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안녕하십니까? CNN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과 나발니 본인이 암살시도 배후를 잇따라 폭로했습니다. 러시아 내부의 여론은 지금 어떤지 궁금하고요. 푸틴 대통령에게 압박이 될지 이 부분도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추세를 볼 때 푸틴 대통령에게는 대외적으로는 이미지 추락, 외교 문제 비화, 인권문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등 위기에 직면하겠지만 대내적으로는 그렇게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이 나발니 사건과 같은 정치 문제보다는 보건과 방역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로 인해 나빠진 경제 상황과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998년 IMF 당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기 때문에 러시아 국민들은 섣불리 푸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서 러시아 국민들은 현 집권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나발니가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영상을 공개했고요. 바로 그다음 날 푸틴 대통령, 대통령과 가족에 평생 면책특권 법안에 서명했다, 이런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같은 보도가 정말 사실이라면 말이죠. 푸틴 대통령의 의도 뭘까요?
다양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역사에서 전임 대통령에 대한 면책특권법안은 지난 2000년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제1호 법안으로 서명했었습니다. 그 결과 전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993년 친위 쿠데타와 헌법유린 사건, 가족들이 연루된 부정부패 사건에서 자유로워졌었습니다. 당시 옐친 대통령은 많은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가졌었는데요. 재임 시 행했던 모든 행위를 면책 받음으로써 옐친 대통령에게는 편안한 노후를, 푸틴 대통령은 든든한 후원자를 가지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영구면책특권법 서명은 이러한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자신에 대한 면책특권법안에 서명하여 혹시 모를 자신들의 정적들, 특히 나발니 사건과 같은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지난 7월 개헌을 통해 2024년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 암살시도의 배후가 푸틴 대통령이라는 서방 국가들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맞대응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외교적 파장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 나발니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의 국제적 입지는 상당부분 실추될 것으로 보입니다. 2005년 당시 방사능 홍차 사건으로 영국과 러시아가 냉전에 준하는 관계 악화가 있었던 것으로 볼 때 현재 나발니가 망명 중인 독일과의 관계도 한층 더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독 출신 현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젊은 시절 공산치하를 경험했고 스탈린식 국가테러리즘을 누구보다도 거부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독일은 EU 차원에서 공동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고 EU는 나발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러시아에 대한 외교관 추방, 경제제재 등 다양한 형태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범위는 아주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EU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어 현 단계에서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어렵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