가, 직접 설명도 하고 접촉면을 좀 넓어야 할 거 같은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그냥 건너뛰었습니다. 여당에서 검찰총장이 미워 추진하는 일인데,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냐며 말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3권 분립'도 헌법의 소중한 가치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전박대를 당하더라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윤 총장의 입장 표명에 국회에서도 반응이 나왔습니다. 여야가 크게 상반됐지만 말입니다. 민주당은 윤 총장의 반발을 예상했던 듯합니다. 검찰개혁 시즌2,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신영대/더불어민주당 대변인 : 뭐 윤석열 총장이 현재 임기를 3~4개월 남겨두고서 하신 말씀이고요. 검찰총장의 말씀으로 보고 저희 국회 역할은 충실히 진행할 겁니다.]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임기 불과 뭐 얼마 몇 개월 남겨놓지 않고 직을 건다라고 하면, 그건 우스운 일이라고 저는 보이고요. 기본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함께 하게 되면, 기소하는 사람이 기소를 위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 속에서 별건 수사, 만들어내는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이런 어떤 잘못된 수사권 오남용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반면, 야당은 윤 총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헌법상 3권분립의 파괴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독재국가 완전한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중수청)를 만들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박수영/국민의힘 의원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우리 수사권 조정한 지 겨우 이제 두 달 정도 됐고, 4년 동안 조용하다가 이번에 갑자기 또 중수청을 신설하겠다 이렇게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달려들고 있는데. 이 이유가 뭐냐. 울산시장 선거라든지 월성 원전이라든지 이게 검찰의 수사가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으니까 이 수사마저 뺏어 가겠다는 이런 지금 입장이라고 보여지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죠.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입을 열었습니다. 다만, 윤 총장의 이번 입장 표명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 : 제가 총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고 그런데 인터뷰 내용 중에는 저에게 하신 말씀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열려 있고 만날 생각이 있습니다.]

윤 총장의 작심 인터뷰에 청와대도 조금 곤혹스런 모습입니다. 검찰과 국회 양쪽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는데요. 검찰에겐 "국회를 존중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국회를 향해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두루 종합해서 입법권을 행사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 총장이 절차를 무시했다는 뉘앙스가 읽혀지는데요. 앞서, 국회는 법무부에 '중수청'과 관련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청취해 달라 요청을 했죠. 대검찰청은 내일까지 의견 수렴을 마무리하기로 했는데요. 왜,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언론 인터뷰를 했느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듯합니다.

중수청 설치를 둘러싼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과 여당의 갈등. 청와대는 앞서 이른바 '속도조절' 논란이 일자 민주당과 국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선을 그었었죠. 이번에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윤석열 "검찰 수사권 박탈, 헌법 가치 부정"…국회 '패싱', 국민 관심 '여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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