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왕실 모욕' 혐의로 구속된 래퍼…스페인 전역 시위|아침& 세계

입력 2021-02-19 08:44 수정 2021-02-19 09:29

한국외대 스페인어통번역학과 교수 연결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한국외대 스페인어통번역학과 교수 연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유럽 서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입헌 군주제 국가죠. 스페인에서 지난 16일, 한 래퍼가 구속됐습니다. 자신이 만든 노래 가사를 통해 왕실을 모욕했다는 혐의입니다. 이후 스페인 전역에서 래퍼의 구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봐, 폭군! 이것은 당신의 아버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화주의자들의 외침을 고막을 뚫고 들어라!]

스페인의 래퍼 파블로 하셀은 지난 2014년부터 자신이 직접 쓴 랩 가사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스페인의 체제와 왕실을 비판해 왔습니다. 스페인 왕실이 프랑코 독재 정권의 후계라고 주장했습니다. 현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의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를 폭군이자 마피아 두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분리 독립 운동과 반파시스트 활동을 한 무장 단체들을 찬양한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하셀에게 왕실 모욕과 테러 미화 혐의를 물어 징역 9개월을 선고했고,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수감될 예정이었는데, 하셀은 이를 거부하고 지지자 50여 명과 함께 카탈루냐주에 있는 예이다 대학교로 피신했습니다. 하지만 나흘 만인 지난 16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하셀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블로 하셀/스페인 래퍼 : 투쟁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그들은 우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 완전한 사면! 우리는 그들을 이길 것입니다. 모든 억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지 않을 겁니다.]

스페인 주요 도시 곳곳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하셀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하셀을 구속시킨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진압에 나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습니다. 시위가 점차 격렬해지면서 수십 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유명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을 비롯한 스페인 문화 예술가 2백여 명은 "왕실 모욕죄가 존재하는 한 오늘은 하셀이지만, 내일은 우리 중 한 사람이 처벌될 수 있다"며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스페인 왕실 모욕죄와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점차 격화되고 있는 스페인 시위 사태,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한국 스페인 어문학회장을 맡고 있는 신정환 한국외대 스페인어통번역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래퍼 하셀이 스페인 왕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부터 먼저 살펴보죠. 스페인 왕실이 프랑코 독재정권의 후계라는 하셀의 주장 근거가 뭘까요?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데요. 현재 스페인 왕실이 40년 동안 스페인을 통치했던 프랑코 총통이 지명했던 후계자이기 때문입니다. 잘 알다시피 프랑코 총통은 40년 동안 스페인을 통치했는데 그가 1975년에 사망하기 전에 6년 전에 현재 펠리페 6세 국왕의 아버지인 후안 카를로스를 공식 후계자이자 단절됐던 왕의 계승권자로 선언합니다. 그런데 이 후안 카를로스는 누구냐 하면 스페인에 제2공화국이 성립하면서 왕위를 내놓고 망명했던 알폰소 13세의 손자였거든요. 그렇다면 다시 말하자면 프랑코 총통이 스페인의 입헌군주제를 부활한 셈이죠. 그런 배경도 있고 또 다른 배경은 물론 하셀이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고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카탈루냐 분리독립주의자라는 점도 있습니다. 이 카탈루냐 역사를 보면 300년 전에 왕위 계승 전쟁에서 합스부르크 왕실 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전쟁이 끝났는데 지금도 그때 승리했던 부르봉 왕가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현재 카탈루냐 사람들이 부르봉 왕가에서 우호적이기는 힘들다고 봐야죠.

 
  • 하셀은 현재 스페인 국왕의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에 대해서도 폭군이자 마피아 두목이다 이렇게 맹비난을 했습니다.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 지난해 부패혐의에 휘말려서 스페인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

    그렇습니다. 특히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2000년대 들어서 일련의 스캔들에 휩쓸리는데 2012년도에 아프리카에 코끼리 사냥을 갔다가 스캔들이 났었고 또 2013년도에는 독일 여성 전문 기업인과도 염문이 있었고. 특히 결정적인 게 지금 말씀하신 2008년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스페인 컨소시엄이 사우디아라비아 고속전철을 건설할 때 개입해서 해외로 약 1억 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여기다가 2018년도에는 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사위. 그러니까 지금 현재 국왕의 둘째 누나죠. 그 사위가 공금횡령, 탈세, 돈 세탁 등으로 징역형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일련의 스캔들이 왕실의 이미지 그다음에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스페인 왕실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전반적인 여론은 어떻습니까?

    원래 스페인 왕실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프랑코의 후계자로 지명됐을 때 이 대명천지에 무슨 입헌군주제냐 국민들이 반대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1981년도 스페인에 군부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던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이때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TV에 직접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쿠데타를 단죄하고 쿠데타를 막아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합니다. 이때부터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스페인 민주주의의 또 수호자라고 불리고 왕실의 이미지도 굉장히 좋아졌죠. 그래서 이분이 직위한 지 25년이 되는 2000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왕실에 대한 지지도가 80%에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일련의 스캔들로 인해서 결국은 2014년 6월. 지금으로부터 한 7년 전에 지금의 국왕인 아들 펠리페 6세한테 왕위를 물려주고 39년의 통치를 마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스페인 왕실에 전반적인 이미지 하락에 불가피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래퍼 파블로 하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지 정부가 정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판하는 노래를 계속해서 쓰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스페인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집권 연정 소속 세 개 정당 가운데 포데모스와 좌파 연합은 왕실 모욕죄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페인 법무부는 징역형을 배제하고 벌금형만 허용하는 수준의 형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블로 하셀의 구속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스페인의 형법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