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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해서 배달하지"…'갑질 파문' 학원 관계자, 알고 보니

입력 2021-02-03 20:22 수정 2021-02-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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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배달 노동자에 대한 갑질성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 학원 관계자가 배달 노동자에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 했겠냐"는 등의 모욕성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학원 관계자의 기막힌 갑질

어제(2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원 관계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배달대행업체 종사자로 추정됩니다.

그는 "동료가 너무 황당한 일을 겪고 억울해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고 싶다"며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이었습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커피를 주문한 학원 관계자 A 씨가 배달원 B 씨와 실랑이를 벌인 것입니다.

A 씨가 배송지를 잘못 쓴 탓에 추가 배송비가 발생한 게 문제였습니다.

글에 따르면 B 씨는 다른 배달 일이 밀려있는데도, A 씨 요청에 따라 배달 장소에서 약 10분가량 기다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있었고, A 씨는 해당 배달노동자가 소속된 배달대행업체 측에 전화했습니다.

공개된 녹음 파일에는 학원 관련 종사자 A 씨가 한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 폭언 녹취록 들어보니

A 씨는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배달이나 하고 있겠죠", "본인들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 했겠냐", "공부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원밖에 없죠. 배달원은 중졸 고졸도 다 받으니까"라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배달대행업체 사장은 "말씀을 왜 그렇게 하시냐", "인권 비하 발언은 하지 말아달라", "생각 좀하고 말해달라"고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러자 A 씨는 "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번다", "돈이 없으니까 그 일을 하겠죠. 가정 있고 본업 있는 사람이 배달 일하는 거 못 봤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돈 많으면 그 짓 하고 있겠냐"며 황당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사장이 "얼마 버는지 알고 말씀하시는 거냐"면서 "잘 버시는 분은 1,000만 원도 가져간다"고 말하자, A 씨는 "그렇게 고생해서 1,000만 원 버느냐"며 "미안한데, 내가 일주일에 버는 게 1,000만 원"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A 씨는 "너희가 하는 꼴이 거지 같다. 꼴사납다"며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참다못한 사장이 "이 날씨에 오토바이 타고 배달해 봤느냐"고 하자, A 씨는 "이 날씨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할 일이 없죠. 대학교를 나왔는데"라며 맞받아쳤습니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 갑질에 분노한 시민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남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배워서 하는 일인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화가 난다", "저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건 도대체 어떤 교육과정 속에서 배웠지"라며 분노했습니다.

해당 배달대행업체 측 관계자는 오늘 JTBC와 통화에서 더는 갑질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제는 배달 수요가 너무 크고 배달 시장이 절대 작지 않다"며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고, 배달 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감정 노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갑질 사례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 정도까지 치욕스러운 모독을 당한 건 처음"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피해자인 배달원은 이틀 정도 쉬고 오늘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며 "워낙 밝은 성격에, 일하면서 학비 모으고 용돈 벌면서 열심히 사는 친구인데, 젊은 나이에 이번 일로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가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학원생들의 등하원을 돕는 셔틀버스 도우미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학원 측은 "A 씨는 한 달 정도 근무하고 지난 2일 퇴사했다"며 "퇴사하면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본사와 해당 가맹점 모두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5년 이상 가맹사업을 운영하면서 이런 사례가 없었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와 양질의 교육환경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측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원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단순히 나쁜 손님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근본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배달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고 여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진=라이더유니온 페이스북 캡처)(사진=라이더유니온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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