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되고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난 7월 9일 전후의 행적을 놓고 그동안 추정과 주장이 제기돼 왔습니다. 오늘(30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실종되기 전까지 50시간의 행적이 드러났습니다. 박 전 시장은 젠더특보에게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에 앞서서는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을 거쳐 피해자 측의 움직임이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됐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홍지용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37분, 피해자를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가 한 여성 시민단체 대표 A씨에게 전화로 박원순 시장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힙니다.
이날 저녁 A씨는 다른 시민단체 B씨와 수차례 통화로 관련 내용을 논의합니다.
이 내용이 B씨와 공동대표로 있는 C씨를 통해 이튿날 오전 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까지 전달됩니다.
남 의원은 통화 직후, 박 전 시장의 젠더특보인 임순영 씨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당시 통화에서 남 의원은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합니다.
검찰이 파악한 박 전 시장 측에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측에서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정입니다.
박 전 시장은 처음 이 얘기를 접했을 땐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같은날 밤 박 전 시장은 임 특보와 비서실장 등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9일 오전 10시 44분경,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공관을 떠났습니다.
오후 1시 24분쯤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렇게 사라진 박 전 시장은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 측에서 사실관계를 물어왔을 때 확인해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수사로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위가 드러났으며,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남인순 의원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