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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직접 안치했는데…많이 울었다" 어느 목사의 사연

입력 2021-01-05 13:54 수정 2021-01-0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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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송길원 목사][출처-송길원 목사]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한 묘지공원.

이곳을 지키는 송길원 목사에게는 가슴에 사무치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정인이입니다.

이 공원엔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기 정인이가 잠들어 있습니다.

수목장을 운영하며 숱한 죽음과 추모의 장면을 지켜본 그였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송 목사는 정인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마주한 사람입니다.

직접 정인이를 땅에 안치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런 사연은 몰랐습니다.

송 목사는 오늘(5일) JTBC와 통화에서 "양쪽 가족만 참석한 조용한 수목장이었다. 부검을 했다고 해서 놀랐고, 나중에 뉴스를 접했을 때는 충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인이 앞에 가서 많이 울었다.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봤습니다.

먼저 정인이를 추모하러 오는 시민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저녁 늦게 오는 사람들을 위해 주변에 가로등 여러 개를 설치했습니다.

편하게 추모하고 갈 수 있도록 주변을 정비했습니다.

무릎을 꿇은 추모객 옆에서 함께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차도 대접합니다.

그리고 정인이가 좋아했던 뽀로로 노래를 아침마다 틀어주고 있습니다.

[출처-시청자 조윤주 님][출처-시청자 조윤주 님]
■쓸쓸했던 정인이 위해…장지 찾는 사람들

정인이 사건이 사회에 알려진 후 공원을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외롭게 떠난 정인이를 위로하기 위해섭니다.

정인이 만한 자녀와 함께 온 부모, 연차 내고 온 회사원, 학교 수업을 끝내고 온 학생 등입니다.

화분 하나, 액자 하나로 쓸쓸했던 정인이의 장지는 이제 꽃과 편지, 장난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송 목사는 "이전에도 추모객이 계속 있었지만 주말 이후로 더 많은 분이 오고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파주에 사는 주부 조윤주 씨도 어제 정인이를 만나고 왔습니다.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조 씨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마다 정인이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그는 "어느 날 꿈에서 정인이가 웃으면서 나한테 안겼다. 그렇게 막내딸 같은 존재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용기를 내 정인이를 찾아갔습니다.

온라인에도 정인이 장지에 다녀왔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지난 10월 정인이 뉴스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여러 번 장지를 찾았습니다.

그는 "처음 갔을 땐 시든 화분과 이름표, 액자 하나가 전부였을 정도로 초라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정인이를 찾아왔고 선물이 많아졌다"면서 "어떤 좋은 분께서 물품 정리함을 제작해 주변을 정리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양천경찰서 징계·양부모 엄벌" 목소리 커져

온라인 공간에는 정인이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인아 미안해'라는 여섯 글자에 마음을 담았습니다.

동시에 서울 양천경찰서에는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양천서는 학대 정황 신고를 세 차례 받았지만, 양부모에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양천경찰서 서장과 관계자들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양부모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양부모를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법원에 보내자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양어머니 장 모 씨는 현재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고의로 죽였는지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섭니다.

장 씨의 남편은 폭행을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이들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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