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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탄핵안 헌재로…여 "몰래 녹취 문제" 야 "김명수 사퇴"

입력 2021-02-05 18:47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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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어제(4일) 초유의 법관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 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오늘 헌재에서 사건번호도 부여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성근 부장판사가 녹취한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녹취파일이 공개됐고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사법부 독립 훼손' 논란도 불거졌는데요. 야당은 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한 반면에 여당은 몰래 녹취가 더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관련 소신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유스티티아(Justitia)'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입니다. 오늘날 정의를 뜻하는 영어 Jusice는 여기서 유래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 법원엔 이 유스티티아 동상을 상징으로 세운 곳이 많은데요. 한 손에 든 저울은 '공정'을, 칼은 '법의 권위'와 엄정한 집행을, 안대로 가린 두 눈은 사사로운 것에 현혹되지 않는 '불편부당'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도 정의의 여신상이 있죠. 차이가 보이시나요? 옷과 머리모양에 한국적 미를 담았고요. 또 한 손엔 칼이 아닌 법전을 들고 있습니다. 눈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판단한다면 굳이 눈을 가릴 필요조차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치가 격랑에 휩쓸려도 고고히 제 갈길을 간다던 사법부가 충격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장판사, 두 사람이 그 중심에 섰는데요. 일련의 사태를 두고 사법부 내에선 '사법부 치욕의 날', '참담하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2017년 9월 26일) :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식에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공개된 녹취를 보면, 그 약속과 정 반대의 행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듯 합니다.

[김명수/대법원장 (지난해 5월 22일) : 법률적인 그런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대법원장이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정치 상황을 살펴야 한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김 대법원장은 왜, 어떤 상황을 살펴야 했던 걸까요.

[김명수/대법원장 (지난해 5월 22일) : 더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치?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

본인의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자인한 셈입니다. 국민 앞에선 "탄핵을 거론한 적 없다" 하루 만에 들통날 거짓 해명까지 했죠.

[김명수/대법원장 :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신 거에 대해서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비판 제기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김 대법원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전날 퇴근길에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며 사과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다만, 이때도 발언 자체가 부적절했다고는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현재 상황, 그야말로 사면초갑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는데요. 현직 대법원장이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사법부 내부 반발도 심상찮죠.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140여 명이 성명서를 냈는데요.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해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했다.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며 "탄핵돼야 할 사람은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임 판사가 한 행위가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번 탄핵소추의 실체는 법원 길들이기, 범여권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고도 했는데요.

정치권에선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대법원장 스스로 법복만 걸친 정치꾼임을 고백한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법 최종 판결자인 대법원장이 '거짓의 명수'라는 것은 국가 재앙이자 미래에 대해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 대법원장 스스로 결단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예 대법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직접 만나 "물러나겠다"는 답변을 듣기 위해서였는데요. 출입문 앞에서 긴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 아니 이렇게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입니까 이게? (이게 뭐 하는 거냐고!)]

[김인겸/법원행정처 차장 : 저희 아마 청사 방어 규정에 따라서… 대법원장님하고 말씀드렸는데 여러 가지 상황상 면담이 어렵다고…]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 아니 대법원장이 부끄러운 짓을 하면 법원행정처 처장이든, 차장이든 국민들께 부끄러운 마음으로, 사죄하는 마음으로 순리대로 해야지 지금 이게 방호원들 시켜서 예?]

[김인겸/법원행정처 차장 :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아니, 차장님 이게 아니잖아요.) 죄송합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 아니 왜 이러십니까? 차장님 이러시는 거 좀 이상하죠? 예? 차장님 스스로도 이상하죠?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김인겸/법원행정처 차장 : 문 여세요. 들어가서 추우니까…]

결국 만나긴 만났는데, 김 대법원장은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요. 지도부는 '신중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탄핵 사유야 충분하지만 사법부 독립 훼손의 소지가 있고, 부결되면 면죄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 겁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번 임성근 판사 탄핵에 이어서 내는 것이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점하고 민주당이 탄핵을 적극적으로 막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지금 신중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거짓말보다 녹취가 더 문제'라며 임 부장판사에 역공을 펴는 모양샙니다. "몰래 녹음한 녹취록을 공개한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임 판사는 위헌적 행위만 탄핵감인 것이 아니라, 인성이나 인격도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는데요.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발언이 뭐가 문제냐, 오히려 잘한 일 아니냐고 엄호했습니다.

[전재수/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위헌적 요소나 위법적 발언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징계하기 전에 사표를 내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사회의 오래된 관행을 대법원장이 막은 겁니다. 그리고 국회의 위상, 또 삼권분립의 이것을 굉장히 존중해 주는 이런 발언입니다.]

또 "김명수의 거짓말보다 녹취한 임성근이 더 문제(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음은 파렴치한 일"(양향자 최고위원)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녹음을 작정했다면, 대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박주민 의원)고도 했죠.

조금 많이 나간 주장도 있습니다. 어제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민주당 홍영표 의원 발언입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불법 심부름센터도 하지 않는 이런 '불법 도청'을 해서 폭로했다는 게 정말 충격적입니다. 이런 분한테는 사법 정의가 아니라 인간적인 예의나 도덕이 없는 사람 같습니다.]

잠시 팩트체크 들어갑니다. 법관의 '몰래 녹취'가 충격적일 순 있지만, 이게 불법이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화 당사자의 중 한 명이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동의 없이 한다면 그게 불법이고요. 따라서 홍 의원의 발언은 다소 무리수란 지적입니다.

사실 민주당이 우려하는 건, 범여권이 주도한 임 부장판사 탄핵의 정당성이 훼손되진 않을까 하는 겁니다. 녹취록 논란은 논란이고 탄핵은 탄핵이다, 선을 그었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야당은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타성적 비난에 불과합니다. 난폭운전자 처벌을 운전자 길들이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를 바랍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거짓해명' 고발당한 대법원장…여 "녹취가 더 문제" 야 "김명수 물러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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