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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즘]아이폰·초대장 없이 '클럽하우스' 써보기

입력 2021-02-11 07:02 수정 2021-02-15 15:38

[써보니즘]아이폰·초대장 없이 '클럽하우스' 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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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즘]아이폰·초대장 없이 '클럽하우스' 써보기

[클럽하우스? 저도 글로 배웠습니다]

'아이고~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

며칠 전부터 트위터에 '클럽하우스', '클하'(줄임말) 얘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재밌다", "신기하다", "이거 하다 밤 샜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대체 뭐길래. 트윗 몇 개를 살펴보고 알았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음성'으로만 소통하는 새로운 소셜미디어라는 걸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초대장이 있어야 하고, 여기 가입한 유명 기업 CEO·전문가·연예인과도 말을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방이 열리는데 조용히 들어가서 들어볼 수도 있고, 발언권을 얻으면 말도 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 앱은 이렇게 생겼다. 아이폰, 아이패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클럽하우스 앱은 이렇게 생겼다. 아이폰, 아이패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도 모자라 클럽하우스까지. 다들 참 부지런하다 싶었습니다. 신기하긴 했지만, 그 흔한 인스타그램도 안 하는 제가 (취재 및 섭외용 계정만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더더욱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바로 사용해봐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클럽하우스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게 됐기 때문이죠. (ㅠㅠ)

[아이폰도, 친구도 없으면 서러워 살겠나...]

클럽하우스엔 진입장벽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초대장 그리고 아이폰.

① 초대장
클럽하우스에 먼저 가입한 이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낼 수 있습니다. 계정당 2개씩 나옵니다.

 
문자로 온 클럽하우스 초대장. 맨 아래 링크를 누르면 시작할 수 있다. 초대장이 영어로 돼 있는 것도 누군가에겐 또 하나의 장벽이지 않을까. 〈사진=시청자 제공〉문자로 온 클럽하우스 초대장. 맨 아래 링크를 누르면 시작할 수 있다. 초대장이 영어로 돼 있는 것도 누군가에겐 또 하나의 장벽이지 않을까. 〈사진=시청자 제공〉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초대장을 구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클럽하우스 가입 사실을 인증한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글에 '초면에 죄송하지만 초대 가능하냐', '초대장 좀 받을 수 있겠냐'는 간절한 댓글이 달린 걸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프티콘과 바꾸자거나 당근마켓에서 돈으로 사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한다는 글들. 기프티콘으로 사례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구한다는 글들. 기프티콘으로 사례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고 인증한 한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달린 댓글. 모르는 사람에게도 초대장을 부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진=시청자 제공〉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고 인증한 한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달린 댓글. 모르는 사람에게도 초대장을 부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진=시청자 제공〉

② 아이폰
클럽하우스는 아이폰, 아니면 아이패드로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제겐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초대장을 보내주는 지인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취재를 안 할 수는 없었죠. 수소문 끝에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JTBC 인턴 PD의 아이패드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겨우 빌린 아이패드로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는 기자의 모습. 영어로 열린 방이 많았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겨우 빌린 아이패드로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는 기자의 모습. 영어로 열린 방이 많았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나 래퍼 '스윙스'랑 놀아봤다(??)]

그렇게 빌린 아이패드로 제가 처음 들어간 방은 래퍼 '스윙스'가 연 방이었습니다. 방 이름은 〈그냥 스윙스랑 놀자〉. 정말 그 안에선 스윙스와 700명 가까운 참여자가 놀고 있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처음 들어간 '스윙스'의 방. 지정된 발언자가 스윙스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클럽하우스에서 처음 들어간 '스윙스'의 방. 지정된 발언자가 스윙스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스윙스가 하는 말을 들어봤습니다. 방 참여자와 대화하면서 본인의 위치를 설명했습니다. "강남에서 넘어가고 있었는데. 다른 데로. 나는 이제 한남대교 건너서."

그러다 갑자기 고등학생 래퍼 '트레이드엘'과 일반 참여자 한 명을 발언자로 불렀습니다. "와 반가워요, 본인 소개를 해주시겠어요?"라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일반 참여자분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었습니다. "What's your name?"이라며 영어로 소통을 시도했지만 잘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이용자가 아무 방이나 들어갈 수 있다 보니 벌어진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스윙스는 '트레이드엘'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대화하는 스윙스와 참가자들. 참여자도 갑자기 발언자로 지정될 수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클럽하우스에서 대화하는 스윙스와 참가자들. 참여자도 갑자기 발언자로 지정될 수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그나저나 왜 하필 스윙스의 방이었냐고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물어봤습니다.) 제가 클럽하우스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3시 30분쯤이었는데요. 그때 한국어로 열려 있던 방이 몇 개 없었습니다. "유명한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시청자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조건에 맞는 방은 스윙스의 방 하나뿐이었습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나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외에도 방송인 노홍철 씨, 가수 호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 많은 유명인들을 클럽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해 활동하는 유명인들이 많다. 연예인, 교수, 기업 CEO 등 다양하다. 〈사진=시청자 제공〉클럽하우스에 가입해 활동하는 유명인들이 많다. 연예인, 교수, 기업 CEO 등 다양하다. 〈사진=시청자 제공〉

[솔직 평가]

(1) 아쉬움
제가 클럽하우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였을까요? 아니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나 배달의민족 CEO 김봉진 씨 등 다양한 유명인의 대화방을 경험하지 못해서였을까요. 저는 다시 들어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라디오 전화 연결, 연예인들의 라이브 방송과도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2) 장점
영어, 일본어로 열린 방들이 많았습니다. 주제도 일상적인 대화부터 코로나19, 예술, 운동, 기술 등 다양했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의 이야기를 외국어로 듣는다면 공부가 절로 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영어 공부하기 좋을 것 같다"는 기대를 보였는데요.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정보도 얻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선 다양한 주제의 대화방이 열린다. '아무말 대잔치'부터 '코로나19'까지.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들어가면 된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클럽하우스에선 다양한 주제의 대화방이 열린다. '아무말 대잔치'부터 '코로나19'까지.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들어가면 된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클럽하우스의 미래는?]

클럽하우스에 열린 방들은 대화가 끝나면 사라집니다. 내용도,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저희가 만난 한 이용자분은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소셜미디어"라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내 계정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도 몇 번씩 고민을 하고, 때론 기록을 지우기도 하는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편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방 안에서 법적·윤리적 문제가 되는 일이 벌어져도 그 또한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주는 방, 노래를 들려주는 방이 열린 적 있다고 하는데요. 저작권이 있는 유료 콘텐트를 무료로 즐긴 겁니다.

"지적 재산권이나 기타 소유권을 침해하는 대화에 참여하거나 관련 콘텐트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클럽하우스 규정이 있긴 합니다. 규정을 어긴 이용자를 신고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계정이 정지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 참여자가 신고하지 않거나, 실시간 모니터링이 없으면 위반 사실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또 초대를 받아 들어가는 폐쇄적인 구조도 인기에 한몫한 만큼, 사용자가 많아지면 지금 같은 매력은 사라지지 않겠냐는 얘기도 많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처럼 광고가 불쑥불쑥 나오는 날도 올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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