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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 감각"...이 정부 정책 홍보 영상, 어떻습니까

입력 2021-02-09 13:54 수정 2021-02-09 13:58

중독성 있는 랩, 장인 등장...내용 적절성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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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는 랩, 장인 등장...내용 적절성 논란도

오늘 아침, 재택근무를 하던 중 해양수산부에서 날아온 메일에 첨부된 영상을 무심코 클릭했다가 집 안에 있던 아이 셋에게 둘러싸였습니다.
'잡지 마요 송'이라는 영상 때문이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만든 '잡지 마요 송' 영상의 한 장면.해양수산부가 만든 '잡지 마요 송' 영상의 한 장면.

아이들은 영상을 보더니 노래에 등장하는 후렴구 '잡지 마요, 먹지 마요'를 흥얼거리며 "어린 물고기는 먹으면 안 되는구나"라고 했습니다. 랩으로 풀어낸 후렴구의 중독성과 가사 전달력은 적어도 적어도 우리 집 아이들에게는 인정받은 셈입니다.

오늘(9일) 해양수산부가 처음 공개한 이 곡의 가사를 풀어보면 내용은 이러합니다.
'갈치는 7월에 잡지 마요', '꽃게는 6월에서 8월 사이', '고등어는 21cm만', '대 문어는 600g 이상 되는 것만 먹을 수 있고 잡을 수 있어' 등입니다.

연근해 수산자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하면서 어린 물고기와 산란기 어미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수산자원을 포획, 채취할 수 없는 시기인 '금어기'와 잡을 수 없는 크기(무게)인 '금지체장(체중)'을 담은 겁니다.
'폐어구로 물고기가 죽어가'와 같은 가사로 '유령어업' 문제도 짚고 있습니다.

이 영상 제작을 주도한 건 해양수산부와 한국 어촌 어항 공단입니다. 배포를 담당한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에 연락해보았습니다.
유윤진 사무관은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와 이전에 이 업무를 했던 사무관 모두 20대입니다. 금어기, 금지체장이란 말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장성규가 나오는 해수부 영상'을 떠올렸습니다."

해양수산부가 2019년 만든 수산물 소비 촉진 영상해양수산부가 2019년 만든 수산물 소비 촉진 영상
이 '장성규 영상'이란 바로 '고갈광우조오장'입니다. 우리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2019년에 해수부가 제작했는데, 우리 수산물 7종, 즉 고등어, 갈치, 광어, 우럭, 조기, 오징어, 장어를 합친 게 제목의 뜻입니다. 이 곡을 듣다 보면 '라이킷라이킷 씨푸드'를 중얼거리게 된다며 당시엔 수능 수험생에겐 들려주면 안 된다는 '수능 금지곡'으로 불리는 영광까지 안았습니다.

이처럼 정부부처 정책 홍보 영상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며칠 전 '내 삶의 새로운 기회, 한국판 뉴딜 호미 이야기'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만든 '한국판 뉴딜 호미 이야기' 영상의 한 장면.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만든 '한국판 뉴딜 호미 이야기' 영상의 한 장면.

광고 내용은 이렇습니다. 경북 영주의 오래된 대장간에 위기가 닥치고, 호미를 만드는 석노기 장인은 "우리 대장간도 위태위태했었지"라고 회고합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호미가 인기를 끌게 됩니다. 디지털로 한국의 호미가 전 세계 시장을 개척했다는 겁니다.
석 장인은 "한국판 뉴딜 대끼리('아주 좋음'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상도 사투리)지! 나 같은 사람도 잘살 수 있게 하는 것 아니겠어?"라고 말하고, 영상은 '디지털로 만드는 더 풍요로운 내일, 한국판 뉴딜이 활짝 엽니다'라고 마무리합니다.

이 영상에 대해선 평이 엇갈립니다.
"오, 우리나라 호미가 인기가 대단하군요. 역시 대한민국"이라고 평한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네티즌은 "아마존에서 호미가 잘 팔리는 것과 디지털-뉴딜이 대체 무슨 상관이길래.... 누가 보면 정부에서 지원해줘서 잘된 줄 알겠네"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호미 팔아서 일자리 몇 개나 만들었냐"라고 지적합니다.

정부 부처 홍보 영상이 논란을 일으킨 경우는 최근에 또 있었죠.
지난 1월 1일 공개됐던 보건복지부의 '집콕 댄스' 영상은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응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노래에 맞춰 집 안에서 6명이 격렬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겨 "층간소음을 조장하느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수백만 원의 예산 낭비라는 말까지 나왔고요.

이처럼 좋은 뜻으로 제작된 영상들도, 그 내용에 따라 국민의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정책을 쉽게 전달하고 국민을 위로하려는 의도에는 손뼉을 쳐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 부처 담당자들이 정책에 접근하는 방식과 전하려는 내용에 대해 좀 더 치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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