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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원 "어산지, 자살 우려"…송환 불허에 미 반발|아침& 세계

입력 2021-01-06 09:09 수정 2021-01-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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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진행 : 이정헌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으로, 현재 영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미국이 그를 송환하라고 요청했지만 지난 4일, 영국 법원이 이를 불허하면서 일단 미국으로 돌려보내질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호주 출신의 어산지는 2006년 폭로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와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 주요 국가기관 관료들이 주고받은 기밀문서 등 70만 건을 폭로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공개된 미국 외교 전문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 지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판과 평가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 국제 외교가에 엄청난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어산지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 됐고, 스웨덴에서 두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아 국제체포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그는 미국의 음모라며 성범죄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2012년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도피해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이후 어산지는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에서 7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며 각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유력 인사들을 만나는 등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대사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발코니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당시 어산지의 연설, 잠깐 들어보시죠.

[줄리안 어산지/위키리크스 설립자 (지난 2012년) : 위키리크스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 우리 사회의 건강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에콰도르가 어산지에 대한 보호 조치를 철회하고 영국 경찰이 대사관에 진입하는 것을 허가하면서 7년간의 도피 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어산지는 곧바로 체포돼 영국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곧이어 미국은 어산지를 1급 스파이 범죄 등 18개 혐의로 기소하고 영국 측에 범죄인 송환을 요청했습니다. 영국 법원은 심리 끝에 지난 4일,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자살을 시도할 실질적 위험이 있다며 송환 불허 판결을 내렸습니다. 영국 법원은 혐의가 아닌 송환 여부에 대한 판결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어산지의 측근들과 지지자들은 크게 환영했습니다. 어산지의 연인으로 알려진 스텔라 모리스 변호사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스텔라 모리스/어산지의 변호사·연인 : 오늘은 줄리언 어산지가 승리했습니다. 오늘의 승리는 이 사건에서 정의를 향한 첫 걸음입니다. 법원이 그가 지금까지 견뎌내고 직면해온 것들에 대한 심각성과 비인간성을 법원이 인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국 정부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히면서,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싸움이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전문가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미국 정부는 그동안 10년이 넘도록 어산지를 추적해 왔습니다. 미국 정부에게 어산지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미국에게는 뼈아픈 타격을 준 것은 분명하죠. 이른바 케이블게이트라고 해서 조금 전에 소개를 해 주셨습니다마는 2010년부터 어산지가 만든 위키리크스에서 1996년부터 2010년 말까지 미 국무부가 전 세계 274개 미 대사관과 주고받은 공식 외교문서라는 설명이 붙은 문서들을 공개를 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 관련도 있는데요. 중국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인내심을 잃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죠.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부수적 살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었습니다. 그 동영상을 보면 무장헬리콥터, 미국의 무장헬리콥터에 탄 두 명의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 시민에게 발포해서 살해하는 영상이거든요. 이 중에는 로이터통신 기자도 이 공격에 사망을 한 그런 사건입니다. 이 동영상이 공개되니까 미국이 진행하던 테러와의 전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주 심각하게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고요. 이 이후에 해외 주둔 미군 철수론이 그렇게 촉발하게 되는 일종의 기폭제가 됐죠. 여기에 대해서 당연히 미국은 분노했습니다. 특히 워싱턴 정가는 굉장히 강력한 그런 반응을 보였고요. 당시에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같은 경우에 이 폭로문서에 종종 등장했거든요. 그래서 줄리언 어산지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당시 CIA 국장 2017년 때 위키리크스는 적대적인 정보기관이다라고 비판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이 같은 상황에서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어산지에게 정치적 망명을 제안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건 어떤 의도일까요?

    그렇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중도좌파 성향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어산지가 무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얘기를 했었고요. 또 멕시코는 정치적 망명지로서의 그런 전통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사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송환 요청을 불허한 런던 중앙형사법원의 판결을 보면 어산지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없습니다. 어산지의 변호인들이 얘기한 것을 보면 이번 송환요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다. 혹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는데 이것을 영국 법원은 다 아니다라고 반박을 했고요. 특히 핵심인 어산지 행동이 언론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라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서 어산지가 탐사저널리즘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다라고 재판부가 얘기를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럼에도 송환 불허 요청을 한 것은 어산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는 그 이유 때문이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 정부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죠. 그렇다면 멕시코로 넘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고요. 미국이 아마 계속해서 1차적으로는 영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또 미국 송환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 끝으로 한 가지만 짧게 살펴보죠. 일각에서는 오는 20일에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어산지를 사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세요?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게 조 바이든 당선인이 2016년 당시 미국 부통령일 때 어산지를 최첨단 테러리스트라고 칭한 바가 있습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또 연계가 돼 있어서 2016년 미 대선 때 민주당 이메일 유출이 러시아가 관여한 게 아니다라고 말을 하면 사면을 해 주겠다라고 트럼프 측이 또 어산지에게 얘기를 했다라는 것이 법정에서 폭로가 됐습니다. 그래서 트럼프의 사면 가능성이 얘기가 있었지만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라고 판단이 됩니다.


어산지 측은 그가 미국에 송환되면 최고 175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며, 어산지를 처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범죄 행위를 저널리즘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산지는 오늘(6일) 영국 법원에 출석해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가석방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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