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서류만 보고 세금 더 많이 매긴 제주도청·정부...법원 "현장 한 번이라도 나가봤다면…"

입력 2021-03-02 16:10

호텔리조트 회사 A사, 제주도청·정부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승소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호텔리조트 회사 A사, 제주도청·정부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승소

날아오는 세금 고지서대로 꼬박꼬박 세금을 냈는데, 알고 보니 지자체와 정부가 잘못된 세율로 세금을 더 많이 매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례가 있습니다. 제주 애월읍에서 말을 기르는 호텔리조트 회사 A사 이야기입니다. A사는 법정 싸움을 시작했고, 지난 달 25일 서울고등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제주도청이 7300만여원, 정부가 3억 1000만여원을 A사에게 다시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A사가 갖고 있던 땅은 '목장용지'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부터 이 땅에서 축사를 지어 말을 길렀다고 합니다. 이 때 목장용지는 '분리과세토지'에 해당되고, 지방세를 부과할 때 세율은 0.07% 적용됩니다. 현행법상 국가의 보호나 지원이 필요한 땅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대상'으로 보고 세율을 대폭 낮춰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주시와 정부는 이 땅을 일반적인 종합합산과세대상 토지, 별도합산과세대상 토지로 봤습니다. 그러면 A사 땅에는 목장용지 세율보다 높은 0.4%~0.5%의 세율이 매겨지게 됩니다. 또 '분리과세토지'는 종합부동산세나 농어촌특별세가 매겨지지 않는데도 A사는 이 세금까지 내야 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서류상 지목이 잘못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A사 땅에 대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현황 조사가 없었고, 세금을 매길 때도 '작년 서류'에만 의존한 것입니다.

법정 싸움의 쟁점은 '중대성'과 '명백성'이었습니다. 이렇게 세금을 매긴 것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지, 그래서 과세처분을 무효로 봐야하는지 여부를 다퉈야 했죠.
제주도청과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A사가 아무런 이의신청 없이 꼬박꼬박 내 왔고, 그동안 아무런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세관청이 땅의 용도를 일일이 다 조사할 수 없으니, 과세처분에 '명백한 하자'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판결은 어땠을까요? 과세처분의 '명백한 하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제주도청과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지요. 세목을 잘못 적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무효라고 볼 만큼 '명백한 하자'는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과세처분 자체가 무효로 인정되지 않았고, 더 낸 세금을 돌려받기도 어려워진 것입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 와서 뒤집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는 이 사건의 과세 처분에는 하자가 명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행법상 과세관청이 매년 모든 토지 현황을 확인해 재산세액을 산출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세관청이 법령상 의무화된 간단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이전년도 자료만을 보고 세율을 적용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관련 공부를 조금만 살펴보고, 현장에 한 번이라도 나가 봤다면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땅에서 사육하고 있는 말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며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실무상 현장 조사가 어렵다는 제주도청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사가 아무런 이의 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사에게 신고 의무가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습니다. 또 "납세자 재산이 분리과세대상인지 여부는 세율이 다르게 적용되는 만큼 납세자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A사에게 날아든 잘못된 세금고지서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인정됐고, 법정에서 '무효'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