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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은수미 사람들 27명 채용…캠프의 경쟁력?

입력 2020-12-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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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JTBC가 단독으로 추적한 내용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은 시장이 당선된 뒤에 이 한 장의 사진에서만 모두 열네 명이 성남시에 채용됐습니다. 이 사람들을 포함해 성남시나 산하기관에 채용된 사람은 캠프 관계자와 그 가족을 더 하면 모두 스물일곱 명입니다. 국장급부터 청원경찰, 그리고 도서관 직원까지 다양했습니다. 성남시는 임면 권한이 시장에게 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공개 채용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2018년 4월 영상입니다.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가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앉아있습니다.

사진 속 인물은 모두 25명입니다.

JTBC는 이들이 선거 승리 뒤에 어디로 갔는지 추적해 봤습니다.

은 후보 바로 뒤에 앉은 남성 성남 장애인체육회에 채용됐습니다.

이 사람 왼쪽에 앉은 다른 남성은 시청.

후보 왼쪽에 있는 여성의 딸은 성남 서현도서관 직원이 됐습니다.

영상 속 25명 가운데 14명이 시청과 산하 기관에 뽑혔습니다.

비슷한 시기 열린 캠프 회식 자리입니다.

은 후보 바로 오른쪽 여성은 서현도서관에 채용됐고 왼쪽 여성도 자원봉사센터에 취업합니다.

은 후보 오른쪽 두 번째 남성은 시청에 채용됐습니다.

구석에서 잔을 들고 있는 두 여성도 서현도서관 직원이 됐습니다.

이렇게 시에 채용된 캠프 출신은 25명.

그들의 가족과 지인을 더하면 모두 27명입니다.

시장에게 임면 권한이 있는 정무직이 아닌 공채를 거쳐야 하는 공무직에 채용됐습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법규대로 공정하게 채용했다"며 "후보가 캠프 출신 모두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 상황은 좀 다릅니다.

회식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를 얘기하는 이 남성.

은 후보가 방문하는 곳마다 함께 서 있습니다.

역시 성남시 산하 기관에 채용됐습니다.

은 후보와 청와대 견학을 하고 함께 다정하게 서 있는 남녀도 모두 성남 시청에서 근무합니다.

후보 피켓을 들고 있는 여성은 도서관에 채용됐습니다.

JTBC는 취재 과정에서 "자신이 캠프 출신으로 특혜 채용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내부고발자를 만났습니다.

올 초까지 은 시장과 일하다 퇴직한 이모 전 비서관입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달 성남시에 채용된 캠프 출신과 인사 책임자 등 39명을 국민권익위에 신고했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은 시장에게 채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보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모 씨/전 성남시청 비서관 : 시장께서는 보고를 묵살하셨죠. 그리고 방관하시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네, 불쾌해하셨다고만 들었고…]

그러면서 은 시장에게 보고했던 텔레그램 대화도 권익위에 제출했습니다.

이 전 비서관 주장대로 캠프 출신을 내정해놓고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면 법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영국/변호사 : 이미 내정자를 설정해두고 다른 절차는 형식적으로 만들어버렸다면, 그것은 채용절차법에도 위배될 여지가 있고, 위계에 의한 채용 절차에 대한 업무 위반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시청 측은 이들의 임면 권한이 시장에게 있다고 하지만 공채에까지 캠프 출신을 광범위하게 채용한 건 권한을 넘어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근/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 이제 '엽관제'라고 하지 않습니까.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넓은 범위에서 보면 '사적 이해관계자'라고 볼 수 있거든요. ]

경찰은 채용 과정에 일부 불법 정황을 포착하고 채용 절차와 당시 면접 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미심쩍은 채용이 가장 뚜렷한 곳은 성남시가 운영하는 도서관입니다. 합격자 15명 가운데 7명이 선거 캠프와 관련된 사람으로 채워졌습니다. 성남시는 "결과만 보고 과정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채용 당시 경쟁률을 보면 과정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대 1이 넘었습니다.

박창규 기자입니다.

[기자]

2018년 11월 채용공고입니다.

서현도서관 자료정리원 15명을 뽑는다는 내용입니다.

1차 서류합격자만 38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자 15명 중 5명이 캠프 출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2명은 캠프 주요 인사의 가족과 지인입니다.

취재진은 7명 모두에게 '채용 과정에 캠프 이력이 영향을 줬는지' 질문했습니다.

[A씨/캠프 관계자 가족 : (공고가 뜬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미리 안 거 아니고 들어가서 확인하니까 떠 있어서 지원했겠죠.]

[B씨/캠프 출신 합격자 : 시청에서 그런 공고 올라오는 거 알아서, 한번 들어가서 봐서 알게 되어서 신청한 건데요.]

[C씨/캠프 출신 합격자 : 저는 아는 게 없고요. 전화 이렇게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D씨/캠프 출신 합격자 : (채용 관련해서 사실 확인 좀 드리려고요.) 아, 됐거든요.]

[전모 씨/당시 인사 책임자 : 공부 열심히 잘하고 자격증만 따고 그런 사람 사회생활 잘 안 해요. 답변 태도. 가장 중요한 게 자세죠 자세. 내가 뭐 안다고 대답하고 그럼 마이너스죠.]

태도와 자세를 봤다는 답변.

필기 시험 없이 면접으로 뽑았는데 채점 기준이나 점수 등은 밝힐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모 씨/당시 인사 책임자 : 가장 많이 본 게 정중함이나 공손함 그런 걸 보겠죠. 사람 보는 눈은 비슷비슷하잖아요. (면접위원들 누구신지는) 힘들게 그분도 선정을 했고 그거는 말할 수가 없어요.]

또 다른 인사 실무자 아예 취재진을 외면합니다.

[임모 씨/당시 인사 담당자 : (알고 계셨는지?) …]

당시 공채 지원 조건은 단 한 가지.

'주말이나 휴일 근무가능자'였습니다.

관련 자격증은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성남시는 채용 결과에 대해 "전문성 경력 능력 등에 따라 채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합격자 7명 중 A씨의 이력서를 확인해 봤습니다.

A씨는 영상 관련 학과를 전공했고, 미디어 업계에서만 일해왔습니다.

사서 관련 자격증은 없었습니다.

'경력'은 없고 '전문성'은 검증하기 어려웠습니다.

취재진은 캠프 주요 인사가 내부 고발자 이모 비서관에게 A씨 취업을 요청하는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전 캠프 관계자 : 00이네 딸은? 니네가 이력서 봤잖아. 이번에 사서 거기다가. 거기로 가라고 해.]

녹취에는 다른 합격자 B씨와 C씨의 채용 청탁 정황도 들어 있었습니다.

[전 캠프 관계자 : 전화번호 하나 보내줄게. 00이 거하고 두 개 보내줄게]

[전 시청 직원 : 제가 공직 신분이라 제가 하긴 좀 그렇고, 국장님이 해주십시오.]

[전 캠프 관계자 : 통화했어. 이력서 준비하라고.]

이 전 비서관은 캠프 주요 인사가 이들 7명 채용을 사실상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모 씨/전 성남시청 비서관 : 서현도서관에 들어가 있는 캠프에서 회계 보조를 했던 분들 이력서를 다시 저에게 줬는데…]

[앵커]

도서관을 비롯해 캠프 출신들이 취업한 기관은 모두 6곳입니다. 국장급부터 9급까지 다양했습니다.

하혜빈 기자가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 봤습니다.

[기자]

은 시장 캠프와 인수위에서 적극 활동한 이모 씨.

성남 장애인체육회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실력으로 체육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모 씨/성남시장애인체육회 팀장 : 면접은 최종 3분이 보셨는데 그분들이 나가시면서 '선생 같은 분이 꼭 채용돼야 된다'라고 면접 끝나고 얘기하고… (캠프 활동이나 인수위원회 활동이 채용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전혀 관련 없는 것 같아요.]

은 시장 캠프에서 회계팀 팀장과 팀원이었던 유모 씨와 이모 씨, 두 사람은 은 시장 취임 이후 성남 자원봉사센터에 채용됐습니다.

유씨는 사무국장, 이씨는 무기계약직 팀원이었습니다.

이후 유씨는 이력서 내용이 가짜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스스로 퇴직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채용 과정에 대해 물었습니다.

[유모 씨/성남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 (선거캠프에서 활동하셨나요?) 그거야 뭐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그럼 관두시게 된 것은…) 제가 더 이상 말씀드릴 것이 없어요.]

[이모 씨/성남시자원봉사센터 무기계약직 : (회계팀으로 일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네, 알고 있으시면 그렇게 쓰시면 되겠네요. (그렇게 써도 문제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는데…]

캠프 출신 장모 씨는 성남문화재단에 뽑혔습니다.

[장모 씨/성남문화재단 무기계약직 : (캠프에서 어떤 일 하셨어요?) 저도 관계된 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지원해서 정식 절차로 이렇게 진행했던 거고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 것 같네요.]

박모 씨는 성남시청에서 근무 중입니다

[박모 씨/성남시청 무기계약직 : 상식적으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고, 저는 성남시 공무직 준비를 계속 했었거든요, 예전부터.]

장씨와 박씨는 은 시장 재판에 따라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박모 씨/성남시청 무기계약직 : (재판에 와서 응원을 하고…) 저희 집 근처예요, 법원하고. 집에서도 보이니까 가서 그냥 힘내라고 한마디라도 해 주자…]

은 시장 사진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 정모 씨는 성남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 중입니다.

[정모 씨/성남 차량등록사업소 무기계약직 : 제가 차에 관련된 일을 한 20여 년간 했어요. 보험, 정비, 딜러 이런 것들을 해서…]

정무직이 아닌 공채를 거쳐야 하는 공무직에 20여 명의 캠프 관계자들이 대거 취업한 건 이례적입니다.

[육동일/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 지방자치의 의미나 정신을 볼 때는, 그거는 너무 과한 거죠. 의회나 시민단체나 언론이나 이런 쪽에 상당히 견제를 받고 이슈가 될 수 있는 얘기거든요.]

공무직 노조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원우석/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공무직 지부장 : 같은 노동자 계급이라도 힘 있는 사람. 이런 식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상당하게 같은 노동자로서 옆에서 보면 자괴감이 좀…]

성남시청 관계자는 관행이라고 주장합니다.

[A씨/성남시 관계자 : 미국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 바뀌었잖아요, 청소부까지 다 바뀝니다. 그리고 지명합니다, 거기는. 왜냐하면 정보들이 샐 수 있으니까.]

취재진은 은 시장 본인에게도 여러 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성남시의 답변 외에는 은 시장의 직접 인터뷰 요청은 거절한다"고 알려왔습니다.

[B씨/성남시 관계자 : (시장님은 저희랑은 보시기 힘드시다는 거죠?) 그거는, 네, 아닌 것 같습니다.]

[C씨/성남시 관계자 : 할 얘기 없으니까 나가시라고요. 자꾸 그렇게 귀찮게 합니까, 사람을.]

(VJ : 손건표·안재신·박상현·남동근 /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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