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쿠바 뒤흔든 '공산정권 비판' 노래…전역서 화제|아침& 세계

입력 2021-02-24 08:35 수정 2021-02-24 09:4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쿠바의 공산 정권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쿠바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쿠바 출신 뮤지션들이 모여서 만든 노래 '파트리아 이 비다', 우리 말로 '조국 그리고 삶'이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지난 17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조회수가 189만 회를 넘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더 이상 거짓말은 그만. 우리 국민은 자유를 원한다. 교리도 이제 그만. 더 이상 '조국 아니면 죽음'을 외치지 말고 '조국 그리고 삶'을 외치자.]

특히 '조국 아니면 죽음' 대신 '조국 그리고 삶'을 외치자는 가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조국 아니면 죽음'은 쿠바 공산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외쳤던 구호이기 때문입니다.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 혁명을 이끌었던 상징적인 인물의 발언을 비튼 가사여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생전 피델 카스트로의 연설도 들어보시겠습니다.

[피델 카스트로/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 사회주의 아니면 죽음. 조국 아니면 죽음! 우리는 극복할 것입니다.]

뮤직비디오에는 과거 쿠바 반정부 시위 영상과 불타는 쿠바 국기의 이미지도 담겼습니다. 쿠바 공산 정권 체제를 강하게 비판한 노래가 쿠바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자 쿠바 정부는 즉시 여론 수습에 나섰습니다. 쿠바 국영 방송은 노래가 공개되고 하루 만인 지난 18일 밤 9시, 방송을 멈추고 국가를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바 국가에는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가사가 들어있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구호를 지우려는 이들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 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파트리아 이 비다’라는 이 노래가 쿠바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피델 카스트로의 상징적인 구호를 부정했기 때문일까요?

    그렇습니다. 쿠바인들에게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라는 국가이자 혁명 그 자체입니다.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 인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혁명을 일으켰고요. 쿠바 독립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철학에서 혁명정신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뮤직비디오 처음에 호세 마르티가 등장하고 그 얼굴이 미국 1달러 속의 조지 워싱턴으로 바뀌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에 다시 호세 마르티로 바뀌는데요. 피델 카스트로의 조국 아니면 죽음이라는 혁명적 가치보다는 자유, 경제를 말하고 싶은 것이고요. 인간존엄성을 추구하는 쿠바 사회에 인간다운 삶이 있는가 고발하면서 동시에 오랜 기간 쿠바에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을 비판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 쿠바 정부는 즉각 여론수습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노래가 젊은이들은 물론이고요. 전체 쿠바인들의 여론을 흔들 수도 있다. 이 같은 부담을 쿠바 정부가 현재 갖고 있을까요?

    쿠바는 폐쇄적인 감시사회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산이시드로 운동이라는 반체제 운동을 주도한 쿠바 내부의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비판하려는 데 있습니다. 또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현재 쿠바 밖에서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외국에 거주하는 쿠바 출신 예술가들을 모아서 쿠바 사회 변화를 위한 책임감을 보여주겠다고도 밝혔습니다. 30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마는 지금은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이 노래가 쿠바 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고요. 그렇다면 쿠바 정부로서는 이 노래가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쿠바인들에게 자극을 주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쿠바 젊은이들은 과거에는 '조국 아니면 죽음'이 쿠바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구호가 됐지만, 오늘 날의 쿠바는 '조국 그리고 삶'이라는 구호가 훨씬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지금까지 공산 정권 체제를 이어온 쿠바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