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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게 해주겠다" 제안에 따라나섰다가 5000만원 빚더미

입력 2020-12-29 21:22 수정 2020-12-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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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많은 노숙인들은 이름이 있지만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마치 이름이 없는 듯 살아갑니다. 역시 그 가운데 한 명인 김모 씨는 이런 솔깃한 말을 들었습니다.

[김모 씨/명의도용 피해자 : 돈 벌게 해주겠다고 해서 달려갔던 것 기억나네요.]

그 남성은 김씨의 이름을 끄집어내 훔쳤습니다. 김씨의 이름으로 자동차 5대와 휴대전화 8대가 등록됐고 빚이 5천만 원 넘게 쌓였습니다. 아직 경찰이 잡지 못한 범인은 어디선가 다시 이름을 훔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환희 기자입니다.

[기자]

뇌 질환을 앓고 있는 35살 김모 씨는 10년 전, 자신에게 다가온 한 남성을 기억합니다.

영등포역에서 노숙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김모 씨/명의도용 피해자 : 돈 벌게 해주겠다고 해서 달려갔던 것 기억나네요. 정당하게 돈 버는 건 줄 알고 따라갔어요. 인천이었어요.]

3개월 동안 인천, 파주 등지로 끌려다녔습니다.

[김모 씨/명의도용 피해자 : 서류 떼고 그런 것 다 기억나요. 도장도 만들고 그랬어요.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몰랐죠. 그렇게 안 했다면 생존을 못 했을 거예요.]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강제적으로 인감도 떼야 하고 서명날인도 해야 하고. (명의도용 범죄는) 인신매매적 성격이 있다…]

김씨 이름으로 회사 두 곳이 생기고, 차량 5대, 휴대전화 8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중 한 회사가 사기 범죄에 휘말리면서 김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범죄자가 될 뻔했던 날이 아찔합니다.

[김모 씨/명의도용 피해자 : 대처를 못 했던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김씨는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용산경찰서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범죄자들을 잡지 못했습니다.

휴대전화 등 김 씨 앞으로 된 2700만 원어치 빚은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내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세금이 남았습니다.

이름이 도용된 회사 앞으로 나온 약 2천8백만 원입니다.

10년 전이라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걸로 보입니다.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고소한 지) 7년이 지났는데도 (자동차) 실제 운행자를 잡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에 따른 세금 부과는 계속 이뤄지고 있고…]

(영상디자인 : 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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