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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노마스크' 김정은, 백신 맞나

입력 2021-02-16 17:00 수정 2021-02-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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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금껏 마스크를 쓰고 공개석상에 나타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김 총비서를 본 적이 없었던 것이죠. 최근 북한이 공개한 각종 행사 장면을 봐도, 김 총비서가 있는 곳에선 다른 참석자들도 덩달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김정은 자리하면 '노마스크'
먼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열린 북한의 노동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엔 김 총비서가 참석했었는데요,
김 총비서는 물론, 참석자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방역 차원에서 서로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 주재 하에 지난 11일 진행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김 총비서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김정은 총비서 주재 하에 지난 11일 진행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김 총비서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11일 회의 종료 직후 열린 설 명절 경축 공연장에선 김 총비서가 무대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1일 당 간부들과 설 명절 경축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김 총비서는 담배도 피웠다. 〈사진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1일 당 간부들과 설 명절 경축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김 총비서는 담배도 피웠다. 〈사진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하지만 사흘 후인 지난 14일,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16일)' 경축공연에선 관객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요,
관람석에서 참석자들이 서로 간에 한 좌석씩 띄우고 앉는 '거리 두기'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김 총비서가 참석하지 않은 채 진행된 행사였습니다.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지난 14일 근로단체들의 경축공연이 열렸다. 관객들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거리두기를 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지난 14일 근로단체들의 경축공연이 열렸다. 관객들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거리두기를 하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북한에선 한 두 차례 우연이라기 보다는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북한 당대회 6일차인 지난 10일 7000명이 평양 4ㆍ25 문화회관에 운집해있다. 〈사진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북한 당대회 6일차인 지난 10일 7000명이 평양 4ㆍ25 문화회관에 운집해있다. 〈사진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지난달 평양 4ㆍ25 문화회관에서 열린 8차 당대회, 김 총비서가 참석한 자리였고 약 7000명이 대규모로 실내에 모였지만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반면 같은 당대회였지만 김 총비서가 없었던 소규모 부문별 협의회에선 참석자들 모두 마스크를 꼼꼼하게 쓰고 있었습니다. 지난 3일 평양에서 청년동맹과 여성동맹이 회의를 열었을 때도 수십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거리를 뒀습니다. 역시 김 총비서는 없는 자리였습니다.
지난달 11일 당대회의 군사, 공업, 농업 등 부문별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언을 듣고 있다. 해당 부문별 협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자리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지난달 11일 당대회의 군사, 공업, 농업 등 부문별 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언을 듣고 있다. 해당 부문별 협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자리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신적 존재'에겐 마스크가 어울리지 않는다
JTBC는 북한 전문가들에게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특수한 지위를 생각하면 마스크가 사회 상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편으로는 방역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참석한 대규모 행사에서 김 총비서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쓸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확진자 0명'이라는 북한 공식 발표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 교수도 "사회주의 지상낙원인 북한에만 환자가 단 한명도 없다고 선전하는데 최고지도자가 마스크를 쓰는 건 자신들이 봐도 이상할 것"이라고 배경을 추정했습니다. 북한연구소장을 지낸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북한에서 최고존엄은 신적인 어떤 존재"라며 "세속적인 바이러스에도 개의치 않을 그런 용기를 보여준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있는 자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이제는 에티켓처럼 여겨진다"며 "최고지도자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입을 가리고 얘기를 하는 게 북한에선 일종의 불경함이 된 분위기"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2월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총정리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2월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총정리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백신 접종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관측했습니다. 마스크도 안 쓰는 인물이 감염 때문에 접종을 한다는 게 어색하다는 거죠.
강동완 교수는 "코로나19도 피해가는 최고존엄의 위신이 있는데 공개 접종은 더더욱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정대진 교수는 "자유주의 체제도 아닌 북한이 인민 대상으로 접종을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다"면서 "모든 주민들이 접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므로 김정은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영태 교수는 "공개든, 비공개든 안전성이 100% 담보되지 않으면 김정은은 접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최고지도자가 만에 하나 백신을 맞고 문제가 생기면 북한 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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