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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스푸트니크V 91.6% 효과…'나발니 정국' 변수?|아침& 세계

입력 2021-02-08 08:40 수정 2021-02-08 11:43

이신욱 동아대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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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욱 동아대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연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죠.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6%로 나타났습니다. 외신들은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호재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푸틴 정권의 탄압 논란과 대규모 반정부 시위 분위기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저명한 국제의학학술지인 '랜싯'에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의 스푸트니크 V 백신 임상 3상의 결과 발표 논문이 실렸습니다.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1.6%에 이르고 고령자에게도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평가가 게재됐습니다. 가격도 1회 접종에 우리 돈 1만1천 원 정도로 서방 국가들의 백신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영하 70도 이하의 냉동 보관이 필수적인 화이자와 달리 스푸트니크 V는 일반 냉장 보관이 가능해서 운송 수단이 열악하거나 더운 나라에서 쉽게 배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전 세계 인구 중 1.7%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집단 면역에 이르는 데 앞으로 7년이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푸트니크 V로 코로나19 백신 물량 부족 사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벨라루스와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를 비롯해 미얀마와 아르헨티나, 멕시코, 이란 등 30개국이 스푸트니크 V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는 터키조차 백신 공급을 요청했습니다. 유럽연합도 스푸트니크 V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유럽연합 외교정책 책임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셉 보렐/EU 외교정책 책임자 : EU 회원국들은 백신 부족에 직면해있고, 다른 공급원도 환영하기 때문에 (스푸트니크V 임상 결과는) 좋은 소식입니다. 러시아 과학능력에 축하를 보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 3개국의 외교관을 추방했습니다. 나발니는 집행유예 취소 판결에 이어 지난 5일 세계 대전 참전 퇴역 군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았습니다.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을 당시, 처음 치료를 담당했던 러시아 의사가 55살의 나이로 돌연사한 것도 논란입니다. 나발니가 지난 2일 공판에 참여해, 푸틴 대통령은 결국 독살자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한 음성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알렉세이 나발니/러시아 야권 지도자 (지난 2일 공판) :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방법은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가 위대한 지정학자이자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인 척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나에게 갖는 원한 때문에 결국 그는 독살자로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블룸버그와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들은 스푸트니크 V의 성공이 나발니 탄압 논란을 잠재우고 푸틴 대통령에게 중대한 승리를 안기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신욱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러시아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이 64%로 여전히 견고한 수준입니다. 스푸트니크V의 성공이 러시아 내에서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푸틴 대통령은 흔들리는 입지를 다시 탄탄하게 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애국심을 이용해 왔습니다. 서구 민주주의를 배격하고 슬라브 민족주의를 내세워 러시아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왔고 그 중심에 러시아 정교회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코로나19를 잠재우고 러시아를 보호하는 구국의 영웅으로 푸틴 대통령을 미화하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러시아를 침략하려는 악마로 각인시키고 나발니를 그 하수인으로 연결시켜 자신의 집권연장을 획책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러시아와 모스크바 코로나19 감염자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러시아인들의 애국심과 푸틴 마케팅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입니다.

 
  • 야권 지도자 나발니의 탄압문제로 그동안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말이죠. 그런데 스푸트니크V의 성공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외신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푸트니크V 효과가 나타난 이후 EU 등 서방국가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양한 백신이 나오고 있어 서방이 스푸트니크V의 확보를 위해 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의 관계도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4일 미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은 러시아 외무장관 라브로프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발니 석방을 요구했으나 러시아 정부가 거부했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튼 대통령의 우리나 동맹국에 해를 끼치는 러시아의 행동에 대응해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겠다는 발언을 볼 때 아마도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과 마찬가지로 미러 관계도 갈등 관계로 접어들면서 신냉전에 도래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과 서방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동맹 형태로 신냉전 구도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서도 그동안 러시아 전역에서 반푸틴 시위가 펼쳐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만여 명이 체포됐다 이런 추정도 나오고 있고요. 그런데 나발니 측에서는 거리시위를 당분간 중단하고 봄에 재개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반정부 시위의 기세를 봄에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세요?

    나발니 구금이라는 현재 추세를 보면서 일단 거리시위는 중단된 것으로 보이지만, 푸틴에게서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러시아 혁명도 일반적으로 1917년 2월과 10월 두 차례 혁명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원래 시작은 1905년 1월 피의 일요일 사건부터 비롯됐습니다. 비무장 시민들에게 무자비한 살육을 저지른 차르에게서 러시아 국민들의 민심이 떠난 사건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작년 나발니 독살 미수사건과 이번 나발니 구금은 러시아 야권을 뭉치게 했고 푸틴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절대적 믿음을 깨버린 사건이라고 할 수 있고 푸틴제국의 붕괴의 서막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과 5월 1일 노동절이 대규모 시위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는 백신 외교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고히 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방국가들이 나발니 탄압에 대해 러시아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입장에서, 스푸트니크 V의 유럽연합 도입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 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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