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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이다영 '학폭' 일파만파…외신 헤드라인 올라

입력 2021-02-16 19:27 수정 2021-02-16 19:57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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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이 외신을 장식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심석희 선수와 고 최숙현 선수 사건까지 거론하며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지만 폭력이 만연하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구계에선 "나도 당했다" 미투가 잇따랐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K-학폭'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 전 세계 주요 외신을 장식했습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이런 지적도 곁들였습니다. "한국이 하계와 동계 올림픽 10위 안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신체·언어적 폭력이 만연하다"고 말입니다.

어제(15일) 문재인 대통령도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죠. 체육 분야가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줬지만, 그 그늘 속엔 폭력이나 체벌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사실 문 대통령의 당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무회의 (지난해 7월 7일) : 자기극복을 위해 스스로 흘리는 땀방울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훈련에 가혹행위와 폭행이 따른다면, 설령 메달을 딴다 하더라도 값진 일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고 최숙현 선수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죠. 비슷한 사건이 계속해서 불거지니, 정부·여당도 답답할 듯합니다. 이미 썩어서 곪아버린 체육계의 '적폐'. 이제 와 방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고름이 흘러나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죠.

[김태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먼저 체육인들의 근본적인 인식의 대전환을 촉구합니다. 오랜 기간 계속된 국가 주도의 체육 정책과 여기에서 비롯된 승리지상주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체육계의 폭력 사태는 계속될지도 모릅니다.]

승리 지상주의와 엘리트 스포츠 문화. 이분이 그 시작입니다. 군부독재의 그늘을 88서울올림픽의 성공이란 빛으로 가리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국군 체육부대, 상무로 상징되는 군대식 '승리 지상주의' 문화가 체육계에 침투한 겁니다.

[최동호/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2019년 3월) : 5공화국 때의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이 됐습니다.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가 스포츠를 통해서 페어플레이하고 인내하고 경쟁하는, 선의의 경쟁인데 우리 이런 거 다 무너졌잖아요. 스포츠 한번 하면 성공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지상주의 이런 게 그림자로 지금 부작용이 막 나타나는 거죠.]

이유야 어쨌든 터져 나온 고름, 깨끗이 짜내야겠죠?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친 배구협회. 쌍둥이 자매의 태극마크를 뗀 데 이어, 지도자 자격도 박탈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했죠. 사실상 배구계에서 퇴출된 셈입니다.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죠. 국가대표 배구 선수 출신 김경희 씨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배구협회는 지난해 김씨에게 수여했던 '장한 어버이상'을 취소했는데요. 일부에서는 김씨가 쌍둥이 자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장한 어버이상'이 아니라 '징한 어버이상'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용철/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어제) : 친족의 영향력까지 있어서, 다른 영향까지 있어서 동료들 간의 엄청난 권력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권력에 의해서 그냥 폭력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분명한 권력의 차이가 있을 때 벌어지는데 그런 권력의 차이를 훨씬 더 증폭시켰을 것이다.]

"나도 당했다" 배구계 미투도 이어졌습니다. 프로여자배구 선수의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스스로를 밝혔는데요. 중학교 기숙사 생활이 지옥 같았다고 털어놨습니다.

[JTBC '뉴스룸' (어제) : 가해자가 A씨의 발음을 문제 삼으며 동료들에게 머리를 바닥에 박는 행동을 시켰고, 울면 바가지를 가져와 눈물로 채울 때까지 머리를 박도록 시키겠다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가 또 다시 글을 올렸는데요. 가해자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우리가 한 게 확실하냐", "거짓말 하나도 없느냐"고 물었는데요. 피해자 언니는 "억지로 사과를 받아내고 싶지도 않다"며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다른 폭로 글도 올라왔습니다. 여자프로배구단에 입단한 모 선수에게 초등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는 피해자. 영화 '써니'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먼저 간 친구를 추억하며, 장례식에서 춤을 추는 이 장면. 가해자는 이걸 괴롭힘의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더럽다, 죽어라 욕설을 하며 "너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써니' 춤을 춰야겠다" 이야길 했다는 겁니다. 피해자는 당시 충격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사실을 구단에도 알렸다고 하는데요. 구단 측은 "사자대면으로 합의를 해라", "학폭 증거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가해자 가족도 연락이 와 "딸이 배구를 그만두면 마음이 편하겠느냐, 공황장애가 사라지겠느냐"고 말했다는데요. 확실히 사과는 아닌 듯합니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이 입장을 밝혔는데요. "선수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한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학교 폭력 정황이 드러난다면 즉각 징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잇단 '학폭 미투'에 배구계는 물론이고, 다른 종목 구단들까지 비상이 걸렸습니다. 혹시 우리팀에도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수조사에 나선 모습입니다. 체육계에선 이런 희망섞인 분석도 나오긴 합니다.

[조용구/대한배구협회 사무처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2014년경에 체육계에 일종의 정풍 운동이 일어났었습니다. 특히 성폭력, 폭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인권교육이 실시되고 있어 그 이후에는 사실은 폭력사태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지금 현재는 그 이전의 것이라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향후에는 폭력 관련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실 체육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연예계에서도 학폭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잊고 싶은 악몽 같은 기억. 텔레비전에 가해자가 나오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깨질 수밖에 없겠죠. 예전 같았으면, 이 악물고 버텨야 했지만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폭로'와 '저격'이 가능해진 겁니다. 지난해 NC에 지명됐다 학폭 논란으로 철회가 된 김유성 선수 케이스가 대표적입니다. 당시엔 피해자의 어머니가 소셜미디어에 고발 글을 올렸습니다.

가끔은 '폭로'가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인데요. 지난해 2월이었죠. 배우 이신영 씨에게 학폭 논란이 제기됐었는데요. 알고보니, 질투심 때문에 한 거짓말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이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확인은 꼭 필요할 듯합니다.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이런 옛말이 있죠. "맞은 사람은 다리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오그리고 잔다"고 말입니다. 잘못된 행동엔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는 함의가 들어 있는데요. 학창시절 폭력을 행사했던 '때린 사람들'. 요즘 발 뻗고 자긴 힘들 듯싶습니다. 특히 체육계나 연예계에 몸담고 있다면 말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K-학폭'? 쌍둥이 얼굴 외신 장식…"나도 당했다" 이어지는 '미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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