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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쌓이는데 업무는 마비…결국 '읍소' 편지까지

입력 2021-02-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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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목동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 방심위]서울시 목동에 위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 방심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업무 공백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했어야 할 5기 방심위원 9명이 위촉되지 않아 업무 '마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방심위에서 방심위원 추천권을 가진 국회로 "추천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읍소' 편지까지 써 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방심위는 방송 프로그램 등 방송 심의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는 각종 유해 정보들을 심의·단속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불법 금융과 도박, 마약 종류뿐 아니라 긴급 대응이 필요한 디지털 성범죄까지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유해 정보를 심의할 위원들이 없어 1일부터 현재까지 위원회 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688건 상정도 못해
이 사이 심의 안건은 쌓여가고 있습니다. 어제(15일) 기준으로 상정 대기 중인 심의 안건만 총 3만6216건입니다(중복 민원은 1건으로 간주). 디지털 성범죄 정보는 688건에 이릅니다. 어제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 접수되거나 인지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보만 44건입니다. 여기엔 피해자 얼굴을 합성한 노출 페이크 영상, 지적 장애 여성을 강제로 성인방송에 출연시킨 사건을 정리한 블로그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나같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 일정. 2월 이후 단 한 차례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홈페이지 캡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 일정. 2월 이후 단 한 차례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홈페이지 캡처]
최승호 방심위 긴급대응팀장은 "시급히 처리돼야 할 정보는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정보 사실을 알려줘 자율 규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문제는 자율 규제가 안 되는 '악성' 불법 사이트들인데 이들은 심의를 통해 접속 차단 등 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읍소' 편지까지 쓴 방심위 총장
방심위 측은 결국 국회에 '읍소' 편지를 썼습니다.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국회의장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원욱 위원장, 여당 조승래 간사, 야당 박성중 간사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편지에서 민 총장은 "제4기 위원회 임기 종료 후 열흘 남짓한 지금,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누적 방송 안건은 89건, 디지털 성범죄 정보와 불법 유해정보 안건은 각각 448건과 5728건에 다다랐다"면서 "신속한 피해 구제와 더불어 위원회의 원활한 업무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했습니다. 방심위가 직접 국회 등에 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편지를 쓴 건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지난 10일 방심위 민경중 사무총장이 국회에 쓴 편지지난 10일 방심위 민경중 사무총장이 국회에 쓴 편지
그렇다면 왜 추천이 되지 않고 있을까요. 방심위원은 통상 국회가 6명을 추천하면, 청와대가 위원장을 포함 3명을 추가로 추천하게 됩니다. 이후 방통위는 이를 받아 인사혁신처에 위촉 요청을 하게 됩니다. 현재는 국회 추천 단계부터 꽉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월 초 야당과 합의해서 추천 안을 의결하기로 협의했다"며 "그런데 돌연 야당 측에서 연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추천 인사를 확정 짓지 못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위원 추천 안 하는 국회…왜?

하지만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에선 여당 추천 위원이 많은 방심위의 구성을 감안해 차라리 방심위 공백 상태가 유리하다고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청와대 추천 몫인 방심위원장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거론되고 있어 야당의 거부감은 더 큰 상황입니다. 앞서 지난달 21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 전 사장은 국민적 자산인 전파를 특정 이념의 선전 도구로 전락시켰던 장본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백 사태는 방심위 임기가 끝나고 새 방심위가 꾸려질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3기 방심위가 출범할 땐 38일이 걸렸고, 4기 방심위 출범에는 무려 7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 때문에 제도 정비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국장급의 한 방심위 관계자는 "위원들 간 임기를 달리하는 임기 교차제 등을 통해 업무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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