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그림 속에 보일 듯 말 듯 쓰여진 글귀를 놓고 누가 쓴 걸까 추측이 많았습니다. '오직 미친 사람만 그릴 수 있는'이라는 이 손글씨의 비밀이 풀렸습니다.
강버들 기자입니다.
[기자]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다리 뒤로 파란 강과 붉은 하늘이 물결치고, 뒤따르는 두 사람은 검게 칠해져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유령 같은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는 주인공이 느끼는 숨 막히는 불안과 긴장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에드바르 뭉크의 1893년 작 '절규'입니다.
누구나 아는 이 걸작에는 '미스터리'가 하나 숨겨져 있었습니다.
[마이브리트 굴렝/노르웨이 국립미술관 큐레이터 (2020년) : 하늘 부분에 흥미로운 게 있지요?]
[티에리 포드/노르웨이 국립미술관 미술품 보존가 (2020년) : 일종의 문구가 여기 있어요. 보이세요?]
노르웨이어로 '오직 미친 사람만 그릴 수 있는'이라는 문장이 연필로 쓰여져 있습니다.
그림을 본 관람객이 몰래 감상을 남겼다는 추측과 뭉크가 써넣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마이브리트 굴렝/노르웨이 국립미술관 큐레이터 (2020년) : '그림에서 정신 이상의 징후가 보인다'는 말을 듣고 뭉크의 마음이 어지러워졌을 수 있어요. 가족 중에 실제로 정신 이상이 있었거든요.]
현지시간 22일 노르웨이국립미술관이 1904년부터 이어진 미스터리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글씨를 선명하게 한 뒤 뭉크가 쓴 편지 등과 비교해, 뭉크의 글씨체라고 밝혔습니다.
미술관 측은 1895년쯤 추가된 걸로 추정되는 이 글귀가 그림의 비판에 대한 '역설적 코멘트인 동시에 뭉크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표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면제공 : 노르웨이 국립미술관·노르웨이 뭉크 미술관)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