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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이 세상에 안전한 도박판은 없다(feat. 코로나).gif

입력 2021-02-15 09:02 수정 2021-02-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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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안전한 도박판은 없어"

영화 「타짜」의 대사입니다. 불법 도박을 다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실은 영화와 다릅니다. 낭만도, 희열도 없습니다. 불법 도박은 여전히 버젓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말입니다. 카드와 칩을 서로 돌려 사용하면서 술집이나 합법 업소로 눈속임하고 있습니다. 도박장을 개설하든, 도박을 직접 하든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코로나 때문입니다. 피해가 남에게도 돌아갑니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팀은 몰래 문을 열고 진짜 도박이 벌어지는 불법 홀덤펍의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 추적이 안 된다, 그 바닥 모두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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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문 닫고 '진짜 도박'…불법 홀덤펍 잠입 취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1578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홀덤펍, 카드 게임 포커의 일종인 홀덤과 술집인 펍의 합성어입니다. 먼저 한 가지 확실하게 구분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홀덤펍 자체는 합법입니다. 안에서 도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보드게임 카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에서 도박이 이뤄진다면? 무조건 불법입니다. 합법을 가장한 도박장인 겁니다.

최근에 홀덤펍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서울 홀덤펍 여러 개에서 24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0월 인천에선 19명이 걸렸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합법 업소라 추적 등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업소들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릅니다. 더 위험합니다. 불법 업소 특성상 추적이 더 힘듭니다.


# 은밀하게 이뤄진다…불특정 다수 모집해 운영

밀착카메라팀은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는 홀덤펍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텔레그램과 밴드 등을 통해 게임에 참여할 사람들을 은밀히 모집하고 있다는 겁니다. 텔레그램에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자 여러 정보방이 등장합니다. "24시간 밤새도록", "코로나 기간 동안 보안으로 진행합니다", 심지어는 "미녀 딜러 대기 중" 등 적나라한 문구도 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광고에 나와 있는 한 연락처로 연락해봤습니다.

기자) 오늘 갈 수 있나요?
관계자) 저희도 업이 업이다 보니까, 인증이 되어야 하거든요.

인증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누가 추천했는지, 그 사람과의 대화를 캡처해서 보내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곳에도 연락해 봤습니다.

기자) 000인가요? 오늘 영업하시나요.
관계자) 어떻게 알고 전화하신 거예요?
기자) 밴드 채팅이요.
관계자) 채팅이요? 아, 모임방 같은데.

메신저와 밴드 등 SNS를 통해 연락했다고 하니 경계심이 누그러집니다. 이것저것 묻는 취재진에 관계자는 설명을 이어갑니다.

기자) 안전한가요?
관계자) 카메라도 있고 그런 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오실 때 전화를 한번 주세요. 그러면 근처에서 한번 볼게요.

관계자는 장소를 정해줬습니다. 근처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관계자는 차를 끌고 나왔습니다. 취재진의 행색을 천천히 살피더니 차에 태우고 운영하는 업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렇게 불특정 다수가 모집되고 모임을 가집니다. 건강도, 안전도 아무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 '다닥다닥' 어깨 서로 붙이고, 딜러는 '노 마스크'…손님 '별명' 적힌 장부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관계자를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업소 문 앞엔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있습니다. '홀덤펍' 간판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맞이했지만, 명부도 발열 체크도 없습니다. 애초에 문을 열어선 안 되니 신경도 안 쓰는 것일까요. 들어가자마자 카드 게임 하는 테이블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카드를 나눠주는 딜러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어깨를 다닥다닥 붙이고 칩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들어가니 취재진의 '별명'을 물었습니다. 아무 별명이나 둘러댔습니다. 출입명부 대신 장부가 있었는데, '거북', '코로나' 등 손님들 별명이 적혀있습니다. 누가 들어왔는지, 알 수조차 없는 구조입니다. 음료와 술을 마시고, 따거나 잃으면 큰소리를 냅니다. 비말이 흩날리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서로의 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칩과 카드에 집중할 뿐입니다.


# 다음날 3시간 넘게 지켜본 업소…사람들 끊임없이 들어가

다음날 오전 업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버젓이 '홀덤펍' 간판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집합금지명령서도 명확하게 붙어있었습니다. 지자체장 명의로 말입니다. 날이 저물고, 취재진은 해당 업소를 3시간 넘게 지켜봤습니다. 밤 11시가 다가오자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이 업소로 들어갔습니다. 지켜본 것만 10명이 넘었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사람, 안에서 마중 나오는 사람 등 다양했습니다. 지난밤 취재진처럼 차에서 내려 관계자를 뒤따라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듣는 듯하더니 발길을 돌렸습니다. 문이 잠겨있고, 인기척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단속이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암막 커튼을 치고, 이중문을 설치해놨습니다. 빠져나가는 통로를 만들어놨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업하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지만 현장을 포착하거나 내부 증언이 있지 않은 이상 그러긴 쉽지 않습니다.


# 억울한 '착한 홀덤펍' 점주들…정부, 홀덤펍에 150만 원 지원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피해는 시민들 몫입니다. 그중에 더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착한홀덤펍점주연합' 회원들입니다. 한 회원은 "저희는 현금을 바꾸지(환전하지) 않습니다. 같은 취급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한 심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건전하게 술 마시고 음식 시켜 먹으며 부가적으로 카드놀이를 즐기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라고 합니다. 그런 업소는 자신들과 완벽히 다르지만 '홀덤펍'으로 함께 묶여 피해를 받는다는 주장입니다. 이 회원은 "그런 업체들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착한홀덤펍점주연합은 지난 6일과 10일 집회를 열고 방역수칙을 준수할 테니 영업을 이어가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오늘(15일)부터 거리 두기가 단계가 조정됩니다.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각각 거리 두기가 하향 조정되면서, 홀덤펍도 핵심방역수칙을 준수하면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핵심방역수칙인 운영 제한 시간(밤 10시)을 지키고 이용 제한 인원을 준수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자출입명부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는 2주 뒤인 오는 28일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불법 도박이 이뤄지는 홀덤펍을 가서는 안 됩니다. 거리 두기가 조정됐다고 해서 도박이 용인되진 않습니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판 안에서는 모두가 패배자입니다. 코로나 19에 감염되어도, 불법 도박으로 처벌받아도 책임져줄 사람 하나 없습니다. 슬퍼해 줄 사람도 없습니다. 가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한번 영화 타짜의 대사로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이 세상에 안전한 도박판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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