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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건국일 갈등' 되풀이…매년 대규모 시위 이어져|아침& 세계

입력 2021-01-28 09:49 수정 2021-01-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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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진행 : 이정헌


백인들이 호주 대륙을 처음 밟은 날을 기념하는 호주 건국일에 시드니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지난 26일, 호주 시드니 도심 도메인 공원에 2천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날은 1788년 영국 함대가 처음으로 시드니 록스 지역에 도착한 날로, '호주의 날'로 기념하는 건국일입니다. 하지만 5만 년 전부터 호주 땅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는 잔혹한 정복 정책과 학살이 시작된 날입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이 호주 원주민들에게 '침략의 날'이자 '추모의 날'이라며 건국일을 다른 날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를 이끈 주최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리지 자렛/시위 주최자 : 이 나라가 대량 학살을 기념하는 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계속 시위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시위 참가 인원을 500명 단위로 나누고 집회 시간도 축소하면서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규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5명이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이런 갈등은 매년 '호주의 날'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한쪽에서는 건국일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벌어진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침략의 날'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호주 정부가 올해부터 국가 가사 중 '우린 젊고 자유롭다'는 부분을 '우린 하나이고 자유롭다'로 수정했습니다. 젊다는 표현이 원주민들의 오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이를 고치고 원주민들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당시 모리슨 총리의 발표, 직접 들어보시죠.

[스콧 모리슨/호주 총리 (지난 1월 1일) : 우리의 국가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이기를 바라는 지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강하고 활기찬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입니다.]

미국에서도 원주민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달러 지폐 인물을 원주민 탄압 전력이 있는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대신 여성 흑인 인권 운동가로 바꾸는 작업이 추진되고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차별 해소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먼저 호주의 상황부터 살펴보죠.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지금도 상당히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일까요?

    지금 다른 공식적인 차별이라든지 이런 건 별로 없는데요.다만 호주 인구의 3.1%를 차지하는 76만 명 정도의 에버리지인이라고 불리는 원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최하층입니다. 별도의 산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토지라든지 그런 데 대한 큰 권리를 인정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회보장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그리고 호주 사회에서 주류로 활동하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뉴질랜드를 보면 거기 굉장히 온정적인 정책으로 뉴질랜드의 에버리지인 원주민들은 얼마 전에 각료도 여러 명이 됐고요. 지금 이제 뉴질랜드 외무장관도 원주민입니다. 그렇지만 호주는 그런 일이 지금 없고 다만 가난하고 국가의 시책에 의존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죠. 특히 호주는 1900년부터 72년 동안에 원주민 아이를 백인 가정에 강제 입양시키는 그런 정책을 폈습니다. 사실상 이제 문화적으로 없애려고 한 건데 여기에 대해서 2008년에 캐빈 러드 총리가 공식 사과하면서 호주의 검은 역사가 다시 한 번 세상에 공개되고 그리고 호주가 새롭게 사과하고 복원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입니다.

 
  • 호주의 날을 비판하는 시위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고요. 건국일 날짜를 아예 바꾸는 것이 옳다는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건국일이 아직까지 바뀌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 보면 이제 국민들은 한 과반수 절반 이상이 바꾸자고 이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 가지 호주에서도 그런 분들이 많고 그리고 호주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야 된다, 서로 함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정치권에서 반대여론이 많습니다. 지금 보면 이제 모리슨 총리도 호주의 날을 그대로 두고 원주민의 수만 년 역사를 기념하는 별도 기념일을 신설하자는 입장이지 호주의 날 그러니까 영국 함대가 도착한 날을 바꾸자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 미국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확실히 달라질까요?

    지금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불이익, 백인우대 이런 정책으로 계속 일관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정책에 대한 반대 그리고 트럼프의 임기 말년에 있었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대규모 시위 이런 걸 통해서 새로운 미국 그리고 인권의 미국을 자각하면서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만큼 민주당의 원래 생각도 어떤 다양성 공존을 주장하는데다가 어떤 정권 자체가 바뀌고 했기 때문에 이제 더욱더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화합하는 미국을 만들자는 그런 쪽으로 갈 것 같습니다. 지난번 20일 취임식 때도 바이든 대통령이 굉장히 화합과 공존 이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호주 원주민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매년 계속되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건국일 날짜를 변경하지 않는 것은 호주에서 원주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갈등의 표상이 되어버린 '호주의 날'에 대해 사회 전체의 고민이 절실하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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