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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길어질수록 실리 놓칠 것"... '물밑협상' 송영길 인터뷰

입력 2021-02-03 17:48 수정 2021-02-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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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에 한 달 가까이 억류돼 있었던 우리 선원들의 석방을 결정했습니다.
선박 '한국케미호'와 선장 한 명을 아직 억류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원 19명은 모두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JTBC는 우리와 이란과의 물밑 협상 과정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최근 한 달 사이에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4차례 만났다"며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국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는 2차례 화상통화를 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송 위원장은 "이란 현지 소식통들과는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했는데요,
다음은 기자가 오늘 낮 송 위원장과 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지난 1월 27일,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졸누리 이란 국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 화상통화를 하는 모습 (사진=송영길 의원실 제공)지난 1월 27일,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졸누리 이란 국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 화상통화를 하는 모습 (사진=송영길 의원실 제공)

[기자]이란이 전격적으로 석방을 결정한 이유가 뭘까요?
[송 위원장] "우선 (억류) 명분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았을 겁니다. 졸누리 위원장과 통화에서 제가 강조한 게 있거든요. 당신들 주장대로 환경오염이 억류 이유라면 민사로 풀어갈 과실 정도 문제일 텐데 인신을 구속한다는 게 과연 타당하냐고요. 그랬더니 졸누리 위원장이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란 혁명대) 인사들을 설득해보겠다고 하더군요."

[기자]'이란 입장에서 우리 선원들을 계속 억류해봐야 현재로선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없다'고 설득한 것인가요?
[송 위원장]"최악을 가정한 얘기라 조심스럽긴 한데, 우리 선박회사가 우리 법원에 억류에 따른 배상 소송을 냈다고 가정해봐요. 일제 징용공 경우처럼 사법부 판결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강제집행 후 배상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입니다. 이란 측에도 이런 내용을 넌지시 전달했어요. 억류가 길어질수록 실리를 놓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이란에게는 우리나라에 있는 70억 달러가 너무 절실하거든요."
 지난 1월 16일,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와 한국케미호 선박 및 선원 억류문제를 논의하는 모습 (사진=송영길 위원장 페이스북) 지난 1월 16일,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와 한국케미호 선박 및 선원 억류문제를 논의하는 모습 (사진=송영길 위원장 페이스북)

[기자]하지만 실제로 '동결 자금(한국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과 '억류 문제'를 연계해 협상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송 위원장]"그건 협의 상대인 이란에 대한 존중 문제입니다. 억류 배경에 동결 자금 문제가 있다는 걸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죠.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 둘을 연계해 협상을 하자고 하면 이란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한국이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게 됩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억류 문제와 별개로 동결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해요."

[기자]협상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송 위원장]"억류 선원의 부인과 주한 이란대사 간 통화를 주선한 적이 있어요. 가족들이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는 걸 보고 이란 정부 관계자라면 어느 정도 안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통화 후 선원 가족분들도 크게 안도하시고, 이란대사도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우리 노력이 인상 깊었다고 하더군요."
이란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나포한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사진=연합뉴스)이란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나포한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사진=연합뉴스)

송 위원장은 거듭 "아직 선장이 풀려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과의 관계 개선은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라며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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