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아랍의 봄' 10주년…튀니지, 시위 격화 이유는?|아침& 세계

입력 2021-01-29 09:20 수정 2021-01-29 09:5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진행 : 이정헌


10년 전인 지난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됐던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의 발원지죠.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이달 초부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시내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습니다. 이들은 지속적인 경제난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생활고와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무능한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이달 초부터 산발적으로 이어지던 시위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 10주년 기념일인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강제 진압에 나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시위에 참가했다가 최루탄에 맞은 청년 한 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심은 더욱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천여 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시위 참여자 : 지난 며칠동안 체포된 모든 청년들은 석방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요구이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경찰을 동원해 우리를 억압할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경찰이나 법원이 두렵지 않습니다.]

시위대는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2011년 민주화 시위는 당시 튀니지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청년이 분신 자살한 사건을 시작으로 촉발됐습니다. 그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주변국들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시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당시 23년 동안 튀니지를 통치하던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은 결국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빈곤과 청년 실업 등 튀니지의 근본적인 사회 문제들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시위 참여자 : 아랍의 봄 시위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혁명이라는 것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장 큰 증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혁명의 길을 되찾고,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항의하고 있습니다.]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10주년이 됐지만, 여전히 반정부 시위로 혼란을 겪고 있는 아랍 국가들의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희수 교수,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튀니지의 상황부터 살펴보죠.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년 전보다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 이렇게 대답한 튀니지 국민이 80%가 넘습니다.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튀니지는 아시다시피 2011년 1월 아랍의 봄이라는 거대한 시민혁명의 진원지였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정치부패 또 극심한 경제적 고통이 오늘날 시위의 근본원인인 것 같습니다. 이후 리비아나 알제리처럼 석유가 나지 않는 튀니지는 관광과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국가경제의 생명인데 IMF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2020년 튀니지 재정 적자폭은 국민총생산 GDP의 11.5%에 달해서 지난 40년간 최악의 상황을 맡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 보고서도 25세 미만 튀니지 청년 3분의 1이 지금 실업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절망한 젊은이들이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설상가상으로 더 어려운 생활고에 내몰리면서 정부가 지금 속수무책 상태고요. 이런 무능과 부패에 분노하고 정권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 그런데 튀니지뿐만이 아니고요. 아랍의 봄 시위가 확산됐던 다른 아랍 국가들 역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까?

    참 아이러니합니다. 아랍 민주화시위 10년의 처절한 교훈은 어떤 경우에라도 이 민주와 인권, 자유와 가치가 먹고사는 민생을 앞설 수 없다는 정말 처절한 교훈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또 선거를 통한 민주정권을 스스로 선택했지만 그 정권이 물과 전기 또 빵과 치안이라는 기본적인 삶은 물론이거니와 또 일자리 창출을 통한 미래를 약속해 주지 못함으로써 이집트에서는 오히려 군부 쿠데타로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섰고 지금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지에서는 군벌들 간의 내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죠. 튀니지가 그나마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튀니지 시민단체 연합인 4자대화기구가 201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튀니지마저 경제난 해소에 실패함으로써 민주화가 지금 좌초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아랍의 봄이 아니라 아랍의 겨울이라는 냉소적인 용어를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 말씀을 하신 것처럼 진정한 아랍의 봄은 아직까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뭘까요?

    제가 보기에는 첫째는 국제사회의 무분별한 개입을 좀 막아야 합니다. 리비아,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외국 세력들이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서 무분별하게 내전에 개입하면서 평화와 안정보다는 갈등 조장자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고요. 둘째는 아랍 각국들이 정파나 부족 집단의 이기적 관계보다는 국익이나 미래 세대를 위한 양보가 우선돼야 하는데 그게 지금 굉장히 부족하고요. 그런 다음에 국제사회가 경제 원조나 또 권위정권에 대한 압박을 통해 민주주의가 안착될 수 있게 서구사회가 평화적 개입을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내전이 지속되면서 삶이 더욱 핍박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군부가 개입하는 권위주의 정권의 부활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은 아랍사회가 안고 있는 불편한 현실입니다.


아랍 국가의 정치 전문가들은 '아랍의 봄'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아직 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은 앞으로 있을 긴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벌어질 시위들은 10년 전보다 더 폭력적일 것이라며, 다음 폭발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