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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녹취록' 공개…국회, 최초의 '법관 탄핵' 가결

입력 2021-02-04 19:04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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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을 이유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내용의 녹취가 공개됐습니다. 대법원은 어제(3일) 국회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답변했었죠.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 탄핵도 오늘 가결이 됐는데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법관을 탄핵한 겁니다. 관련 소식 류정화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이 안 된다"며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말이죠. 대법원에선 즉각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임 부장 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적이 없다",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없고, 일단 치료에 전념한 후 생각해보자"고 했다는 겁니다.

대법원의 이 공식 입장, 하루 만에 뒤집혔습니다. 문제가 된 지난 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장판사의 대화, 녹취를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겁니다. 1분 36초 분량의 녹취, 김 대법원장의 입에선 '탄핵'이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왔습니다. 사표수리와 탄핵을 정확히 연결 지은 대목도 있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의 이유, '사법농단'이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봤다는 거였죠.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군다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 경호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이 받고 있는 재판에 함부로 개입하는 일은 더더욱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도 국회의 눈치를 봤습니다. 사법부의 수장 대법원장이 직접 "법률적인 건 차치하고 정치적인 상황을 살펴야 한다"라고도 말했죠. 국회를 묘사한 표현이 조금 거칠어 보이기는 합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녹취가 공개되자 김 대법원장은 해당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어제의 해명을 뒤집은 겁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녹취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이 맞고, 앞선 답변은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다"고 했습니다. 또 "송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 국회로 옮겨가면서 파장은 커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에게 당장 거취를 결정하라고 공세를 폈고, 국민의당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쳤다"고 비난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어제오늘 드러난 녹취록을 보면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에 노출시키기 위해서 1년 가까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이런 행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서 거짓말까지 한 정황이 나타나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욕의 이름을 사법사에 남기지 말고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기 바랍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임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겁니다.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도 일제히 비난했죠. "삼권 분립에 어긋나는 발언"이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반면 여권에선 말을 아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대법원장이 사표수리를 보류한 것 자체는 당이 논평하거나 입장을 밝힐 영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네. 특별한 코멘트가 없습니다.]

반면 우상호 후보는 임 부장판사를 탄핵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러 간 자리에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탄핵하는 것이 맞다"는 겁니다. 관련 소식은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번 탄핵소추의 진정한 실익은 정쟁으로 시끄러워 보이는 이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애초 설계된 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과 국회가 함께 확인하는 데에 있습니다. 정당을 넘어서 압도적인 다수의 의원들의 찬성으로 이 안건을 가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회는 오늘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재적의원 288명 중, 179명이 가표를 102명이 부표를 던졌습니다. 탄핵안 발의에 이름을 올렸던 161명보다는 찬성표가 18명 더 많았죠. 다만 민주당 의원 174명에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을 다 더한 184명보다는 찬성표가 적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책상에 "졸속 탄핵, 사법 붕괴"라는 손피켓을 붙인 채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탄핵이 가결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요. 

[졸속 탄핵 규탄한다! 김명수를 탄핵하라!]

탄핵안 표결 직전, 국민의힘은 임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를 면밀히 조사하자"면서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은 "시간끌기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주혜/국민의힘 의원 :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법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나쁜 선례로 역사에 기록된다는 점에서 탄핵 의결 전에 탄핵 사유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피소추자 임성근은 오는 2월 28일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로 따지면 24일 남은 셈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촉박한데 10여 일간의 조사를 하자는 것은 사실상 시간을 끌어서 면죄부를 주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임 부장판사 선고는 이미 1년 전에 있었는데, 지금 탄핵안을 추진하는 건 앞으로 남아있는 재판에서 영향을 주고 싶은 것 아니냐고도 꼬집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 월성원전 폐쇄 불법조작,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조국 전 장관 비리에 대한 재판에 강한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 없다고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어진 대정부 질문에서는 정치 외교 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는데요. 들어가서 더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김명수 녹취파일 공개, 거짓말 논란…국회,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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